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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공공변호인제, 변협·법원·법무부 아닌 중립기구가 맡아야"

[the L][인터뷰] 영화 '재심' 실제 모델 박준영 변호사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입력 : 2017.06.2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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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하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운데) 자격으로 서울 여의도 IFC몰에 있는 한 영화관에서 영화 재심 김태윤 감독(오른쪽)과 이 영화의 실제 모델인 박준영 변호사(왼쪽)가 이야기를 하며 영화관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지난 2월 하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운데) 자격으로 서울 여의도 IFC몰에 있는 한 영화관에서 영화 재심 김태윤 감독(오른쪽)과 이 영화의 실제 모델인 박준영 변호사(왼쪽)가 이야기를 하며 영화관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문재인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9일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중 검토해 내년 중 입법절차를 마무리하고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모든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공무원으로 임용한 변호사나 계약변호사가 각 수사기관에 배치돼 경제력이 없는 피의자에 대한 수사단계부터 공판단계까지 형사소추 전 과정에 걸쳐 국가의 비용으로 형사변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현재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구속된 경우 △피고인이 미성년자 또는 70세 이상인 경우 △피고인이 청각·언어장애가 있거나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경우 △피고인이 3년 이상 징역·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되는 등 경우에 변호인이 없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토록 하고 있다. 빈곤 등의 이유로 사선변호사를 선임할 여력이 없는 피고인이 청구할 경우 법원 재량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법원이 직접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규정에서 눈 여겨 봐야할 부분이 바로 '피고인'이라는 단어다. 수사가 끝난 후 재판에 넘겨진 이를 뜻한다. 지금은 수사단계에서 국선변호인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초기 수사단계에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게 하자는 게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의 취지다.

그러나 이미 시행하고 있는 국선변호인 제도의 기능·한계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좋은 제도라는 이유로 무작정 도입을 추진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례 나라수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등 유죄가 확정된 사건의 재심을 이끌어내 끝내 피의자의 무죄를 밝혀낸 박준영 변호사(박준영 법률사무소)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전화통화에서 "기존 국선변호인제도가 어느 부분에서 취약했고 어떻게 수사단계에 개입토록 하는 게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변호사 스스로가 국선변호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그는 "사건 초기단계에서 수사과정에 변호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적었다"며 "하지만 기존 제도가 막연히 미흡했다고 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으면 제도의 취지가 살아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가 새 제도도입을 앞두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으로 꼽는 점이 바로 주관기관이 어딘지 여부다. 공공변호인을 확충해 수사단계에서부터 투입한다더라도 전국 형사피의자 전부에게 변호인을 붙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정하기 위해서는 중립성과 전문성이 담보된 기구가 제대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박 변호사는 기존 국선변호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사법부(법원)를 비롯해 법무부, 대한변협 등 법조3륜 집단 중 그 어디도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도맡아 운영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소하고 변호하는 주체가 아닌 판단하는 주체인 법원이 공공변호인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이 선수를 임명하는 어색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박 변호사는 아울러 "소외계층에 대한 무료변론 서비스 등을 실시하는 법률구조공단만 해도 민사분야가 아닌 형사사법 분야에서는 무력했다"며 "법률구조공단을 운영하는 법무부 역시 수사당국인 검찰에서 독립되지 못하다보니 형사피의자에 대해 중립적인 조력자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의 직역단체인 대한변협 등도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주관기관으로 완벽하게 적격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변호사단체도 공익을 추구하기보다 이익단체로서 성격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며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사법서비스 자원의 배분을 결정할 기구로는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주관기관이 중립적·객관적이어야 할 이유는 정말 국가비용으로 형사방어권을 보장해줘야 할 이들을 엄정한 기준으로 선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자칫 파렴치범들이 작정하고 제도를 악용할 여지가 생기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억울한 피의자들에게 적절한 형사변호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형사사법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기존에 국선변호인으로 활동한 경험이 많은 이들과 사법피해자 구제를 위한 시민단체 활동가, 일선 수사기관의 담당자, 재판기관 관계자 등이 함께 참여해서 제도를 면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며 "외국에서 공공변호인청과 같은 기관을 잘못 뒀다가 인건비만 집행하고 제대로 된 활동은 전혀 못하는 등 사례도 참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6월 20일 (11:33)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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