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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침몰했다. '안전'에 대한 기본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탓에 여전히 '안전불감증'에 빠져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빠른 성장을 이뤘지만, '안전'에는 둔감했다. 안전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가치란 인식이 사회 구성원 사이에 확산되지 못한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일터에선 9만2000명이 재해를 당했다. 이중 2100여명이 사망했다. 희망과 꿈을 일궈야 할 일터에서 매일 250여명이 다치고 6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연간 18조원이 넘는다. 이 모든 게 '안전'이 비용에 불과하다는 국민적 인식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물질적인 것들을 뛰어넘어 문화적으로도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 행복한 가정과 번영하는 기업, 풍요로운 사회를 위해 '안전'이 복지체계로 정착돼야 한다. 선진 복지문화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행동해야 만들어진다. 머니투데이는 '안전'을 비용으로만 여기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안전이 복지다'란 기획을 마련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거대한 시스템부터 우리 생활속 작은 부문까지 들여다보고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고 해결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본다.

건설 노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공사장 안전은?

["잊지 말자 4·16" - '안전이 복지다' <3부>'안전은 사람이다'>]<3-2>어느 건설 노동자의 하루

["잊지 말자 4·16"] '안전이 복지다'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입력 : 2014.06.11 06:45|조회 : 12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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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그래픽=김현정
오전 6시30분. 서울 모처에 있는 아파트 공사장으로 발을 들인다. 한 대기업이 시공하는 이 아파트 공사현장이 내가 요즘 출근하는 곳이다. 현장 입구 한쪽에선 오늘 새로 온 신입들이 혈압과 당뇨를 체크하고 나를 포함한 인부들은 안전장비를 챙기며 익숙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6시40분. 체조장에 모인 인부들이 공종별로 줄을 서면 단상에 올라선 현장소장의 설명으로 아침조회가 시작된다. "오늘은 A동 3층 콘크리트 타설이 있습니다. 어제 B동에선 흡연실도 아닌데 몰래 담배 핀 분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런 분이 없도록 주의해주세요."

뒤에선 현장관리자들이 인부들에게 술냄새가 나는지 안나는지 확인하며 앞으로 걸어나온다. 조금만 냄새가 나도 바로 음주측정기를 얼굴에 내미는데, 어제 좀 과음한다 싶던 김씨는 결국 귀가조치되는 모양이다.

음주측정과 동시에 안전장비 점검이 시작된다. 안전모는 썼는지, 턱끈은 묶었는지, 작업화가 닳지는 않았는지, 안전대는 착용했는지. 안전을 위해선 당연히 착용해야 하는 것들이지만 불편한 건 사실이다. 안전모는 통풍이 안되고 땀이 잘 차는데 여기에 턱끈까지 조이면 한낮엔 숨통을 조여온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혔지만 10여년 전만해도 '일만 잘하면 되지 않냐'며 안전모를 내팽개치던 사람이 적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작은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이런 대기업에서나 안전점수가 공사수주와 직결되니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다. 크든 작든 늘 사고는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게 다 이 때문이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현장에 최신 유행가가 흘러나온다. 단상 위 젊은이들을 따라 약 15분간 스트레칭을 하는데 처음엔 적응이 안돼 머뭇머뭇 했지만 지금은 익숙해져 곧잘 따라한다. 체조가 끝나면 안전구호를 외친다.

예전 같으면 "안전이 최고다" 하고 말았을 텐데 요즘엔 "감성 안전"이 대세란다. 어제는 "우리 아들 딸을 위해서"라고 구호를 외쳤고 오늘은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며 이름을 불러보자고 한다. "○○아!" 유치하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건 사실이다.

이제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공사현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가 추락사고다. 추락사고는 안전대만 제대로 착용해도 줄일 수 있는데 잘 지켜지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 안전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거운데 오늘처럼 더운 날에는 옷에 땀이 차 피부가 잘 벗겨진다. 작은 공사장에선 벌써 벗어던졌을 것이다.

저쪽에서 간식을 들고 오는 것을 보니 어느덧 오전 9시가 됐나 보다. 휴식시간엔 간식을 먹으며 쉴 수 있고 지정된 장소에 가서 담배도 필 수 있다. 옛날 같으면야 현장 한쪽 구석에서 담배를 폈지만 요즘엔 소화기가 비치된 휴게공간을 만들어 그 곳에서 흡연을 한다.

오전 11시30분. 지금부터 약 1시간30분 동안 점심시간이다. 함바집에서 점심을 먹고 원하는 사람은 휴게실에서 낮잠을 잘 수도 있다. 밖에서 들어올 땐 공사장 입구에서 또다시 음주측정을 받아야 한다.

아직은 참을 만하지만 30도 넘어가는 7~8월엔 오후 3시까지 휴식시간을 갖기도 한다. 공사현장은 햇빛뿐 아니라 지열, 중장비 열기까지 더해져 작업 도중 쓰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후 5시30분. 긴 하루가 끝이 났다. 내일은 매월 한 번 있는 '안전점검의 날'이라고 본사에서 높은 분들이 현장을 방문하는 날이다. 평소와 같은 일을 할 테지만 이렇게 한 번씩 찾아올 땐 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일이 끝나면 동료들과 거나하게 술 한 잔을 걸치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오늘은 무리하지 말아야겠다.

진경진
진경진 jk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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