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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다이트, 히피 그리고 스마트폰

[기고]"스마트폰에 대한 반발은 첨단과학도 상식과 자기책임이 필요하다는 자각"

스마트 코리아 2014 머니투데이 김상엽 건국대 인문학연구원 연구교수 |입력 : 2014.01.03 05:43|조회 : 7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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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다이트, 히피 그리고 스마트폰
연말연시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여러 행사와 약속 등에 온갖 핑계를 대고 빠지곤 하지만 매년 12월 셋째 주의 망년회 모임에는 꼬박꼬박 참석한다. 학교를 졸업한지 꽤 됐으니 이젠 신문, 여행, 기획사, 출판 등 여러 직종에서 어느덧 중견이 된 다섯 명의 동문들과의 모임인데, 각 분야의 생생한 내용과 요긴한 정보를 들을 수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모임의 중반부터는 대화가 스마트폰으로 흘러가더니 어느새 성토의 장이 되고 말았다. 여행사를 하는 친구가 내년 1월 약정기간이 끝나면 2G폰으로 다시 바꾸기로 했다는 폭탄선언(?)을 하자 기획사 대표 역시 내년 상반기에는 자신도 그러려고 했었다고 동조했고 신문기자는 업무상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직업을 원망했다.

이들의 결론은 스마트폰이야말로 필요 없는 정보를 끊임없이 강요하는 '애물단지'요, 휴식을 방해하는 '잔소리꾼'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여행사 친구야말로 재작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전도사였던 걸 생각하면 실로 격세지감이었는데, “미국에서는 스마트폰을 먼저 보는 사람이 모임 비용을 지불하는 게임이 성행한다”는 최근의 경향을 소개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수리를 맡긴 며칠 간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비교할 수 없는 편안함”에 빠져들었다는 경험과 SNS를 끊은 이후 생긴 기쁨 등도 늘어놓았다. 그러다 보니 출근과 동시에 스마트폰을 회수하고 워키토키를 나눠준 후 불량품이 줄고 안전사고도 예방되더라는 벤처기업 관계자를 만난 올해 초의 기억도 떠올랐다.

‘똑똑한 휴대폰’, ‘진보된 기능을 지닌 핸드폰’ 등으로 정의되는 스마트폰이 어쩌다 이런 대접을 받게 되었을까. 사실 스마트폰의 폐해는 쉽게 열거할 수 있다. 오래 쓰면 목이 뻣뻣해 지는 거북이목 증후군에 걸릴 수 있고 전자파로 인해 눈이 침침해지고, 심신이 쉬 피로해진다는 등의 건강 상의 문제가 있다. 이 뿐인가. 아이들의 뇌 발달에 치명적 악영향을 주고, 가족 간에 대화가 없어지며, 운전하거나 걸을 때 이용하면 사고의 위험이 크고 보안에 취약하다는 문제도 꼬박꼬박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상쇄할 만큼의 장점이야 또한 많지 않은가 말이다. 휴대폰에 고성능 카메라, 음악은 물론 인터넷 검색, 메일 확인도 가능한데다 게임까지 할 수 있으니 이보다 신통방통한 물건이 어디 있는가 말이다. 불과 10여 년 전에만 해도 007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비를 누구나 들고 다니고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인류 생활의 진보는 명확해 보였던 것이다.

최근의 스마트폰 거부 움직임은 마치 18세기 말 영국 노동자에 의한 기계파괴운동인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 196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물질문명에 항거하는 젊은이들의 그룹인 히피(hippie)를 생각나게 한다.

그러나 러다이트 운동의 한계는 노동계급의 빈곤의 원인이 기계가 아니라 자본가에 의한 기계의 소유와 노동의 착취, 즉 자본주의가 지닌 모순이었는데 당시의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알지 못했다는 데에 있었다.

히피는 기성의 사회통념,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성의 회복, 자연에의 귀의 등을 강조하며 평화주의를 주장했지만 대안 문화로서 유효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소멸될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폰에 대한 반발 역시 이와 비슷한 경로를 밟지 않을까 싶다. 목가적인 세계로의 회귀는 개인의 취향 문제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이라고 할까.

2G로 돌아가려는 이들의 생각 역시 스마트폰을 없애야 한다거나 아날로그 시대로의 복귀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최근 인문학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물질만능의 세태 속에서 상실돼 가는 인간의 기본을 찾으려는 원초적 욕구 때문으로 여겨지는데, 편리함의 첨단을 달리는 스마트폰에 대한 반발 역시 첨단과학에도 상식과 자기책임이라는 인간의 기본이 필요하다는 자각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과학에는 조국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던 논문조작 사건의 당사자 황모씨의 말을 원용해 “과학에는 도덕이 없지만 과학의 산물은 상식과 자기책임에 의거해 이용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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