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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경영]회사와 일을 구분하자

한근태의 사람&경영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입력 : 2004.01.06 14:10|조회 : 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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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최고경영자) 밴드 공연, 단체 해외여행, 정동진 해돋이와 찜질방 대화… 판에 박인 CEO 훈시로 시종일관하는 시무식 대신 이색행사로 한 해를 여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 백화점은 5일 오전 7시 전 직원이 회사에 모여 영화 '실미도'를 관람한다. 또 130여명의 직원이 이날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 한강시민공원 30㎞를 왕복하는 걷기 훈련도 한단다. 단체 여행을 떠난 회사도 많다. 유통업체인 모 회사는 일출시간에 맞춰 본사 임직원 전원이 정동진에서 시무식과 함께 신년 소망을 비는 해맞이 행사를 열었고 강릉 오죽헌과 선교장 도 함께 둘러보는 무박 2일의 여행도 할 계획이다. 모 회사 역시 경포대에서 전 직원이 '해돋이 시무식'을 갖고 끝난 뒤에는 동료간 벽을 허문다는 취지에서 찜질방 대화시간을 마련했다. 해외에서 새해 행사를 가진 곳도 있다… 모 신문에 난 기사의 일부이다.

내가 아는 한 회사는 이벤트를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 식품관련 회사인데 걸핏하면 해외로 직원을 데리고 나가고, 같이 영화도 보고, 등산도 다니는 등 참 분주하다. 하지만 그 회사 임원 홍 이사는 매년 회사를 그만 둘 생각을 한다. 얼굴 가득 고민, 갈등, 좌절, 희망없음이 나타나 있다. "우리 사장은 회사 일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외부 일로 바쁘지요. 그러다 보니 일이 제대로 추진되질 않습니다. 온갖 정치세력이 난무하지요. 일 보다는 정치적인 일 때문에 갈등이 많습니다. 그에 관해 얘기를 해도 들을 때 뿐이지 바뀌는 게 없어요. 자기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직원들에겐 잘 해줍니다. 특히 깜짝 이벤트 같은 것을 좋아합니다. 갑자기 나타나 전 직원 데리고 나가 밥 사주고, 연극 보러 가고, 해외 여행 가고… 아마 이런 이벤트 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하는 것도 고마운 일 아니냐고 하자 이렇게 대답을 했다. "생각해 보세요. 상사와 같이 가는 여행이 뭐 그렇게 재미있겠습니까? 회사는 회사고, 상사는 상사 아닌가요.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은 이런 얘기를 합니다. 그 돈 있으면 차라지 나눠주지. 뭐 때문에 직원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에 돈을 투자하냐고…"

인간은 속성상 구분하여 행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 하는 것과 노는 것, 친구들과 노는 것과 가족하고 지내는 것, 회사 나가는 것과 집에 있는 것… 아무리 좋은 일도 일이라고 생각하면 재미가 없어진다. 아무리 좋은 등산도 "목표 기원 등반대회" 라는 슬로건이 붙으면 재미가 없어지고, 자기 돈 내고 가던 강원도도 회사에서 돈 대줄 테니 같이 가자고 하면 흥미가 감소되는 것이 인간인 것이다. 또 자기들끼리 돈을 내서는 삼겹살에 소주를 좋아라 먹으면서도 상사가 사준다고 하면 불편해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직원들에게 관심을 갖고 잘 보살피는 일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수고한 직원을 데리고 해돋이 구경을 가고, 연극도 보러 가고 영화도 같이 가는 것, 등산을 가고 같이 운동을 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솔직한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그들의 생각은 경영진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상사는 상사일 뿐이다. 상사가 친구가 될 수는 없다. 아무리 편하게 쉬고 싶어도 회사에서 단체로 가는 행사에서 맘대로 휴식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들에게는 해돋이 구경도, 해외여행도 업무의 연장일 수 있는 것이다.

회사는 회사이고, 일은 일이고, 상사는 상사이다. 회사를 너무 집처럼 만들려 하거나, 일에 너무 재미라는 요소를 집어넣으려 하거나, 상사가 막역한 친한 친구가 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투자에 비해 거두는 것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또 그런 노력으로 인해 직원들은 쓸데없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혜 중의 가장 큰 지혜는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으로 인정하고 그 노력과 정력을 정말 필요한 곳에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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