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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음악을 알아?”…“아니, 음악이 나를 알지”

[인터뷰] ‘제1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장고’의 에티엔 코마 감독

머니투데이 제천(충북)=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7.08.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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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장고'의 에티엔 코마 감독. 그는 이번 작품로 장편 영화에 처음 데뷔했다. 코마 감독은 벨기에 출신 집시스윙 재즈기타리스트 장고 라인하르트의 음악적 성과보다 나치 치하의 뮤지션의 태도와 역할에 대한 내용을 이번 작품에 대부분 담았다. /사진=김고금평 기자<br />
제1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장고'의 에티엔 코마 감독. 그는 이번 작품로 장편 영화에 처음 데뷔했다. 코마 감독은 벨기에 출신 집시스윙 재즈기타리스트 장고 라인하르트의 음악적 성과보다 나치 치하의 뮤지션의 태도와 역할에 대한 내용을 이번 작품에 대부분 담았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제1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장고’는 기대와 사뭇 달랐다. 벨기에 출신의 두 손가락 집시스윙 재즈 기타리스트 장고 라인하르트의 삶이 오로지 ‘음악’에 맞춰질 줄 알았는데, 상당 부분 비하인드 스토리에 묶여있었기 때문이다.

화재로 왼쪽 손가락 두 개를 잃은 뒤 장고의 삶은 집시 인생으로 요약된다. 기타를 연주할 손가락이 두 개뿐이다 보니 남들과 ‘다른’ 연주법을 터득했고, 이는 곧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삶을 상징하는 지표였다. 하지만 영화 시작 7분간 맛깔난 연주를 제외하곤 작품은 수난받은 음악 장르의 정치 여정으로 흘러간다.

11일 충북 제천시 청풍면 레이크호텔에서 만난 에티엔 코마 감독은 “흥미로운 시기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물론 기타리스트의 음악적 창의성과 주법, 시대에 미친 영향도 중요하지만, 뮤지션이 어려운 시기에 어떤 입장을 견지하는지 음악과 연결하는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했어요. 뮤지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들은 많으니까요.”

코마 감독이 특히 주목한 건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나치 점령하에 놓였던 기간이다. 자유로운 집시 재즈를 억압하고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던 나치 음악에 ‘작지만 큰 울림’의 반기를 든 장고의 고뇌와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작품 내용 대부분이 일반인에겐 잘 안 알려진 내용이다.

제1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장고'.
제1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장고'.

“장고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기록은 사진 300개 정도와 영상 4분짜리 하나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본인 스스로 남긴 기록이 없어서 그의 이야기는 신화처럼 전해 내려오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장고 아내의 인터뷰, 아들 바비크, 손자, 전기 작가 등을 통해 감춰진 기록들을 복원했어요. 영화는 모두 실화예요.”

영화에서 규율과 원칙에 투철한 독일 군대에 반하는 가치로 등장하는 집단이 집시다. 집시와 어울려 사는 장고는 매일 밤 술과 담배를 즐기며 어울려 놀기를 주저하지 않지만, 자유와 방종의 경계에서 그는 늘 ‘모범적’이다. 집시에게도 나름의 규율이 있다는 게 감독의 설명.

“집시의 삶은 유교의 이념과 비슷해요. 나이 분들을 공경하고 예술을 품고 살며 아는 것을 기록하지 않고 구두로 전승하거든요. 소유 개념이 없고 일을 의무로 규정하지 않는 게 차이라면 차이랄까요. 장고의 모범성은 그런 집시의 규율에서 나온 셈이죠.”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 나치의 강요로 독일 투어 무대에 오른 장고와 독일 장교의 대화다. 무대가 시작되기 전, 장교가 이렇게 요구한다. 장조 음계 중심으로 연주, 알레그로와 프레스토 같은 빠른 템포들은 금지, 당김음은 전체 5% 이내, 독주는 5초 이하. 속주가이자 단조 중심의 스윙 전문가인 장고에겐 모두가 ‘불허 항목’인 셈. 장교는 모든 원칙을 말한 뒤 장고에게 이렇게 묻는다. “니가 음악을 알아?” 장고는 대답한다. “나는 음악을 모른다. 음악이 나를 알지.”

에티엔 코마 프랑스 감독. /사진=김고금평 기자<br />
에티엔 코마 프랑스 감독. /사진=김고금평 기자

코마 감독은 이 말 한마디가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누구인지, 음악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키워드라고 생각해요. 집시들은 배속에서부터 음악을 듣고 자라며 음악으로 모든 세대를 연결하죠. 장고는 그 집시를 아우르는 대가였고, 집시 커뮤니티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척추 역할을 했어요. 장고의 말 한마디는 또 ‘우리의 자유를 방해하지 말라’는 독일군을 향한 집시의 경고이기도 하고요.”

실제 록밴드 보컬로 활동하며 클라리넷도 연주하는 코마 감독은 이 영화에 3년 6개월을 매달리며 장고의 ‘음악’과 ‘의식’에 주목했다.

1940년대 낙후한 기술로 녹음된 장고의 실제 음악들은 영화에서 다섯 손가락 집시 기타리스트가 장고와 ‘비슷한’ 주법으로 녹음해 질을 높였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전쟁이 끝난 후 울려 퍼지는 집시를 위한 진혼곡(레퀴엠)은 장고가 직접 만든 곡이다. 전쟁 중에 희생된 소수 민족을 위해 그가 무엇을 고뇌하고 어떻게 도왔는지 알 수 있는 의식의 소산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8월 13일 (17:11)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고금평
김고금평 danny@mt.co.kr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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