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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데 무슨 투자냐”

[인사이드]출자총액규제-재계의 항변 ①

성화용의인사이드 머니투데이 성화용 기자 |입력 : 2004.08.30 09:42|조회 : 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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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과 재계·야당이 ‘출자총액 제한’을 놓고 끊임없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규제 때문에 기업의 투자가 위축된다는데 재계와 야당의 주장이고 정부와 여당은 근거없다, 규제를 완화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논쟁을 벌였고 이에 앞서 지난 18일 열린 여당 지도부와 경제 5단체장 간담회에서도 파열음이 나왔다.

“투자하는 사람은 기업가다. 공무원이 아니다. 기업하는 사람 말을 들어야 하는데, 얘기해도 아니라고 한다. 우리가 왜 거짓말하나.”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

“우리도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는데, 규제와 상관 없이 기업들의 투자여력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하는 걸 보면 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닌가.”
(김희선 우리당 정무위원장)

거칠게 표현하자면 ‘왜 우리 말을 안 믿는 거요?’하니 ‘못 믿는게 당연하지 뭘.’ 이쯤 되지 싶다.

똑 같은 논란이 이미 지난달 하순과 이달 초에 벌어졌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26일 전경련은 ‘대기업 집단에 대한 차별규제 현황과 개선방향’을 리포트 형식으로 공개해 출자총액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 달 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례적으로 전경련의 열흘 전 주장을 반박하는 ‘대기업 차별규제에 대한 공정위의 의견’을 언론에 브리핑했다.

공정위는 당시 ‘출자총액 한도가 22조원이나 남아 있는데 무슨 소리냐. 더욱이 투자와 출자는 다른 개념 아니냐’는 논리를 폈다.

재계와 정부의 이러한 공방이 한달 새 몇 차례나 되풀이되는 걸 보면서 칼자루를 쥔 정부가 왜 핵심에서 비켜서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재계가 출자총액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한도’가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계열사간 출자를 통해 그룹 체제를 유지해온 그들로서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대한 출자총액 제한 규제가 그룹 체제의 와해를 가져올지도 모를 중대한 변수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미 소버린과 SK그룹의 경영권 싸움을 지켜본 터에 시장에서는 재계 1위 삼성 마저 적대적 M&A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흘러나오고 있다.

외국자본이 기침만 해도 불안하고 오너의 공헌과 기득권을 인정해주지 않으려 하는 사회 정서도 불안하다. 여기에 정부마저 등을 돌리는 분위기니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데 ‘버퍼(출자총액 한도)’를 남겨두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 현대차, LG 등 일부를 제외한 다수의 기업집단이 이미 출자 한도를 넘겼다.

정부의 규제와 시장환경의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가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출자총액 규제가 투자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재계의 주장은 완곡 화법이다. 핵심은 ‘불안하다’는 것이다.

출자총액 한도가 모자라서 불안한 게 아니라 대기업들을 현재의 시스템 대로 굴러가게 놓아 두지 않을까봐, 또는 정부가 그룹 체제의 와해를 방치하거나 오히려 조장할까봐 불안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존립이 불안한데 투자는 무슨 투자냐, 이런 시각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와 여당이 ‘출자 한도가 남아돈다’는 반박하는 것은 극단적인 동문서답이다. 재계는 속사정을 뻔히 아는 정부가 ‘대중 홍보용’으로 핵심에서 벗어난 논쟁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마저 내비치고 있다.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에서도 “전문기관의 연구 결과 출자와 투자는 상관 관계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한 고위층은 다음날 “그런 식으로 변죽만 울리지 말고 차라리 ‘재벌총수 물러나라’고 종용하는 편이 대응하기가 훨씬 편할 것 같다"고 대꾸했다.

강 위원장은 또 지난 27일 한 조찬 행사에서 '3년후 출총 규제 폐지 고려'를 되풀이 강조했지만 재계는 '립서비스'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소유분산을 강조하며 대주주 지분 축소를 유도하던 정부가 지금은 소유-지배의 괴리도를 규제수단으로 동원하고 있는데 '3년후 고려'를 어떻게 믿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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