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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경영]'형' '동생'이란 호칭을 쓰다보면

한근태의 사람&경영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입력 : 2004.08.04 13:04|조회 : 1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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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서 분사한 그 회사는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연히 같은 학교 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회사라기 보다는 무슨 대학동아리 같은 느낌을 준다. 사장, 부사장, 기획실장은 물론 웬만한 사람들끼리 형, 동생 하며 지낸다. 사적인 자리에서뿐 아니라 회의 때도 이런 호칭을 사용하던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전략적 이슈를 놓고 이성적으로 따져야 할 때도 이런 호칭과 말하는 습관이 리듬을 깼기 때문이다. 심각하게 얘기를 하는 사장에게 기획실장이 "형,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심각해,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대충 넘어가지…" 라며 얘기를 했고 그 때문에 중요한 문제를 더 이상 심각하고 진지하게 얘기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이후 회사 내에서는 더 이상 형, 동생 같은 개인적인 호칭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

상하간 거리가 전혀 없고, 모두가 평등하고, 직원끼리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회사에 대한 꿈을 가진 사람이 있다. 사람들끼리 거리가 없고, 개인적인 정보까지 모두 공유하는 그런 조직이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조직일까? 사장이나 부장이나 과장 대신 형, 동생, 언니, 오빠, 삼촌, 이모라고 부르는 직장이 있다면 어떨까? 가족끼리 비즈니스를 하고 서로를 가족처럼 잘 대한다면 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까? 아마 단기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거리감이 없으면 사람들은 과도한 기대를 하게 된다. 이사님, 부장님에게는 별 기대를 하지 않지만 형님, 언니, 삼촌은 다르다. 달라야만 한다. 그런 호칭에 따르는 기대를 하게 되고, 형님에 맞는 행동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회사 내에서 늘 기대에 걸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적 이해와 사적 이해는 충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사적인 관계까지 망가지게 되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만다. 또 너무 친하고 허물이 없고 자기들끼리 똘똘 뭉친다는 것은 외부인에게는 역으로 배타적이 되기 쉽다.

인간적인 회사에서 가족처럼 대하면서 성과를 내는 것은 모든 사람의 이상이다. 하지만 인간적인 것이 무언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또 오해의 소지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하나도 숨김없이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하는 것을 솔직하고 인간적인 걸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것이 솔직이고 인간적인 걸까? 만약 그렇게 되면 남는 것은 재앙뿐이다. 부부 간에도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서로 간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골라 하는 것,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 일의 우선 순위를 알고 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 유지가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의 형식, 권위, 윗사람에 대한 어려움, 회사에 대한 고마움과 경외감이 있어야 한다. 아무 거리낌 없는 것,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형식은 뭐든지 무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협조하며, 웃고 떠들며, 인간적인 정을 나누며 일을 하는 것은 모두가 가진 꿈이다. 물론 필요하다. 무미건조한 상태에서 일만 하는 것보다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하면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가족적인 분위기에 대해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너무 화기애애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분위기 자체가 목적은 아니지 않는가? 그것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또 그런 의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은 직장일 뿐이고, 일은 일 뿐인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직장이 가정이 되고 놀이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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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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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동감  | 2005.05.13 13:44

전에도 감동했는데 다시 읽어도 감동입니다. 제가 형동생하다가 실패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러지 않으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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