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가짜약 선별능력 구축, 작은 희망 심고 싶었다"

이미경 한국MSD L&D(교육개발부) 팀장. /사진제공=한국MSD

“아프리카 가짜약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도 수많은 가짜약이 팔리고 있고, 효과가 없거나 독성으로 많은 환자들이 죽음에 이르고 있다”

약학 및 약학분석을 전공한 이미경 한국MSD L&D(교육개발부) 팀장은 지난해 ‘MSD 펠로우십’ 일환으로 탄자니아 가짜약 선별 역량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재능기부 봉사를 하는 것이 꿈이었던 이 팀장은 아프리카 위조·저품질 의약품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탄자지아로 떠났다. 하지만 현장에서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좌절’이었다.


의약품 관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스템’ 구축도 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탄자니아 한 대학 연구실에 가짜약을 분석할 수 있는 최신 기계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고 방치돼 있었다.

이 팀장은 “한국 등 선진국들은 의약품을 생산하고 관리하는데 규율이 엄격하고,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탄자니아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 팀과 함께 현지 약학대학 교수, 현지 제약사 직원, 연구소에 일하는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탄자니아에서 가장 많이 먹는 약인 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 분석법부터 교육했다.


이 팀장은 “탄자니아에는 제대로 된 약국조차 없었고 간신히 의약품을 구해도 약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최소한 가장 많이 팔리는 약만이라도 ‘진짜’를 먹을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탄자니아에는 의도적으로 속이고 만든 가짜약도 많지만, 기술력이 떨어져 가짜약(저품질 의약품)이 된 사례도 많다”며 “한번에 모든 시스템을 갖출 수 없으니 약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가짜로 판별된 약을 걸러내는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의약품 분석법과 분석기계 사용법 교육 후에도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었다. 의약품 분석기계를 사용하면 ‘화학폐기물’이 나오는데 탄자니아에서는 별도의 처리과정 없이 하수구에 버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학폐기물은 법으로 규정된 방법으로 적합한 과정을 거쳐 처리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프로젝트 팀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고, 결국 해결 방법까지 찾아냈다.

이 팀장은 “절박한 심정으로 다양한 실험을 한 끝에 프로젝트 팀원 중 하나가 보드카를 이용해 화학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냈다”며 “분석에 사용되는 화학 원료를 보드카로 대체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작은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다'는 이 팀장은 “가짜약 판별만 제대로 이뤄져도 불필요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 다행히 탄자니아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최근까지도 가짜약 판별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런 작은 변화가 다른 동아프리카 나라에 전파된다면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