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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여성일자리 확대돼야 저출산·고령화 문제도 해결"

[머투초대석]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성평등은 남성 몫 축소 아닌 '파이'를 키우는 것…'젠더' 관점서 정책마련·담론 창안자 역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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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사진=김창현 기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사진=김창현 기자
“안정된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택하지 않는다. 여성 일자리와 돌봄서비스, 저출산 문제는 하나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 이 선순환 구조의 복원이 핵심가치가 되지 않으면 한국이 겪고 있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의 견해다. 그는 여성의 직업 안정성과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노동조건, ‘독박육아’ 없는 성평등 문화 등이 갖춰지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를 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저출산은 국가존립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왔다. 올해 상반기 신생아 수는 18만8500명으로 지난해보다 12.3% 감소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1.07명 이하로 세계 최저가 된다. ‘인구절벽’을 넘어 대한민국이 소멸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근거이자 배경이다.

정 장관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언급한 이른바 ‘파이확대론’도 거듭 말했다. 그는 “성평등은 파이 10개 중 7개 남성의 몫을 여성에게 나눠주는 게 아니라 시너지 효과를 높여 전체 파이를 크게 만드는 것”이라며 “파이를 늘리지 않으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살아남을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새 정부 초대 여가부 장관으로서 여성·가족·청소년 정책 전반을 이끌고 있는 정 장관을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만나 정책 구상을 들어 봤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사진=김창현 기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사진=김창현 기자
-새 정부의 여가부가 과거 정부의 여가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성평등이 전체 국정 기조의 핵심 가치가 되도록 하려는 소명의식이 강해졌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여가부는 부처 중 하나가 아니라 18개 부처 모두에 녹아들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단순히 여성 관련 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 부처의 정책과 사업이 어떻게 ‘젠더’ 관점에서 검토돼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파이 10개 중 남성의 몫 7개에서 2개를 여성에게 주도록 하는 게 여가부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평등이 전체 국정 기조의 핵심가치로 들어가면 파이를 12~13개로 늘릴 수 있다.

-일자리를 중시하는 국정기조를 고려하면 여성의 일자리 확대도 필수적일 것 같다.
▶여성 일자리를 늘리는 일은 국가적 과제다. 또 이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직결돼 있다. 안정된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택하지 않는다. 불충분한 보육 서비스는 여성 경력단절의 원인이다. 여성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돌봄서비스가 맞춤형으로 제공돼야 한다. 즉 여성 일자리와 돌봄서비스, 저출산 문제는 하나의 고리로 이어져 있다. 이 선순환 구조의 복원이 핵심가치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령화에 따른 엄청난 부담을 사회가 져야 한다.

-여가부는 어떤 해법을 갖고 있나.
▶보육 서비스 지원과 더불어 여성의 직업 안정성과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 여성이 야간 근무, 장시간 근로 등 사실상 아이를 돌볼 수 없는 노동조건에서 일한다면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노동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가사서비스 분담도 중요하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남성은 가사서비스에 하루 30분을, 여성은 3~4시간을 쓴다.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혼자 다 뒤집어 쓴다’는 ‘독박육아’ 문화가 해소되려면 사회적으로 성평등 의식이 확산돼야 한다. 실질적 분담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아빠 육아휴직을 늘리고 ‘명절에 함께 일하기’ 등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아이돌봄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많다. 이를 늘려갈 방안은.
▶아이돌봄서비스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가 있다. 수요는 많은데, 아이돌보미의 수당은 시간당 6500원, 최저임금 수준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그래서 내년 예산을 확보해 아이돌보미 수당을 인상하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이돌봄서비스의 정부 지원 시간을 늘리는 일도 중요하다. 올해 추가경정예산 11억3000만원을 확보해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한 시간제 돌봄 정부 지원시간이 연간 480시간에서 600시간으로 확대됐다.

-여가부의 일자리 창출정책 방향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일자리 창출은 사회서비스 확대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 정책 중 하나가 ‘스트리트 워커’(Street worker)다. 스트리트 워커가 거리의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아이들에겐 적절한 기술을 가르쳐 취업을 도울 수 있다. 거리에서 배회하는 학교 밖 청소년을 일자리로 연결해주는 일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인 동시에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우리의 사회·복지정책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꿔 가는 과정에서 새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사진=김창현 기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사진=김창현 기자
-취임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용기 있게 대면하자”고 했다. 복안이 있다면.
▶현재 여성인력은 도·소매업, 보건업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에 편중돼 있다. 일자리 증가가 기대되는 전문, 과학 기술서비스 종사자는 36만7000명으로 남성의 절반 수준이다. 자연계, 공학계 전공 여대생 비율이 20%가 안 된다는 통계도 있다. 여가부는 새일센터를 활용해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고부가가치 직종 직업훈련을 확대 중이다.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부처와 협력으로 여성 인재의 이공계 진출도 도우려고 한다.

-올해 세계한민족네트워크(KOWIN)의 주제도 ‘제4차 산업혁명과 여성의 역할’이다. 어떤 논의가 이뤄지나.
▶17회째인 KOWIN은 전 세계에 흩어진 한인 여성리더들이 모여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과 여성의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다. 4차 산업혁명과 여성 문제를 연결하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해외 리더들과의 네트워크에서 정보를 얻는 일은 중요하다. 실질적 성평등을 통해 미래사회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스토킹 등 최근 사회적으로 젠더폭력 문제가 부각돼 왔다. 대응책이 있나.
▶20~30대 젊은 여성들을 만나보면 그들이 느끼는 젠더폭력은 굉장히 심각하다. 여성들이 겪고 있는 불안과 고통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알려질 필요가 있다.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젠더폭력관련처벌법’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젠더폭력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알려 예방하려 한다. 그 다음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된 기록물의 삭제비용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또 소송을 원하는 피해자를 위해 내년부터 무료 법률 지원 서비스 지원을 하려 한다.

-장관이기 이전에 역사학자로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 이에 대한 견해는.
▶피해자의 의견을 듣지 않고 밀실에서 이뤄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는 문제가 있고 새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외교관계는 상호관계이므로 어려운 문제다. 위안부 문제는 한·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이슈로 접근하려 한다. 이를 전제로 기념하고 기억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흩어져 있는 위안부 관련 자료를 모으고 연구하는 공간이 생겨야 한다. 연구소와 박물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위안부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만 했지 실질적으로 해야 할 기본 작업을 하지 않았다. 재임 기간 기초를 깔아 놓는 작업을 하려 한다.

-다른 부처보다 더 악성 댓글에 시달린다. 명칭 때문에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명칭과 정체성에 대한 의견은.
▶명칭은 여가부의 정체성과 관련이 깊다. 명칭 변경을 두고 의견이 다양해 토론과 합의가 더 필요하다. 다만 여가부가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은 중요하다. 여가부의 핵심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리지 않으면 미니 부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사업만 할 게 아니라 ‘담론의 창안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미 저출산이 사회적 이슈가 되던 초기에 한 민간 경제연구소가 명쾌한 결론을 내렸다.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고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파이를 늘리는 일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가부는 성평등 사회 실현을 통해 한 쪽의 몫을 뺏는 것이 아니라 시너지 효과를 높여 우리 사회가 한층 더 민주적인 사회로 나아가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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