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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노무현 의원실 청소한 비정규직, "깨끗한 국회 꿈꿔요"

[the300][피플]31년째 국회 미화원으로 일하는 정미희씨, 국회가 직접고용 '정규직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입력 : 2017.06.27 04:31|조회 : 7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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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미화원 정미희씨/사진= 정진우 기자
국회 환경미화원 정미희씨/사진= 정진우 기자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에서 처음으로 대통령 취임식을 가진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지난달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까지 7명의 대통령이 이곳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이들 7명의 취임식을 모두 현장에서 지켜 본 사람이 있다. 민주정의당 시절인 1986년부터 31년째 국회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는 정미희(66세, 사진)씨가 그 주인공.

정 씨는 국회의 산증인이다. 역대 국회의장은 물론 의원들의 이름을 꿰고 있다. 각 당 대표실, 원내대표실, 의원실 등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지금은 국회 의정관을 청소한다. 그가 국회에 처음 왔을 땐 허허벌판이었다. 의사당 본관 건물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다고 한다. 매일 새벽 5시부터 이곳을 치웠다. 정 씨는 "새벽에 출근해서 오후 4시 퇴근할 때까지 국회를 내 집처럼 깨끗하게 청소했다"며 "31년동안 단 하루도 결근하거나 조퇴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정 씨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1980년대 말 노 전 대통령 방을 청소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의원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늘 인간적으로 대했다"며 "누구하나 차별하는 일도 없었고 항상 얘기했던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했던 게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정 씨는 지금 국회의원들과 80년대 국회의원들의 차이점을 '정(情)'이라고 했다. 그땐 서로 싸우고 다투고, 아무리 사이가 틀어져도 정으로 모든 것을 풀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국회의원들은 정이 참 많았던 것 같다"며 "지금처럼 각박하게 서로를 대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들에게 협치를 강조하는데, 바로 그 ‘정’이 협치를 위한 도구가 아닐까한다"며 "지금 의원님들도 서로 정을 베풀면서 협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환경미화원 정미희씨는 시간이 날때마다 탕비실에서 그림을 그린다.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적 없지만, 30년 넘게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보니 전문 화가 못지않는 실력을 자랑한다./사진= 정진우 기자
국회 환경미화원 정미희씨는 시간이 날때마다 탕비실에서 그림을 그린다.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적 없지만, 30년 넘게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보니 전문 화가 못지않는 실력을 자랑한다./사진= 정진우 기자

정 씨는 지난해말까지만해도 비정규직이었다. 그가 국회에 오기 직전인 1984년까지 국회 청소 근로자들은 기능직 공무원있었다. 하지만 당시 국회가 갑자기 용역회사에 청소를 맡겼다. 30년 넘게 외주 용역에 맡긴 탓에 이들의 신분은 비정규직이었다. 올해 초 정세균 국회의장이 청소 근로자 정규직화 작업을 한 덕분에, 국회 사무처가 청소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몇가지 행정적 절차가 끝나면 근로자들은 올 연말 이후 정규직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공공기관 일자리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 국회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정 씨는 "처음 국회에 왔을 땐 60명이 일했는데 지금은 207명으로 늘었다"며 "정규직 전환 작업이 진행되면서 여기서 일하는 우리들도 신분의 안정성이 생겨 신바람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나이 든 사람들의 정규직 문제보다, 비정규직 청년들의 정규직화가 시급하다고 걱정을 돌렸다.

정 씨는 "국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짐을 싸서 나가는 청년들을 보면 내 자식같은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청년 일자리가 정규직화돼야 마음 편히 일하고 결혼해서 애도 낳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30년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하다보니 그 심각성을 절실히 느낀다"며 "비정규직 청년의 정규직화는 실업문제, 인구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씨는 정년이 3년 정도 남았다. 앞으로 3년간 더 깨끗하게 국회를 관리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에게 당부하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가 국회를 깨끗하게 청소할테니, 의원님들은 제발 서로 싸우지 말고 깨끗한 정치를 해주세요. 오직 국민들만 바라보면서 정치를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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