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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禁女 벽을 깨다…"140m 정유타워 무섭지 않아요"

[인터뷰]SK인천석유화학 최초 여성 생산직 교육생 정보경씨(25), 두번째 여성 기술직 엔지니어 이해은씨(26)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입력 : 2017.06.12 11:36|조회 : 6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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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인천석유화학 최초의 여성 생산직 교육생으로 선발된 정보경씨(왼쪽, 25)와 여성으로는 두번째 엔지니어로 입사한 이해은씨(오른쪽, 26).
SK인천석유화학 최초의 여성 생산직 교육생으로 선발된 정보경씨(왼쪽, 25)와 여성으로는 두번째 엔지니어로 입사한 이해은씨(오른쪽, 26).
"SK인천석유화학 공장에서 제일 높은 플라스틱 정제타워 높이가 140미터(m) 정도인데 정기보수할 때 아니면 못 올라간다고 하더라구요. 내후년까지 기다려서 빨리 올라가 보고 싶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거든요."

남성 생산직 직원들도 올라가길 두려워한다는 고층 정제타워에 올라가겠다고 얘기하는 이는 SK인천석유화학 교육생 정보경씨(25)다. 정씨는 SK인천석유화학 설립 이후 48년 역사상 처음으로 선발된 생산직 여성이다. 올해 2월 선발된 정씨는 2018년 2월까지 2년 간 진행되는 교육과정을 잘 마치면 정규직 사원이 된다. "올해 현장 교육 과정에서 아파트 14층 높이 정제타워에 올라가봤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재밌었다"는 정씨의 목소리에서 금녀의 벽을 깬 당찬 기운이 느껴졌다.

SK인천석유화학은 생산직인 정씨를 선발하기 앞서 올해 1월에는 창사 이래 두번째 여성 기술직 엔지니어인 이해은씨(26)도 채용했다.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며 가볍지 않은 일터라 남성 구성원의 전유물이었던 정유·화학공장에서는 다소 파격적인 시도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남녀 구분 없이 능력 위주로 선발하겠다는 취지이며 조직 문화를 혁신하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엔지니어로 채용된 이씨는 SK이노베이션 신입사원 공통 교육과정을 거친 뒤 리포머(정제설비의 일종) 공정에 배치됐다.

SK인천석유화학 교육생 정보경씨(25)는 48년 간의 SK인천석유화학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처음 선발된 생산직이다./사진제공=SK인천석유화학
SK인천석유화학 교육생 정보경씨(25)는 48년 간의 SK인천석유화학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처음 선발된 생산직이다./사진제공=SK인천석유화학
이들이 금녀의 벽을 깨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선입견'이었다. 지난해 4월 다니던 학교에서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을 견학온 뒤 정유사 생산직으로 취업하겠다 마음 먹었던 정씨에게 담당 교수는 "절대 안된다. 진로를 바꿀 생각이 없느냐"고 말했다. 금녀의 영역에 도전하려는 정씨를 생각하는 교수의 조언이었다. 주변에서는 여성은 거의 뽑는 인원이 없다며 걱정했다.

하지만 정씨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다. 정씨는 "다른 친구들이 바이오쪽 수업을 들을 때 장치나 안전 위험물쪽 수업을 들었다. 목표가 확실했고 정말 오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SK인천석유화학 최초의 여성교육생으로 선발된 뒤 담당 교수는 정씨에게 "와서 후배들에게 강의를 한 번 해달라"고 말했다. 정씨는 "인식을 바꿨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뿌듯하고, 제가 이뤄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성취감이 컸고 좋았다"고 말했다.

이씨도 주위 친구들의 만류가 심했다. 이씨는 "인식의 벽이 높아서 정유사 엔지니어에 지원해도 면접까지 가는 여성 지원자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장치산업 특성상 여성은 힘들어 할 것이다라는 인식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도 SK인천석유화학 엔지니어로 합격한 뒤 후배들로부터 "언니, 어떻게 준비하신 거냐"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SK인천석유화학 창사 이래 두번째 여성 엔지니어인 이해은씨(26)는 "다방면으로 활약할 수 있는 만능 기술 엔지니어가 되서 여성은 못한다는 인식과 벽이 깨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사진제공=SK인천석유화학
SK인천석유화학 창사 이래 두번째 여성 엔지니어인 이해은씨(26)는 "다방면으로 활약할 수 있는 만능 기술 엔지니어가 되서 여성은 못한다는 인식과 벽이 깨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사진제공=SK인천석유화학
유리천장을 깰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여성이라는 생각과 한계를 버린 것"이라고 답했다. 공대였던 정씨는 반장이나 조장 등을 빠짐 없이 할 만큼 성격이 적극적이었다. 남자들 사이에서도 체육대회를 이끌 만큼 기죽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씨도 "남자들과 야구를 할 때도 매니저로 나서서 경기를 잡고, 스쿠버다이빙도 하는 등 제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을 좋아했다"며 "여자라서 이런 것은 못하겠다는 한계를 갖지는 않고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잘 적응하는데는 SK인천석유화학의 자유로운 조직 문화도 한몫했다. 정씨는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다른 정유사는 분위기가 많이 딱딱하고 군대식 문화라고 얘기들을 하는데, 선배님들이 얘기도 잘 들어주시고 술도 강권하지 않고 열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SK그룹 문화가 자유로운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도 "정유사에 취업한 여성 엔지니어는 많지 않은데 그런 면에서 인식이 트인 곳인 것 같다. 회식도 와인을 마시고 영화를 보는 등 편한 분위기라 좋다"고 말했다.

여성 2인방이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엔지니어·생산직이 되어 인식을 바꾸는 것이 향후 포부다. 정씨는 "배치 받고 현장서 발로 뛰고 잘 적응해서 여자가 가기 힘든 곳이 아니라, 열심히 해서 할 수 있다고 생각 바꾸는 계기가 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도 "다방면으로 활약할 수 있는 만능 기술 엔지니어가 돼서 여성은 못한다는 인식과 벽이 깨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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