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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경영]커뮤니케이션 제1 조건

한근태의 사람&경영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이사 |입력 : 2003.05.07 13:10|조회 : 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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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 공장 책임자로 있었을 때의 일이다. 극심한 노사분규로 공장직원들과 관리자들 사이가 벌어질 대로 벌어졌다. 간신히 수습은 됐지만 썰렁한 분위기 때문에 회사 나가는 것이 고역이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회사에서 제시한 것이 "아침인사"였다. 관리자들은 일찌감치 출근하여 공장입구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라는 것이다. 솔직히 내키지도 않았고 그런 것이 무슨 효과가 있을까 의심은 했지만 별 다른 방법도 없어 행동으로 옮겼다. 관리자들 몇 명과 함께 공장입구에서 200명 가까운 직원들에게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세요" "즐거운 하루가 되십시오"... 라는 인사를 했다. "아침부터 웬 인사?" 직원들 대부분은 황당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상사가 출근길에 인사를 하니까 억지로라도 눈을 보며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갖은 노력을 하며 끝내 눈 맞추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계속해서 인사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나중에 따로 사무실에 불러 녹차를 대접하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주로 개인적인 질문을 하고 나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었지만 일단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 직원들은 표정이 달라졌다. 물론 다음 날부터는 눈을 바라보며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별 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시작한 아침인사 덕분에 공장의 분위기는 많이 좋아졌다.

 윗사람이나 상사(上司)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혼자서 신나게 얘기하는 모습이다.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대통령부터가 그렇다. 대통령이 누군가의 얘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도대체 어디서 얼마만한 정보를 얻고 얼마나 지식이 많길래 저렇게 허구 헌 날 혼자서만 얘기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초등학생처럼 매일 저렇게 노트필기만 하고 있는 국무위원들의 머리 속이 궁금하다. 할 얘기가 없어서 가만히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할 얘기는 많지만 분위기가 안되어 가만히 있는 것인지, 대통령 얘기에 100% 동감을 하는 것인지, 반대 의견은 있지만 그저 잠자코 있는 것인지... 저런 자리에서 활발한 의견개진이 가능한 것인지, 충분한 의견이 수렴되고 멋진 결론이 도출되는지... 도저히 그럴 것 같지 않다. 겉으로는 엄숙한 표정을 짓지만 다들 싫은 소리 안 듣기만을, 빨리 끝나기만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김 전무가 주재하는 임원회의도 다를 바 없다. 늘 김 전무의 독무대이기 때문이다. 혼자서 핏대를 올리고, 야단치고, 문제점 제시하고 대책 내놓고, 예전의 성공담 늘어놓고(몇 번을 반복해서 듣는 얘긴지 모른다)... 자신이 일하던 원시시대에 비하면 얼마나 좋은 환경인데 일을 이렇게 밖에 못하느냐는 질책이 주 메뉴이다. 한 사람만 신났고 나머지는 고개를 숙이고 있든지 낙서를 하든지 딴청을 한다. 가끔씩 당신 생각은 어떠냐고 물어보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어설픈 대답을 했다가는 덤태기를 쓸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이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혼자 얘기를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안해서 형식적으로 물어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관심사는 자신에게 화살이 날아오지는 않을까, 만일 날아온다면 그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언제쯤 이 지겨운 회의가 끝날 것인가 이다. 그러다 보니 임원회의 날만 되면 출장을 가든지, 업체 방문을 하든지, 연수원으로 교육을 가든지 어떻게든 일을 만들어 보려는 임원들이 점점 늘어갔다.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의견의 소통이다. 내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이 활발하게 오고 가야 하는 것이다. 또 그 전제조건은 마음 문을 여는 것이다. 마음 문을 열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의견도 오고 가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얘기를 해 봐야 그야말로 "소 귀에 경 읽기" 인 것이다. 마음 문을 열었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방이 눈을 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던지, 마주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면 아무리 엄숙하고 멋진 얘기를 하더라도 소용없는 일이다. 서로를 보지 않는 회의, 강사를 보지 않고 딴청을 부리는 수강생, 야단치는 부모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자식 사이에는 이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번지르르한 얘기를 계속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왜 마음 문을 닫았는지, 닫힌 마음 문을 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마음 문을 여는 것"이야말로 커뮤니케이션 제 1의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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