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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치대교수, 59세창업 66세 코스닥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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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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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6.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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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10년 늘어난 중년, New Old] <2>정종평 나이벡 대표 "환갑지나 사회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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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 출신의 예순 여섯 정종평 대표는 신출내기 벤처창업가이다. 투자자를 모으고 공장을 설립하기까지 지난 7년간 교수 시절 상상도 못했던 궂은 일을 겪었다. 다른 사람들은 젊을 때 하는 게 벤처라고 하지만, 그는 "내게는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벤처이다"고 말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01@
굳이 발버둥치지 않아도 남부럽지 않은 노후가 보장된 삶이었다. 33년간 서울대 치대 교수를 지냈고 의학분야 여러 학회장도 맡았었다. 은퇴하고 병원을 차려도 됐고 제약회사 고문으로 가도 됐다.

그런 그가 벤처기업을 차려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그의 나이 예순 여섯. 제자 뻘인 투자자를 만나 고개 굽신거리며 창업한 회사이다. 20~30대에도 하기 힘든 일을 60대에 시작한 것이다. 이유는 단순 명쾌했다. "죽을 때까지 연구개발을 하고 싶어서"였다.

은퇴후 병원 차리거나 제약사 갈수도 있었지만
"죽을 때까지 연구개발 하고파" 2004년 벤처설립


지난 2월 정년 퇴임한 정종평 나이벡 대표가 회사를 설립한 건 2004년. 치과대학 연구센터인 지능형생체계면공학연구센터(IBEC)를 서울대 사내 벤처로 만들었다. 연구센터의 약자에 나노를 뜻하는 'N'을 더해 회사이름을 붙였다. 그의 나의 쉰 아홉이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시작한 연구이기 때문에 퇴직하더라도 계속 연구를 해서 사회에 돌려주는 게 옳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벤처를 선택했습니다. 평생 연구개발만 해왔고, 앞으로도 연구개발만 하다가 죽을 겁니다."

조직재생과 임플란트 전문가인 정 대표는 지난 수십 년간 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와 임상실험을 해왔다. 정 대표 경력이면 은퇴하고 나서도 명예직으로 여러 군데 이름 걸쳐 놓고 편안히 살 수 있겠지만 그는 사서 고생길을 선택했다. 소명의식 같은 거였다. 이 회사는 그 동안 벤처 활동의 성과를 기반으로 내달 중순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벤처기업 창업과정의 어려움은 나이 많다고, 경력 화려하다고 피해가는 게 아니었다. 자금 유치를 위해 제자 뻘 되는 투자자들을 만나 머리를 굽신거리는 것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다. 어차피 창업을 하려면 누구나 겪는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 물정 모르는 교수 출신이라며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은 감내하기가 쉽지 않았다. 충북 진천에 공장을 세울 때는 인건비를 착복해먹는 시공사들도 상대해야 했다. 힘든 과정이었다. 정 대표는 "그래도 좋은 사회 경험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수 시절에는 겪지 못할 일들을 참 많이 겪었습니다. 환갑이 지나 사회가 어떤 건지 배운 거죠. 학생들에게 훈계하듯 부하 직원을 대했다가 '회사 관두겠다'며 떠난 직원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은퇴 세대들이 고령화에 대비하려면 다른 준비도 필요하지만, 명예나 자존심을 죽이는 훈련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자뻘 투자자에 고개 숙이며 회사 성장시켜
은퇴세대에 꼭 필요한건 "자존심 죽이는 훈련"


정 대표가 현재 개발중인 제품은 지능형 펩타이드. 펩타이드는 아미노산보다 복잡한 염기구조로, 다양한 형태와 성질을 지닌 단백질 구성 단위이다. 피부나 뼈, 신경세포 재생 등에 이용될 수 있다. 나이벡은 이미 다양한 형태의 펩타이드를 설계하고 이를 조합하는 전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펩타이드를 활용한 골이식재는 식약청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어 연내 상용화가 될 예정이다.

현재 주력 제품은 치아미백제와 치주염 치료제 등이다. 펩타이드를 활용해 부작용은 적고 효과는 배가시킨 제품들이다. 특히 치아미백제 '블랑티스'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임플란트 시술 후 발생하는 염증을 치료하는 젤도 개발했다.

세포막을 자유자재로 뚫고 들어가는 투과성 펩타이드도 나이벡의 대표적인 제품. 투과성 펩타이드를 이용하면 연고를 이용해 주사제와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나이벡은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와 지루성 피부질환인 건선 치료제도 개발해 효능검정을 마친 상태이다.

정 대표는 "나이가 들어 벤처를 시작했는데 너무 판을 키우면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며 "연구개발에만 집중해 바이오 소재 연구개발 전문기업으로 육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제품의 유통이나 임상실험은 주로 외주를 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상 실험까지만 마치고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3상은 대기업에 맡기고 있다.

뼈이식제, 치아미백제 등 개발... 내달 코스닥행
중국 진출도 준비... "고령화 사회, 평생 할일 찾아야"


정 대표는 최근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사설학원에서 중국 유학을 준비하는 20대 학생들과 함께 하루 4시간씩 강의를 듣고 있다. 얼마 전 베이징 잇몸학회를 다녀오고 나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스위스제 치료제나 한국 제품이나 똑같은 레벨도 인정 받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은 규모도 작고 경쟁이 치열해 이익이 나지 않지만 중국이나 미국 등에선 제 값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회사 입장에서나, 국가적으로나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로 진출해야 합니다." 66세의 노(老) 벤처창업가는 마치 30살 벤처기업가처럼 말했다. 나이벡은 이미 진천공장을 미국 의료기기 기준으로 설계해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오스테오헬스(Osteohealth) 등과 거래도 시작했다. 중국 시장에도 수출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고령화 사회에서는 돈도 중요하고, 신체적인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건강이 더 중요하다"며 "돈은 조금씩 벌어도 괜찮지만 평생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평생을 바쳐 하려고 하는 일이 바로 벤처기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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