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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 싼 제품이 최고…대기업 과보호 말고 시장에 맡겨야"

[머투초대석]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등 문재인정부 기대감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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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대기업은 그동안 과보호받았다. 정부가 일찍부터 경쟁시켰다면 세계적 기업이 더 많이 나왔을 것이다.”
“문재인정부 인사? 점수로 치면 100점이다. 그래도 장관만 바뀐다고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가 변하지 않는다. 조직의 뿌리까지 쇄신해야 한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60)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재벌부터 정부까지 사례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평소 할 말은 하는 돌파형 스타일이 그대로 투영됐다.

그는 중소기업계가 요구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공정거래위원회 위상 강화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 초기 의욕적으로 추진한 중기지원정책이 나중엔 흐지부지된 점을 들어 “마지막 평가가 진짜 평가”라고 여운을 남겼다.

일자리 창출을 제1과제로 삼은 새 정부는 일자리의 88%를 책임지는 중소기업계와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회장의 입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박 회장을 만나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한계와 해법을 들어봤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를 평가하신다면.
▶합리적으로 하려고 노력합니다. 점수로 치면 100점입니다. 다만 새 정부가 조직의 변화를 추구하려면 뿌리까지 변화시켜야 합니다. 장관만 바꿔선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가 바뀌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인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고 봅니다. 스포츠경기에서 심판이 눈감아주고 편파적이면 관중이 모이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도 심판이 제대로 판정해야 주식가격이 올라갑니다. 중대한 불공정행위를 하는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합니다. 기업은 공정하게 경쟁하면 됩니다. 불공정하니까 겁내는 겁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의견은.
▶다행히 (이번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을 얘기합니다. 우리가 얘기하는 ‘수요경제’입니다. 내수가 좋아지면 중소기업 형태가 바뀌고 고용도 바뀌고 선순환구조가 됩니다. 미국은 수요자인 국민을 먼저 생각합니다. 국민이 원하면 장벽을 걷어 외국산도 받아들입니다.
가계소득을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일자리를 늘려 전체 소득을 올리는 경우와 물건을 싸게 공급해 가처분소득을 올리는 경우입니다. 정부는 일자리 늘리는 것만큼이나 가처분소득 증대에도 신경써야 합니다. 관세를 낮춰 시장의 경쟁을 촉진해야 합니다. 그래야 가격경쟁이 생기고 국민이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습니다. 교육비·주거비·전기료·유류비·통신비 이런 것들이 얼마나 비쌉니까.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 소득증가율이 26% 올라갈 때 가계는 3%도 안됐습니다.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부담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면서 가계소득이 줄었습니다. 이 구조를 깨지 않으면 소득분배가 안됩니다. 지금은 공급자가 너무 많이 가져갑니다.

-그동안 정부가 이런 정책을 못펴왔던 건 자국산업 보호논리 때문 아닌가요.
▶그래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겁니다. 공산품을 왜 보호합니까. 국민에겐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 최고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막아주고 보호해줘서 이렇게 됐습니다. 대기업은 보호받으니까 하던 일만 합니다. 보호를 못받으면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산업으로 갑니다. 과보호는 결코 좋은 정책이 아닙니다.
정부가 진작 대기업을 국제경쟁시켰으면 세계적 기업이 많이 생겼을 겁니다. 여전히 덤핑으로 돈 버는 업종이 너무 많습니다. 쌀과 같은 전략품목은 사회적 합의로 결정하고 제조업은 해외기업과 경쟁시키는 것이 맞습니다.

-시장개방을 촉진하면 그동안 대기업 그늘에 있던 중소기업들이 버틸 만한 체질을 갖췄느냐도 중요한데요.
▶그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대기업과 같이 (중소기업도) 합리적으로 가야 합니다.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지 기업만 생각해선 안됩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도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몇조 원 투자하는 방식으로 부실을 떨쳐내지 못하니까 덤핑에, 계약경쟁에 멀쩡한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같은 좋은 기업까지 위태롭습니다. 경쟁에서 진 기업은 인수·합병당하는 것이 시장논리고 게임입니다. 인수기업이 없으면 떨쳐버려야 합니다.
특히 시장에서 구조조정은 중요합니다. 구조조정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가야 합니다. 기업 보호만으론 국가가 성장을 못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2차산업 하나 정리 못해서 되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인 중기벤처기업부 승격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조직 구성을 두고 얘기가 많은데요.
▶민간단체가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닙니다. 다만 창업·벤처가 활성화하고 중소기업이 혁신할 수 있는 업무 틀이 갖춰졌으면 합니다. 한 부처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정책이나 R&D(연구·개발) 등을 속도감 있게 지원해야 하는데 부처가 분산되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가능하면 통합되는 것이 좋습니다. 산업부와 중기부 업무가 중복돼 중소기업을 담당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계가 우려하는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부각될 전망입니다.
▶걱정입니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이 문제에 준비가 안돼 있습니다. 제조업의 30~40%는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다행스럽게도 공약에 이런 현실을 고려해 보완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더군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 방침은 맞는 방향입니다. 단순히 중소기업이 준비가 안돼 있다는 이유로 단축하면 안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근로시간 10%를 줄이는데 네덜란드는 10년 걸렸습니다. 우리는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한 번에 30%를 줄이려고 하는데 그보다 단계적으로 줄여 충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근로시간을 30% 줄이면 소득도 그만큼 감소합니다. 이것을 누가 부담하느냐. 이런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있어야 합니다. 또 65세 이상 중 일하고 싶은 사람이 60%입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근로시간이나 최저임금과 관계없이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소상공인 적합업종 지정을 강조하셨는데.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이 27%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에 근접합니다. 정책실패의 부산물입니다. 이렇게 만들어놓고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경쟁하라는 것은 말이 안되는 얘기입니다.
1960년대 정부에서 차관 도입해 돈까지 줘가면서 재벌을 키웠습니다. 지금 재벌은 어떻게 보면 국민기업입니다. 그렇게 키워놨더니 재벌 3~4대가 문어발식으로 (소상공인 업종을) 뺏어간다면 이게 사회정의에 합당합니까. 정부가 그 정도 키워줬으면 골목으로 올 것이 아니라 글로벌로 가는 것이 역할입니다.

-중소기업 전용펀드를 계획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중소기업은 사업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도 지난해 한 회사를 인수하려고 300억원을 대출받아 670억원에 준비했는데 갑자기 대기업이 뛰어들어 인수했습니다. 790억원을 썼더군요. 다음날 공시를 보니 은행에서 100% 대출로 가져갔습니다. 신용등급도 우리 회사가 더 높았습니다.
대기업은 제조업 기반이니 담보 잡고 계열사 보증받아 몇천억 원을 쉽게 빌리는데 중소기업은 아무리 좋은 회사도 돈 빌리기 쉽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시장경제입니까. 성장사다리가 필요합니다. 10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전용 벤처펀드를 만들자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현행 모태펀드 규모로는 이런 구조를 깨기가 쉽지 않습니다.
KDB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도 이제 대기업 지원보다 중소기업 전용 정책금융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지금 대출의 75%가 대기업입니다. 산업은행은 대기업에 돈을 빌려줄 목적으로 차관을 도입하기 위해 만든 곳입니다. 목적을 다했으니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중소기업 전용 정책금융으로 기능을 전환하는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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