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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경영]낭만적인 직장은 없다

한근태의 사람&경영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입력 : 2004.01.14 09:20|조회 : 6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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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시절 먼저 군대를 가서 휴가 나온 친구의 얘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몸도 튼튼해진 것 같고, 말하는 것도 무언가 어른스러워진 것 같았다. 도대체 군대가 어떤 곳이냐는 질문에 그는 별 것 없다는 식으로 막연하게 얘기했다. 그래도 친구들이 궁금해 하면 재미있는 이벤트를 몇 개씩 얘기해 주었다. 보초 서면서 라면 먹은 이야기, 담 넘어서 고참과 막걸리 먹은 이야기, 화목(火木, 불쏘시기용 나무)을 하러 간 길에 일어난 해프닝, 부대 앞 다방 미스 김에 대한 일화…. 당시 나름대로 군대에 대한 그림을 그렸는데 제법 낭만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논산훈련소에 들어가는 날 바로 깨지고 말았다. 위병소 초입부터 군기를 잡는 것으로 시작해, 괴로운 기상시간, 생전 안 하던 모포 개는 일, 줄을 서서 밥을 타먹고 식기세척 하는 일, 줄 서서 훈련 받고 못하면 얼차레를 하는 일, 걸핏하면 집합 당해 야단맞고 구보하고…되돌릴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권한이 없었고 3년간 그런 세월을 보냈다. 군대시절 제일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여기가 니네집 안방인 줄 아냐?" 란 말이었다. 정말 군대는 우리 집 안방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년들을 불러 군인으로 만드는 곳이었다. 나른한 민간인을 불러다 군기가 엄정한 빠릿빠릿한 사람으로 만드는 곳이었다. 하지만 군대에 대해 낭만적인 생각을 품었던 나는 기대와 현실의 갭이 너무 커 한동안 헤어나질 못했다.

 여러분은 직장 하면 무엇을 연상하는가? 직장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가? 또 상사에 대해서는 어떤가? 즐거움을 주는 곳, 자아를 실현시키는 곳, 부모처럼 자애롭고 형님처럼 챙겨주는 상사,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곳….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투성이이다. 직장경험이 없는 사람일수록 직장에 대한 환상은 크다.

 하지만 직장은 그런 곳이 아니다. 직장은 여러분의 안방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고, 가고 싶은 시간에 출근하고 가기 싫으면 안 가고, 맘에 맞는 사람과만 얘기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평생 말 한 마디 안 섞고… 만일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서 생존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면 내게 보여달라. 당분간은 가능할 지 모르지만 계속 생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직장은 지옥 같은 곳, 괴로움만 주는 곳, 일 외엔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는 곳이란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직장 생활이 즐거움이 될 수도 있고, 직장 안에서 인간관계도 얼마든지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직장에 대해 과도한 기대와 요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은 결코 그런 곳이 아니다. 여러분에 대해 모든 것을 책임져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숭고한 이념과 가치를 앞세우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인재를 제일로 귀하게 생각한다, 고객의 성공을 돕는 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무엇보다 내부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한다 등등…" 이러다 보니 사람들은 회사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마치 성인군자들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기업을 하는 것 같은 착각도 하는 것 같다. 숭고한 가치를 앞세우는 회사일수록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갈등이 커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무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별 기대를 안 했을텐데 워낙 말을 멋지게 해 놓고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나타나는 결과이다. 하지만 회사는 회사일 뿐이고 그 안에 있는 구성원은 구성원일 뿐이다.

 우리는 정말 쿨할 필요가 있다. 사랑 중에 짝사랑이 가장 힘들고 괴롭다. 저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데 나 혼자 저 사람을 좋아하려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회사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직장이란 과연 어떤 곳인가, 직장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직장에 대해 어떤 기여를 해야만 하는가, 현재 그런 기대에 대해 일치하고 있는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세상의 모든 비극은 서로에 대한 그릇된 기대에서 출발한다. 지금이라도 그런 기대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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