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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업법 제정 대신 자본시장법 고쳐야…개정안 직접 만든다"

[머투초대석]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文정부, '참여정부처럼' 금융권 낙하산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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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 황영기 회장 인터뷰
금융투자협회 황영기 회장 인터뷰
"자본시장법 제정 당시 신탁업이 포함된 것은 금융투자업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신탁업 발전을 위해서라면 법을 새로 만드는 대신 자본시장법을 고치면 된다. 이런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난 황영기 금투협회장은 "신탁업법 제정은 '동일기능 동일규제'라는 자본시장법 대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국회의원 입법 청원을 통해 "신탁업 발전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금융위원회의 신탁업법 제정 움직임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황 회장은 신탁업법 분리·제정 논의는 자산운용업을 넘보는 은행의 의도가 담겨 있다며, 은행의 업무영역 확대로 다른 금융권 종사자들의 피해를 본 역사가 있는 만큼 동반성장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행이 방카슈랑스를 팔면서 보험설계사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펀드를 팔면서 증권사 일자리도 빼앗았다"는 것. 실제로 은행은 1998년 펀드판매를 시작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해 왔다. 2003년에는 방카슈랑스 판매를 시작했고 2010년에는 투자자문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을 계기로 일임업도 발을 들였다.

이와 함께 황 회장은 금융투자업계의 창의적인 상품 개발을 위한 제도적 지원 대책도 소개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ISA 시즌2', 오는 7월 개장을 앞둔 전문투자자 대상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Pro-OTC 등도 이 같은 맥락이다.

다음은 황 회장과의 일문일답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에서 신탁업법을 분리·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신탁시장 활성화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신탁업법 별도 제정은 반대한다. 동일기능 동일규제라는 자본시장법의 대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서다. 2006년 신탁업법이 폐지될 당시 11차례의 공청회를 거치는 등 충분한 논의가 있었고, 자본시장법이 신탁업법의 정의와 업무범위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어 대체입법이 불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바 있다. 신탁업이 금융투자업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해 자본시장법에 포함시켰던 것인데, 당시와 현재의 금융환경은 큰 차이가 없다.

-제도적 한계 때문에 금전신탁 외 유언·애완견 신탁 등이 어려운 것은 사실인데.
▶은행권에서 내놓은 신탁업 관련 아이디어 중 좋은 게 많다. 다만 그것을 위해 신탁업법을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신규 입법보다는 규정을 고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실제로 비금전재산에 대한 규율이 어렵다거나 수탁가능 재산이 금전신탁에 편중돼 있다는 점은 2012년 자본시장법 개정안 제출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전례가 있다. 협회 차원에서 신탁업법 발전을 위한 내용의 (국회를 통한 청원 입법 형태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금융투자협회 황영기 회장 인터뷰
금융투자협회 황영기 회장 인터뷰
-은행권은 신탁업법 제정을 계기로 금융업간 전업주의에서 겸업주의 전환을 주장한다.
▶겸업주의 전환을 운운하는 건 은행의 '갑질'로 비춰질 수 있다. 국내 금융환경과도 맞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보험·증권을 포함하는 금융지주회사를 만들지 않았나. 금융지주사 차원에서 이미 겸업이 이뤄지고 있고 현 체제가 금융업권간 균형발전을 위한 틀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겸업주의로 전환하면 증권사의 은행업 진출도 허용할 것인가. 지금까지 증권이나 보험업종 종사자들은 은행권의 무한팽창으로 피해를 봤다. 은행이 방카슈랑스를 팔기 시작하면서 보험설계사 십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증권사 임직원 수 감소는 주식거래량 감소도 원인이지만 은행이 펀드를 팔면서 증권사 일자리를 가져간 것도 한몫했다.

-코스피가 10년간의 박스권에서 벗어나 2400대를 넘보고 있다.
▶박스피(박스권과 코스피의 합성어)는 기업 수익이 좋지 않았고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도 컸기 때문이었다. 이제 두 가지 모두 해소됐다. 우선 이익 측면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10~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새 정부하에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도 크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기업의 대주주가 경영을 잘한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그 과실이 오롯이 일반 주주에게 돌아갔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엘리엇이 삼성을, 소버린이 SK를 공격한 이유였다. 하지만 지배구조 투명화를 추구하는 새 정부에서는 기업이 더 이상 대주주들의 사익 추구 도구로 쓰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거침없는 주가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나.
▶올 들어 주가 상승은 실적과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두 바퀴로 가능했다. 유동성 장세나 투기에 의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무난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수요 측면에서는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다. 기존에는 주택을 사거나 전세 임대를 위해 수억원의 목돈을 쏟아부었지만, 이제는 주택 임차 유형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남은 여유자금은 자본시장으로 흘러들어올 것이다. 현재 DB형(원금보장형)이 주축인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역시 앞으로는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형태가 늘어날 것이다. 1~2%대 저금리를 견디는데 한계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투자업계가 고객들에게 좋은 투자 상품을 공급하는 게 과제다.

-좋은 금융상품을 만들기 위해 금투협은 무엇을 준비 중인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좋은 상품을 쉽고 자유롭게 만들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돕는 게 금융투자협회의 역할이다. 구체적으로는 'ISA 시즌 2'를 진정한 국민 만능계좌를 만들고 싶다. 만 18세 이상 전 국민으로 가입자격을 확대하고, 중도인출 자유화, 서민형 전액 비과세, 가입기간 영구화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택, 학자금 마련 등 특정 목표를 설정하는 '목적형 ISA'도 추진하고 있다. 모험자본 육성을 위한 전문투자자 대상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Pro-OTC'도 다음 달 출범한다.

금융투자협회 황영기 회장 인터뷰
금융투자협회 황영기 회장 인터뷰

-금융투자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중에 대기자금이 1000조원에 가까운데도 자본시장으로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증권·자산운용사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격 변동성이 존재하는 금융투자업 특성상 불만이 높을 수 있지만 신뢰까지 낮을 필요는 없지 않나.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손해가 나더라도 설명을 정확하게 하면 고객이 떠나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가 고객에게 이익이 되는 상품보다는 자신들이 수수료를 많이 버는 상품을 추천하지 않았는지, 고객 이익보다 회사와 직원의 이익을 앞세우진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M&A(인수합병) 등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영역에서도 외국계 IB(투자은행)에 대항하려면 좋은 평판, 신뢰를 쌓아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스스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고 정책적으로도 글로벌 대형사들과 정면으로 승부하려면 규모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마이너리그, 코리안리그를 만들어가야 한다.

-새 정부의 첫 금융위원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역대 정부를 돌아보면 참여정부 시절에 금융권 인사 청탁이 가장 덜했다. 당시 우리은행장을 지냈는데 모든 인사를 (정부 간섭없이) 행장 마음대로 했다. 새 정부가 참여정부를 계승하는 만큼 금융권 낙하산도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최고경영자(CEO) 인선에 정부가 개입해서는 절대 안 된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사의 자리보전을 위해 수천억원, 수조원 가치의 회사를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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