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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은 외교 실패의 결과,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머투초대석] 나비드 후세인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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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드 후세인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나비드 후세인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소라야씨(가명)는 아들이 고향에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생명의 위협까지 받자 한국으로 도망쳤다. 고향을 떠나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아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었다. 지난해 난민으로 인정받은 소라야씨는 희망이 생겼다.

"한번 거절당한 후 재신청 끝에 난민으로 인정받았어요. 이제 바라는 건 취업입니다. 돈을 벌어서 아들을 한국에서 잘 키우고 싶어요."

한국 사회에서 아직 난민 문제는 생소하다. 하지만 엄연히 우리 곁에 다가온 현실이다. 3월 말 기준 법무부에 접수된 난민인정 신청서는 2만4911명(누적)에 이른다. 소라야씨처럼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지난해에만 98명이다. 일반 이민과 달리 난민은 박해, 분쟁, 폭력 등 공포로 인해 출신국가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24년간 일한 나비드 후세인 UNHCR 한국대표부 대표(58)는 한국 사회도 난민 문제에 갈수록 큰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후세인 대표는 "후원금 규모로 보면 한국은 UNHCR 후원국 중 10위 안에 든다"며 앞으로도 한국이 난민 문제에 적극 나서길 기대했다.

UNHCR는 2006년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한국에 대표부를 만들었다. 1년 전 한국대표부를 맡게 된 후세인 대표는 "타인의 어려움에 관심을 갖는 일은 인간으로서 책임"이라며 난민 문제를 설명했다.

- 1993년 UNHCR에서 일하기 시작하셨는데, 그간 난민 상황이 나아졌나요.
▶ 전체 난민 수를 보면 오히려 악화했습니다. 현재 난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습니다. (UNHCR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전 세계 6530만명이 실향 상태며 이중 2130만명이 난민이다. 난민 절반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출신이다.)

- 난민 수는 왜 증가했나요.
▶ 난민을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분쟁, 전쟁입니다. 최근 수년간 기존 분쟁은 악화되고 새로운 분쟁·전쟁까지 발생하면서 난민도 증가했습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각 국가가 자신들의 정치적 행동 결과를 책임지지 못한 탓입니다.

-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 난민은 정치·외교적 실패로 발생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도주의적 해결책만으로는 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정치적 문제를 풀기 위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이 결단은 각국 정부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강한 정부(강대국)일수록 그 역할과 책무가 큽니다.

- 미국 트럼프정부가 최근 난민·이주민에 대한 적대적 정책으로 전 세계적인 논란을 일으켰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 요즘 경제·정치적 어려움으로 난민과 이주민 등 외부 사람을 비난하고 탓하는 일을 (미국을 포함한) 여러 사회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난민이 겪고 있는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다행히도 미국은 이제까지 난민·이주민에 관대한 편이었고 UNHCR에도 가장 많은 지원을 하는 국가입니다. (트럼프 정부 이후) 현재도 그것은 변함없습니다. (이번 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기도 하고 다른 나라와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잘 해결되리라고 봅니다.

나비드 후세인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나비드 후세인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 전 세계 곳곳에서 난민 구호 활동을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 '스레브레니차 대학살'이 벌어졌던 곳에서 일한 때입니다. 세계대전 이후 첫 대학살 사건이었습니다. 주로 여성, 노인, 어린이들이 고립된 상황이었는데 이들이 안전지역에서 생활하도록 돕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기아 등으로 심각한 상태였던 이들의 절망을 직접 봤던 시간입니다. 동료들과 밤을 새워가며 제대로 먹지도 않고 일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 한 포럼에서 당시 대학살 주범을 유죄로 심판한 한국인 국제형사재판소(ICTY) 재판관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감격스러운 만남이었습니다.

(스레브레니차 대학살: 보스니아 내전 당시 국제연합(UN)이 안전지역으로 분류했던 스레브레니차 지역에 난민들이 몰렸다. 세르비아군이 1995년 7월 이 지역을 공격했고 8000여명이 집단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
▶ 알카에다가 점령했던 남예멘 지역을 예멘 정부가 탈환한 후 고향을 떠났던 난민들이 다시 돌아가도록 도왔습니다. 한 가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는데 난민 절대다수는 고향에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누군가(혹은 어떤 상황이) 강제하지 않는 한 누구도 고향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예멘에서도 가장 빈곤한 지역인 아덴에 머물렀던 난민 20만명도 그랬습니다. 그들을 안전하게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마쳤을 때 뿌듯했습니다.

- 난민 구호 활동을 위해 분쟁 지역에 주로 가시는데, 신변 위협을 느끼지 않나요.
▶ 보스니아, 예맨 등에서 전쟁 당시 일했기 때문에 위협은 항상 있었습니다. 활동 중 동료를 잃은 적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유엔 깃발이 꽂힌 지역은 안전지대라 여겼지만 요즘은 아닙니다. 오히려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각 정부가 유엔 등 인도적 활동가를 해치는 일에 법적 제재를 강력하게 했으면 하는데 잘 되지 않습니다. 조금 더 노력했으면 합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공식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은 네팔, 남수단, 레바논 난민촌 방문 등으로 난민 어려움을 알리고 있다. /사진제공=UNHCR 한국대표부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공식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은 네팔, 남수단, 레바논 난민촌 방문 등으로 난민 어려움을 알리고 있다. /사진제공=UNHCR 한국대표부

-한국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2013년 난민법을 제정한 국가지만 난민수용률은 한 자릿수입니다다. 분쟁지역과 거리도 있어서 난민 문제가 멀게 느껴지는데, 한국대표부 대표로서 어떻게 보시나요.
▶ 난민이 발생하는 분쟁지역과 한국이 거리가 먼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난민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전세계적으로 특정 지역 인구 이동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한국 정부와 민간 영역 모두 UNHCR 후원금이 증가했고 관심도 커지는 추세입니다. 물론 한국 경제규모를 보면 난민 문제에 더 기여하고 책임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 우리 정부와 협력도 잘 진행되고 있나요.
▶ 지난해 '뉴욕선언'(유엔본부 총회에서 처음으로 난민·이주민 대책 관련 정상회의를 개최해 이들에 대한 보호 강화를 약속)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난민 지원책 등에 한국 정부가 모두 참여했습니다. 이처럼 한국이 앞으로도 전 세계 난민 문제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길 바랍니다. 이번에 당선된 새 대통령이 난민문제에도 더 관심을 갖길 기대합니다. 물론 시민 사회 등 민간 영역 도움도 필요합니다.

- 마지막으로 원론적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우리가 왜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요.
▶ 역사는 누구도 고립돼 살 수 없다는 점을 가르쳐줍니다. 세계화로 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 영향을 더 긴밀하게 주고받습니다. 지난해 시리아 난민 문제 등은 미국과 유럽선거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유엔 회원국으로서 난민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누가 할 수 있을까. 세계 분위기가 무대응으로 변하려고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 결과는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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