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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과한 환상 또는 불안 지양해야"

[인터뷰]'알뜰하게 쓸모있는 경제학 강의' 저자 유효상 차의과대학 경영대학원장

머니투데이 유재석 칼럼니스트 |입력 : 2017.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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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만난 유효상 차의과학대학교 경영대학원장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유재석 칼럼니스트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만난 유효상 차의과학대학교 경영대학원장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유재석 칼럼니스트
최근 1~2년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대표 키워드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시대가 눈앞에 왔다는 메시지도 심심찮게 보인다. 언론 보도 뿐 아니라 지난 대선에서도 이와 관련한 토론을 활발히 진행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정말로 별천지가 열리게 될까? 지난 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난 유효상 차의과학대학교 경영대학원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과 불안감을 갖고 있다"며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 마술과 구별되지 않는다"는 과학소설 거장 아서 클라크의 말을 인용해 현 세태를 꼬집었다.

유 원장이 최근 '알뜰하게 쓸모있는 경제학 강의'라는 책을 집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한 지식과 분석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출판 전에는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4회에 달한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며 이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파악하고자 했다. 토크콘서트에는 가정주부, 학생부터 80세에 이르는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유 원장은 "80세 노인이 4회 콘서트에 모두 참여했길래 이유를 물어봤더니 '나 같은 노인에게도 기회가 열릴 것 같아서 왔다'라고 답했다"며 "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가 관심을 갖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올바른 길잡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유 원장 일문일답.

-책을 집필한 목적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에 실체적 접근을 하고자 했다. 쓸데 없는 환상, 불필요한 불안감들을 갖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IT나 과학 영역에서는 한번에 세상이 바뀔 거라는 메시지들이 많이 보이는데, 대다수 경영, 경제학자들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더욱 중요한 건 일반인에게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장에 더 이상 사람이 없고, 3D프린터를 쓸 줄 모르면 일을 할 수 없다라든가, 초등학교부터 코딩 수업을 도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만을 주는 게 맞을까? 보다 실질적인 이야기를 하자는 목적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

-4차 산업혁명이란 키워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4차 산업혁명의 구체적인 청사진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신 기술이 사회를 혁신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고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과 불안만이 허공을 떠돌고 있는 셈이다. 세계 경제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고속도로가 만들어졌다면, 그 위에 교통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할지, 휴게소는 어디에 둬야 할 지 등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지를 안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에만 집착해 허둥지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바꿔놓을까?
▶인공지능과 로봇을 왜 만들어야할지 근본적인 궁금증을 가져야 한다. 그러다보면 결국 사람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람을 이해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학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짜여진 틀에서만 학습한다면 세계 75억 인구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될 것이다.

-인류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이 뺏을 것이라는 불안의 목소리도 들린다.
▶없어지는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난다. 그런데 한쪽 면만 강조하다보니 인간이 인공지능에 대체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것이다. 가령 아마존의 무인 매장 '아마존고'가 80명의 인력을 줄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스템을 개발·유지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불안감이 증폭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의 ROI(투자대비수익)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 이에 맞는 표준화된 설계가 필요한데,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표준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윤리, 도덕의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잘 드러나는데,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있는지에 대한 가치판단이 대표적이다. 이는 인류 사회에서도 결론내리지 못하는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 해결되지 않은 윤리적 판단의 영역들이 여전히 산재해 있는데, 무인자동차를 곧바로 도입할 수 있을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완전한 대체는 안된다 하더라도 일자리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어느 분야에서 변화가 클 것으로 생각하나.
▶인공지능이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분석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들은 이미 기득권을 갖고 있는 집단이다. 인공지능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이 직군의 전문가들이 한순간에 직업을 놓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 정치,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인공지능이 고급 인력의 보조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전문 인력의 후천적 학습 영역을 보조한다는 의미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5년 간 쌓아야 하는 법률지식을 로봇이 1주일 만에 학습해 돕는 식이다. 물론 인공지능이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는 세상이 언젠가는 올 수도 있겠지만 중간 과정도 없이 신기루를 보여주는 것은 과장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기회와 위기는 무엇인가?
▶변화에 대응하는 네 가지 그룹이 있다. 변화를 일으키는 그룹, 감지하고 편승하는 그룹, 무시하는 그룹, 아예 무지한 그룹이다. 정말로 위기는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는 자들에게 있다. 신조어 중 '우버드(Ubered)'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기존 원칙에 매여 있다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한 순간에 사라지는 현상을 함축한 단어다.
각자가 속한 영역에 따라 느끼는 강도가 다르다. 누군가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이 세고, 빠르다는 것은 사실이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그룹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올라탈 수 있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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