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도로·철도 쪽지예산 어디어디?

지역구 국회의원들에 의해 신규로 편성된 철도·도로 건설 예산이 30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3940억원 증액된 20조9116억원의 예산을 받아냈다. 증액된 예산 대부분은 철도와 도로 등 대규모 SOC 사업이 차지했다.


철도의 경우 도시철도(130억원)를 포함해 모두 2119억5000만원이 추가 배정됐다. 도시철도는 논란이 된 대구지하철1호선 연장 사업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논란에 휘말리면서 대표적인 쪽지예산 사례처럼 부각됐다.

그러나 전체 예산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호남고속철도의 경우 2단계 공사구간인 광주(송정)~목포 구간에 무안을 경유하는 데 설계비 200억원이 추가됐다. 원래 계획은 광주에서 목포를 직행하는 것이었지만 무안을 경유하면서 공사비가 추가될 판이다. 이외에도 호남고속철도 내 익산역 지하차도 건설에도 110억원이 추가됐다.

여주~원주 철도 역시 예정에 없던 사업으로 12억원이 반영됐다. 이 구간은 사업성을 미리 따져보는 예비타당성조사조차 끝내지 않은 사업이다. 예타가 진행 중인데도 예산을 반영한 곳은 또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다. 정부는 예산계획에서 아예 뺐다가 국회에서 되살아났다.


GTX는 지난해에도 100억원이 반영됐지만 예타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국고에 그대로 묵혀 있다가 올해 다시 등장했다. 예타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기본계획에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경기도 지역구 의원들이 합심(?)한 결과다.

인덕원~수원, 월곶~판교 같은 구간은 각각 20억원이 기본계획비로 잡혔다. 이곳들은 사업성격이 GTX와 일부 중복된다는 지적에 의해 아예 빠졌다가 국회가 살려냈다.

도로는 958억원이 증액됐다. 민자도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반영해 민자유치건설보조금을 600억원 감액하는 대신 대다수 구간 건설비를 추가시켰다.

이 가운데서도 서산~황금산, 서천~보령2, 고성~통영, 고노~우보 등 10개 일반 국도에 각각 5억원(9개) 또는 10억원(1개) 예산이 편성됐다. 개별 지역구 의원들이 움직인 결과다.

이들 구간은 지난해 국토부가 기재부에 제출한 47개 신규 도로건설 중 폐기된 30개에 포함됐던 것들이다. 기재부는 17개 사업만 받아들였다가 결과적으로 27개 사업을 벌이게 된 것이다.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 표를 의식해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국토부 얘기는 다르다. 예타 절차를 건너 뛴 여주~원주 철도의 경우 동계올림픽을 위해 건설 중인 인천~강릉 노선의 허리 역할을 한다. 예타 절차 자체가 기계적이며 무의미하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호남고속철도 광주~목포의 경우 무안을 경유함으로서 공항 기능을 상실한 무안국제공항을 살릴 수 있는 처방약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청주국제공항과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호남수요를 흡수할 수 있고 공항 기능이 살아나면 새만금 공단을 연계해 중국노선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쪽지예산이 지역 정치인들의 잇속만 챙기는 수단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그중에는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들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비판만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