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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전설, 녹차로 또한번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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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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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7.3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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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10년 늘어난 중년, New Old] <7> 임선민 다희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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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민 대표는 제약회사 말단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업계2위 한미약품 최고경영자까지 역임했다. 임 대표는 그러나 "은퇴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를 모두 잊어버려야 오히려 더 나은 인생 제2막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이기범기자 leekb@
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에서 바닷가를 따라 북서쪽으로 20여분 차를 타고 달리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만장굴 등 제주의 동굴 생태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4.3 유적지 등 제주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조천읍 선흘2리의 거문오름. 이 곳 기슭을 따라 돌다 보면 커다란 현대식 건물을 하나 볼 수 있다. 입구에 '다희연'이라고 적혀있다. 녹차밭 차문화관 전통도요지 동굴카페 등을 갖춘 녹차 테마파크이다.

건물 1층에 들어서면 여느 녹차 가게처럼 판매대에 녹차 티백과 녹차 비누, 다기 등이 진열돼 있다. 하지만 건물 뒤로 돌아서면 딴 세상이다. 20만㎡(6만여평)의 드넓은 녹차밭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녹차밭 옆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니 작은 동굴 하나. 동굴 속으로 10여미터 걸어 들어가면 신비로운 분위기의 카페가 나타난다.

지난달 29일 임선민(62) 전 한미약품 사장을 이곳, 동굴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해말 한미약품 대표에서 물러난 임 전 사장은 다희연의 전문경영인 대표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시원한 발효 녹차를 한번 맛보라고 권했다. 향긋하고 달콤한 향이 묘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자아냈다. "맛이 좋다"고 했더니 "발효 녹차를 파는 곳은 우리나라에 여기뿐일 것"이라며 흐뭇해 하더니 기자 일행을 곧장 녹차밭으로 이끌었다. 12인승 카트를 직접 운전한 임 대표는 "단체 손님이 오면 카트를 직접 운전해 녹차밭으로 안내한다"고 했다.

낮은 언덕을 따라 깔끔하게 정리된 녹차밭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 녹차밭 사이로 관광객들이 직접 운전하는 5인승 카트가 여러 대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제주도는 화산지대여서 물이 땅이 쉽게 스며들기 때문에 녹차를 재배하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적합한 곳"이라며 "땅 속에 파이프를 심어 녹차밭에 물이 고루 공급되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차잎은 봄에 1번, 여름에 2번, 가을에 1번 등 1년에 총 4번을 수확한다. 이곳 녹차밭 전체의 잎을 수확하면 25톤의 생엽이 나온다. 임 대표는 "녹차를 수확해 직접 팔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매출은 테마파크 내 카페, 음식점, 기념품점 등에서 가공상품 형태로 팔아 올린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에서 1900명의 직원을 거느리던 임 대표가 퇴직하고 이곳 제주도까지 내려와 직원 30명의 녹차 테마파크를 운영하게 된 이유는 뭘까. "지난해 11월 한미약품 대표이사 직을 사임한 뒤 많은 고민을 했죠. 다른 제약업체로 갈까, 강의를 해볼까, 아니면 귀농을 할까 등등. 그러다 올해 5월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이곳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잠재력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고 보니 옛 거래 업체였던 온누리약국 체인의 박영순 회장이 세운 곳이더군요." 임 대표와 다희연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임 대표를 만난 박 회장은 다희연의 경영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고, 임 대표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제약업계 사장과 녹차밭 사장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묻자 임 대표는 한 가지 우화를 소개했다. "한 현인이 제자를 데리고 농장에 갔습니다. 농장의 가족들은 젖소에서 나오는 젖에만 의지해 농장을 엉망으로 내버려두고 있었죠. 이에 현인은 제자에게 젖소를 절벽에서 떨어뜨려 버리라고 했습니다. 제자는 그대로 했죠. 한참 시간이 지난 뒤 제자가 다시 그 농장을 방문했습니다. 농장은 놀라울 만큼 화려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농장 가족들이 나와 이렇게 말했죠. '당신이 젖소를 절벽에 떨어뜨린 덕분에 우리는 살기 위해 새로운 길을 찾게 됐고 농장을 열심히 일궈 예전보다 더욱 잘 살게 됐다'고 말입니다." 자신의 기득권과 업적에 안주하면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임 대표는 "스님도 절을 떠날 수 있고, 송충이도 갈잎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은퇴 전까지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자리에까지 올랐든 은퇴 후 인생을 설계할 때에는 기존의 것들을 모두 버려야 더 많은 가능성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임 대표는 새벽 4시면 일어난다. 늦어도 오전 7시에는 사무실에 나와 인터넷 등으로 뉴스를 보고, 8시부터는 테마파크를 돌아보며 쓰레기도 줍고 지시할 사항을 메모한다. 9시에는 사무실에서 서류를 결제하고 지시 사항을 전달한 뒤 직접 관광객들을 데리고 2시간 정도 테마파크를 안내한다.

임 대표는 제약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녹차밭 운영에 성과급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달 17일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한 날에는 전 직원들에게 화끈하게 격려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직원들이 각 분야에서 일당백의 전문가들"이라며 직원들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제약회사 CEO시절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개선하던 습관도 여전하다. 테마파크 내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으면 카페나 식당, 기념품 판매점 등에서 15% 할인 혜택을 주고 있는 것도 임 대표의 아이디어다. 관광객들을 안내할 때에도 어김없이 개선사항에 대한 아이디어를 수집하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해서 모은 아이디어가 100개에 달한다.

임 대표의 현재 연봉은 억대이다. 하지만 그가 하루종일 녹차밭에서 일하는 이유는 돈보다는 보람 때문이다. 그는 "나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내가 직접 돌보고 가꾼 녹차잎으로 만든 차 한잔 대접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며 "내가 살아왔던 것과 전혀 상관없는 새로운 길을 가는 것, 그게 늙지 않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다희연 대표로 취임하면서 지금껏 알고 지내던 1500명에게 '언제든 다희연에 한번 찾아와 달라'는 카드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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