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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로 인생 2막 연 '용접공'

[피플]김수용 두산중공업 원자력3공장 기술수석차장...퇴근 후 날마다 그림 매진해 화가 데뷔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입력 : 2017.09.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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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에 위치한 개인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김수용 두산중공업 기술수석차장. /사진제공=두산중공업.
경남 창원에 위치한 개인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김수용 두산중공업 기술수석차장. /사진제공=두산중공업.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20여년간 용접공으로 일하며 이 분야 최고의 기능장이 된 것도 모자라, 퇴근 후 매일 4시간씩 붓을 들고 여태껏 1만8000시간에 달하는 노력을 쏟아부어 '화가'라는 제2의 직업을 가진 이가 있다. 두산중공업 원자력3공장에서 근무하는 김수용 기술수석차장의 이야기다.

김 차장이 붓을 처음 잡은건 2004년이었다.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희망퇴직으로 떠나는 이들을 보며 미래에 대한 고민이 싹트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두산이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며 민영화 되는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생기자 그는 고민을 실천으로 옮겼다. 스스로 행복한 길을 찾고, 노후도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당시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아내가 2년제 야간대학 아동미술교육학과 입학원서를 내밀었습니다. 졸업 후 미술 보육교사 자격증이 생기고, 아내 일도 도와줄 수 있어 여러모로 좋다고 추천해서 하게 됐죠."

1987년 입사후 줄곧 용접공으로 살아오던 그에게 미술은 낯설었다. 김 차장은 스스로를 "평생 용접봉만 잡아, 연필을 깎을 줄도, 제대로 다룰줄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첫 수업 과제는 주름 가득한 노인을 그리는 일이었다. 그저 손이 가는대로, 느끼는 대로 그렸을 뿐인데 미술학원 원장, 미술 강사들이 즐비한 곳에서 교수들로부터 '괜찮다'는 칭찬을 받았다.

이후 자신감이 붙은 김 차장은 매일 4시간씩, 주말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그림에 매달렸다.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에는 카메라를 들고 전국 산과 바다를 찾아다니며 소재를 찾았다. 그의 이런 모습을 지켜본 대학 동기의 추천으로 한국수채화협회에 가입하기도 했다. 여태껏 완성한 작품만도 100여점, 유명 대회서 수상도 여러번했다.

미술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는 그가 화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저는 용접도 철판 위에 그리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용접에도 직선미와 곡선미가 존재하는데 이런 감각이 그림을 그리는 데 일맥상통한 것 같습니다.

김 차장은 2007년 창원에서 첫 개인전을 열며 화가로 데뷔전을 치렀다. 2008년에는 아예 개인작업실도 마련해 그림에 몰두했다. 2011년엔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올해 12월에는 세번째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김 차장은 첫 개인전때 자신이 손으로 그린 자식들을 판매했던 그 경험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나는 아직도 아마추어라고 생각한다"며 수줍게 웃는 김 차장은 물감 값 정도만 받고 그림을 팔았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았다는 느낌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인생의 자양분이 됐다.

그의 나이는 올해 만 50세. 두산중공업에서 정년을 맞을 때까지 10년 남짓, 가능한만큼 회사와 그림을 병행할 예정이다. 그의 꿈은 정년 후 여유가 생기면 지역사회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사람을 찾아 도움을 주는 것. 그는 "붓을 쥘 수 있는 힘이 있을 때까지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이라며 "그림은 평생 친구이자 인생 그 자체가 됐다"며 웃었다.

강기준
강기준 standard@mt.co.kr

보고 들은 것만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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