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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에 '한국 쓴소리'…학계 떠나 영문뉴스 창간 왜?

[피플] 영문뉴스 스타트업 코리아엑스포제 만든 구세웅 대표… "NYT 기고로 글이 가진 힘 느껴"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입력 : 2017.05.19 04:30|조회 : 8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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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 사무실에서 기자와 이야기를<br />
 나누는 구세웅 코리아엑스포제 대표. 미국<br />
 예일대 맥밀런 국제학연구소 한국담당 방문연구원을 지낸 뒤 2014년 7월 한국에 돌아와<br />
 같은해 8월 영문뉴스 스타트업 코리아엑스포제를 공동창업했다.  /사진=하세린 기자
서울 동대문 사무실에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구세웅 코리아엑스포제 대표. 미국
예일대 맥밀런 국제학연구소 한국담당 방문연구원을 지낸 뒤 2014년 7월 한국에 돌아와
같은해 8월 영문뉴스 스타트업 코리아엑스포제를 공동창업했다. /사진=하세린 기자
'헬조선' '개저씨'를 영어로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치부'를 설명하는 것은 어떤 마음에서일까.

코리아엑스포제(Korea Exposé)는 한국의 소식을 전하는 신생 영문 온라인 매체다. 기존 외신이 북핵 문제나 정상 회담 등 '하드뉴스'를 주로 다룬다면, 코리아엑스포제는 한국 사회와 더 밀착된 일상 속 이야기를 전한다. 한국 교육제도의 문제점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 미소지니(여성혐오) 등에 대한 비판적인 기획기사가 다수다.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 사무실에서 만난 구세웅 코리아엑스포제 대표는 "우리는 불만만 가득한 블로거가 되려는 게 아니"라며 "한국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건설적인 비판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됐으면 좋겠고, 그렇기 위해서는 문제제기를 통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구 대표는 2014년 8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아이들에 대한 학대'에 가깝다는 내용의 글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의 글은 출고 2주 만에 페이스북상에서만 1만4000번 넘게 공유됐고 영국 BBC방송은 물론 국내 언론도 인용 보도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에 대한 비판적 기고문을 뉴욕타임스, 포린폴리시 등 유수 매체에 실었다.

2014년 8월 직접 매체를 창간한 구 대표를 만나 코리아엑스포제의 미션과 행보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구 대표와의 일문일답.

서울 동대문 메디아티 사무실에 자리잡은 코리아엑스포제 팀. 오른쪽부터 강혜련 편집장, 구세웅 대표, 박서회 인턴기자, 최지은 인턴기자. 이들은 서로 존댓말을 쓰고 이름 뒤에 '님'을 붙인 호칭을 쓴다. 구 대표도 '세웅님'이다. /사진=하세린 기자
서울 동대문 메디아티 사무실에 자리잡은 코리아엑스포제 팀. 오른쪽부터 강혜련 편집장, 구세웅 대표, 박서회 인턴기자, 최지은 인턴기자. 이들은 서로 존댓말을 쓰고 이름 뒤에 '님'을 붙인 호칭을 쓴다. 구 대표도 '세웅님'이다. /사진=하세린 기자
◇뉴욕타임스 기고에 약력 필요…코리아엑스포제 창업

-코리아엑스포제는 어떻게 시작됐나.
▶2014년 7월쯤 미국 예일대 맥밀런 국제학연구소 방문연구원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학계를 떠날 생각으로 여러 다른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비판한 글이 뉴욕타임스 오피니언면에 실리면서 모든 게 급속히 진행됐다.

뉴욕타임스에서는 글을 실으려면 약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직 학계 종사자'라고 해줄 수 없냐고 했더니 안되다고 하더라(웃음). 그래서 당시 한국학 석박사 과정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기존 외신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에 대해 비판적 해석기사를 써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당시 뉴욕타임스 기고자 약력에는 '다음달 창간하는 코리아엑스포제 편집장'이라고 돼 있다).

뉴욕타임스 기고 이후 글의 힘이 이렇게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때 글을 더 써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탈북자,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함께 한 친구 등 7명이 힘을 합쳐 그해 8월15일 코리아엑스포제를 공식 출범했다.

-뉴욕타임스에 기고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3년 말 예일대 방문연구원이었을 때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실린 한국의 교육현실에 대한 글을 보고 기고할 곳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연락이 닿은 곳이 뉴욕타임스였다. 거의 100번이 넘는 수정을 거쳐 8개월이 지난 뒤에야 글이 실렸다. 원래 4월 출판 예정이었지만 세월호가 가라앉으면서 일정을 더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학계에 남아 글을 쓸 수도 있었을 텐데.
▶학계가 운영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항상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중요한 것에 대해 쓰고 있는데, 문제는 아무도 안읽는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건 내가 아는 것을 어떻게 남들과 소통하느냐다. 코리아엑스포제를 통해 이 간극을 메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소식을 더 '지능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주요 독자층은 누군가.
▶트래픽이 들어오는 지역과 언어설정을 종합해서 보면 독자 절반은 한국에, 나머지 절반은 해외에 있다. 해외의 경우 대부분 미국 독자들이고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들이 뒤따른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우리의 주요 독자층이다.

폐지줍는 노인 문제는 한국에 있는 외국인 친구들이 내게 자주 물어본 주제다. 한국은 잘사는 나라인데 왜 이렇게 폐지줍는 노인들이 많으냐고. 그런데 거기에 대해 어떤 외신도 속시원하게 얘기를 해준 적이 없다. 당시 내 글이 자랑스럽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설명이 됐고 반향을 줬다. 해결책을 찾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런데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다.

초기에는 이렇게 한국 사람들한테는 너무 익숙해서 보이지 않는 문제들을 다루고자 했다. 한발짝 떨어져서, 우리 눈에 보이는 문제들을 지적했다. 그게 진짜 문제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판단하는 것이다.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공감을 해줬다.

그런데 그러면 '너는 검은머리 외국인이 아니냐'는 비판이 꼭 따라온다. 한국이 싫으면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식이다. 우리가 제기하는 모든 비판이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국에 대해 비판하면 무조건 '안티 한국'인 것처럼 생각하는 문화는 이상하다.

◇한 템포 느려도 다른 시각 담아서 보도…팩트체킹은 철저하게

-'개저씨는 사라져야 한다'(Gaejeossi Must Die), '탈북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국' 등의 글은 소셜미디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바쁜 뉴스 사이클을 따라가지 않은 게 큰 것 같다. 우리는 속보성 뉴스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우리가 진짜로 관심이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 한국에 대해서 외국인들이 이것만큼은 읽어야 한다를 기준으로 주제를 고른다. 그래서 한발 느리더라도, 더 새로운 관점에서 한국 사회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안 보도에도 대응이 빠른 편인 것 같은데.
▶요새는 정기적으로 내는 기사들이 많아서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혜련 편집장이 아침에 와서 뉴스를 브리핑하고 어떤 것을 써야 하는지 회의를 통해 정한다. 이러한 일간성 기사는 케이레이더(ké radar)를 통해 나간다.

그리고 코리아엑스포제는 기획기사에 더 집중한다. 기획기사는 일주일 4번 정도 나간다. 회의를 할 때는 되도록이면 그 주제에 대해 이미 나왔던 외신보도나 한국 신문은 보지 않으려고 한다. 더 새로운 시각으로 쓰고 싶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다르게 쓸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한다.

코리아엑스포제 사이트에 걸린 17일자 에디터 추천 기사. 한국 청년들의 고시원 생활을 다룬 기사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프로필 기사다. 외신 가운데 한국 대선후보들의 프로필을 이렇게 깊이 다룬 경우는 없었다. /사진=코리아엑스포제 홈페이지 캡처
코리아엑스포제 사이트에 걸린 17일자 에디터 추천 기사. 한국 청년들의 고시원 생활을 다룬 기사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프로필 기사다. 외신 가운데 한국 대선후보들의 프로필을 이렇게 깊이 다룬 경우는 없었다. /사진=코리아엑스포제 홈페이지 캡처
-팩트체크는 어떻게 하나.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에서 기자로 있었던 혜련 편집장이 팀에 합류한 뒤부터 취재원칙 등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자와 에디터가 팩트체크를 하고, 이들을 제외한 최소 두명의 에디터가 출고 전 최종 검토를 한다. (코리아엑스포제에는 편집장 이하 포토·환경·정치·인권 에디터가 있다).

내가 쓰는 글들은 더 논쟁적인 내용이 많은데, 때로는 팩트보다는 의견이 더 들어간다. 영문 미디어는 물론, 한국 미디어에서도 뉴스와 오피니언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뭔가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게 되면 반드시 팩트체킹을 더 철저하게 한다. 우리 주장이 틀린 사실을 전제로 하면 안되니까.

-개저씨, 헬조선 등 한국어를 영문기사에 그대로 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한국인들의 감정 표현을 좀 더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은 측면도 있고, 어떤 단어는 그냥 번역하기가 굉장히 어렵기도 하다. 물론 외국인 독자들을 위해 영어 설명을 달기는 하지만, 원어에 대한 느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섹션 구분이 특이하다. 크게 보이스·정체성·정치·문화로 구분돼 있는데.
▶특이한가? 음…. 그게 우리의 관심사다. LGBT(성소수자), 페미니즘, 한국인 등 정체성에 대해 많이 말하고자 한다. 나만 해도 외국에서 오래 생활했고, 한국에서 거리를 돌아다니면 열에 아홉은 나를 외국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라면 어떤 식으로 옷을 입고, 어떤 식으로 말하고, 심지어 어떻게 생겨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게 다가 아니지 않나.

우리 팀원들만 해도 그렇다. 환경 에디터인 벤은 영국인이기는 하지만 한국어를 원어민처럼 하고 한국인 아내를 만나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한국에서 살고 있다. 생김새만 보고 벤에게 "넌 한국인이 아니야"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물론 여권상으로는 분명한 외국인이지만 한국에 대한 이해나 언어실력 면에서는 한국인 못지않다.

한국 사회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에 와서 일하는 사람도 많고 여기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정착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이 다양해지는 만큼 한국을 다루는 보도도 이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이건 보도국의 다양성 문제와도 연결된다.

미디어 인큐베이터 메디아티 로고 앞에 선 구세웅 코리아엑스포제 대표. 코리아엑스포제는 지난 3월 메디아티로부터 씨드펀딩(6000만원 규모)을 받고 4개월간 파트너십 프로그램에 참여중이다. 현재는 코리아엑스포제가 롱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파트너십이 끝나는 6월 말 독립적인 사무실도 마련할 계획이다. /사진=하세린 기자
미디어 인큐베이터 메디아티 로고 앞에 선 구세웅 코리아엑스포제 대표. 코리아엑스포제는 지난 3월 메디아티로부터 씨드펀딩(6000만원 규모)을 받고 4개월간 파트너십 프로그램에 참여중이다. 현재는 코리아엑스포제가 롱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파트너십이 끝나는 6월 말 독립적인 사무실도 마련할 계획이다. /사진=하세린 기자
◇한국에 대해 쓰는 영문 뉴스 스타트업…가장 큰 고민은 돈?

-코리아엑스포제의 다음 행보는 뭔가.
▶돈을 버는 것이다. 이상이나 꿈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만 결국 이상도 꿈도 돈 없이는 이룰 수가 없다.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려면 월급을 줘야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코리아엑스포제는 자선금으로 운영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초기 펀딩을 받았고 그 외에는 자금출처가 없다. 그런데 결국은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 광고나 유료화 모델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루에 100만명이 접속하면 몰라도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영어로 하는 코리아엑스포제는 독자층이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직 초기 단계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강좌나 네트워킹 기회 등을 사업화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가장 큰 걱정은 뭔가.
▶그렇게 큰 걱정거리는 없다. 코리아엑스포제가 그렇게 번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문을 닫을 수도 있고. 그런데 사실 이만큼 성장한 걸 본 이상 예전처럼 각자 집에서 일하는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건 원치 않는다. 하지만 펀딩이 없어서 문을 닫아야 한다면 닫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크게 염려하느냐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고 중요한 건 노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 노력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기분 좋다. 실패하더라도 되돌아보면 '좋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세웅 대표는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와 대학을 캐나다에서 나왔다. 이후 석사와 박사학위를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받았다. 전공은 각각 미술사와 종교학이었는데 논문 주제는 근대 한국이었다. 그래서 때로 국내 언론에 '한국학 박사'로도 소개된다. 이후 방글라데시, 프랑스 등을 거쳐 마지막 학계 커리어로는 예일대 맥밀런 국제학연구소 한국담당 방문연구원을 지냈다.

하세린
하세린 iwrite@mt.co.kr

한 마디의 말이 들어맞지 않으면 천 마디의 말을 더 해도 소용이 없다. 그러기에 중심이 되는 한마디를 삼가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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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Eunah Kim  | 2017.05.19 10:07

블로그와 외신 사이의 간극을 메꿔주는 꼭 필요한 매체인 듯 합니다. 평소에 궁금하던 매체였는데 이런 분들이 운영하고 있군요. 오래가길 바랍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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