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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채운 역사박물관…500만명 다녀갔죠"

[피플]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 "박물관은 정권.정부 아닌 국가 자산"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입력 : 2018.03.07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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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스포츠스타 토크콘서트, 시각장애 연주자의 피아노 선율, 역사 강의와 레미제라블 OST를 들을 수 있는 곳. 음향시설 잘 갖춰진 화려한 공연장이 아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다루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하 박물관) 얘기다.

박물관이 '지루한 역사를 배우는 곳'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접하는 '재미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데에는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61·사진)의 '디테일'이 묻어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주진오 관장을 만났다. 지난해 11월 신임 관장에 취임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역사 박물관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첫 역사학자 관장이다. 취임 직전까지 상명대학교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로 강단에 섰다.

주 관장은 "1948년을 건국절로 보는 시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박물관이기 때문에 역사학계에서 비판과 외면을 받아왔다"며 "관장이 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역사학계와의 소통채널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5개 학계를 순차적으로 초청해 비판의 목소리를 들었다. 박물관에 대해 가장 비판적이었던 인사를 강사로 초청해 직원들과 워크샵도 진행했다. 개관한 지 5년이 넘었는데 초청한 역사학자 대부분이 처음 와본다고 했단다.

주 관장은 "역사학계 통설과 중론에 바탕을 두는 박물관, 정부의 박물관이 아닌 국가의 박물관이어야 합니다"라며 "정부가 바뀌어도 뿌리가 굳건하게 지켜지는 박물관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직후 개관 5주년 행사를 했고 최근엔 '500만 관람객 돌파' 경사도 맞았다. 지난 1일 '삼일절 역사 콘서트'에는 직접 참석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여성 독립운동가 이야기를 들려줬다. 올해는 '제주 4·3 70주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70년'이 되는 해다. 내년엔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다.

2년이라는 길지 않은 임기 내에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해를 맡게 된 셈이다. 특히 주 관장은 '제주 4.3사건 70주년 기념사업 범국민위원회' 상임공동대표로도 활동해온 만큼 곧 있을 4·3 특별 전시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신기하게도 임기동안 중요한 행사들이 몰려 있더라고요. 30년 넘게 교수 생활과 다양한 활동을 하며 쌓아온 것들을 잘 집약해서 이 행사들을 잘 해내라는, 마치 '소명의식' 같은 게 느껴지더라고요. 이 분야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왔고 최고 전문가들이 누군지도 잘 알기에 '최고의 전시'를 해낼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달라진 점은 또 있다. 박물관에 서로 존중하는 평등 문화를 정착시킨 것. 학예사뿐만 아니라 청소, 용역, 경비, 교육실습생까지 전체 180여명 직원들과 한번 이상 점심을 먹으며 직원들 목소리를 듣고 문제점을 보완했다. 용역 계약을 맺었던 청소·보안 담당자들을 올해 1월부터 직접 고용 형태로 전환하고 65세 정년도 보장했다. 문화행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예술감독과 클래식 공연단에 권한을 일임했다. 박물관이 전시만 하는 일방적인 공간이 아닌 다양한 콘서트, 체험 공간을 경험할 수 있게 하면서 머리가 아닌 가슴에 감동이 오래 남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서다.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최근 사회 전반에 일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주 관장은 22년간 '여성사'를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여성 뿐만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시각을 바라보고 공감할 수 있는 '인권감수성'을 갖추기를 당부해왔다.

주 관장은 "(미투 운동은) 경제적으로 진보적인 사회를 이야기하면서 기본적·보편적 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취약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나이, 성별, 지위, 힘 구분 없이 오직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사고방식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지금 하나의 사회 혁명의 과정을 겪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성 없는 피해의식에 젖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자랑스럽고 긍정적인 역사 못지 않게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역사도 반성의 계기로 삼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역사에는 정답이 없어요. 다양한 역사 의식이 존재합니다. 객관적이고 균형있는 역사를 지향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또 아이들도 자꾸만 오고 싶어 하는 재미있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요.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강요된 애국심이 아닌, 이 나라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희생을 기억하면서 가슴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진정한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배영윤
배영윤 young25@mt.co.kr facebook

머니투데이 문화부 배영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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