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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恐中症'과 3대를 내다본 투자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4.09.02 12:21|조회 : 3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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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끝났지만 여진은 쉬 가라앉지 않는다.
'그리스는 왜 축구를 새벽에 하는거야'고 투덜거리며 오징어와 맥주를 벗삼아 TV앞에 앉아 있느라 엉망이 됐던 생체리듬이 원상복귀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물론 몸뚱아리야 좀 지나면 언제 그랬냐싶게 본래 상태를 되찾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 체력의 한계점인 35킬로미터 지점을 헤쳐가던 마라토너를 '신의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팽개쳐버린 야만(부디 신의 응징이 있기를), 젖먹이던 힘까지 다 써버려 재연장 뒤의 프리드로에서 슈팅력 저하가 역력하던 아줌마 핸드볼 선수들의 사투...마지막 날까지 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만들던 모습들의 잔상은 좀 더 오랫동안 계속될 듯하다.

그 중에서도 시간과 함께 퇴색해갈 스포츠사의 한 순간이 아니라, 갈수록 윤곽과 색채가 뚜렷해질 '역사적 사건'으로 재해석될 법한 장면은 남자 110m 허들의 류시앙(중국)이 12초91의 세계 타이기록을 기록하며 가슴으로 결승테이프를 밀어내던 순간이 아닐까.

류시앙은 아시아인의 경직된 뱁새 다리로는 고무공같은 탄력의 롱다리를 가진 흑인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상식'을 여지 없이 깨뜨렸다. 높이 106.7cm의 허들 10개를 훌쩍 뛰어넘으며 '글로벌 울트라 캡숑 파워짱' 중국의 질주를 상징하듯 총알처럼 내달았다.
금 32, 은 17, 동 14개로 미국(금 35 은 39 동 29)과 별 차이 없는 기록으로 (공식 순위는 없지만 금메달 수로 따지자면) 2위를 차지한 양적인 결과도 그렇거니와, 사격 역도 수영 커누 테니스 육상처럼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전유물이던 '웰빙'종목을 골고루 휩쓴 질적 성과가 더욱 주목된다.

스포츠는 과학이다. 과학은 돈 없이 발전하지 않는다. 미국과 1,2위를 다투던 러시아가 밀려나고,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정책 덕에 LA올림픽때 처음 국제 스포츠계에 얼굴을 내민 중국이 어느덧 2위 자리에 올라선 것이 우연이거나 단지 '머릿수'의 승리일 수는 없다.
앤드루 버너드 미 다트머스대 교수와 메건 버시 버클리대 교수가 만든 예측모델은 시드니 올림픽에 이어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메달순위를 근접하게 맞췄다. 스포츠 전문가가 아닌 경제학자인 두 교수의 모델에 따르면 27개의 메달을 따 8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한국은 30개의 메달로 이탈리아에 이어 9위를 기록했다.
체조의 금메달이 미국 선수의 품으로 미끄러져가지 않았던들, 혹은 마라톤에서 종말론자가 브라질 선수를 잡고 늘어져 이탈리아 선수가 우승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은 8위에 올랐을 터이다. 스포츠를 예측하는 경제모델, 이는 스포츠가 더이상 독립적인 영역이 아니라 '경제의 그림자'임을 보여준다.

역대성적, 개최국효과에다 국민소득 인구 같은 경제지표와 물론 역사학 통계학까지도 감안했다는 두교수의 모델도 중국이 러시아까지 제치는 것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아마도 두 교수는 최근, 최소한 시드니올림픽 이후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만약 방문했더라면 연 9%대 성장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인들의 자신감과, 어느 자본주의국가보다도 더 자본주의적인 중국인들의 마인드같은 심리학 요인을 주요 변수로 추가, 오류를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중국의 놀라운 선전을 보는 동안 머릿속에는 지난해초 주장(珠江)3각지를 방문했을때 확인했던 중국인들의 돈에 대한 본능적인 자력(磁力)이 내내 오버랩됐다.

#첫 장면: 광둥성 종샨(中山)시의 소도시 샤오란(小欖) 전(鎭)은 자체공단에 총 300여개의 외국계 기업을 유치, 중국정부로부터 재개발 모범도시로 선정됐다. 반면 샤오란과 인접한 한 전(鎭)은 일자리도 만들지 못하고 외자도 유치하지 못했다. 그러자 2002년말 두 도시는 연말 열린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합병을 선언해버렸다. 돈 잘버는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전형적인 자본주의식 약육강식이 사회주의 국가에서, 그것도 행정구역간에 벌어진 것이다. 흡수당한 도시의 공무원들은 공중에 붕 떴지만 반발할 명분이 없다는게 그곳 사람들 이야기였다. 자기가 태어나고 살아온 고향의 행정구역 이름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걸 결사반대하는 주민들도 없었다. 황구오칭 샤오란 시장은 "잘 살게 해주겠다는데 문제될게 뭐 있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둘째 장면: 2002년 12월31일 한해 업무를 마감하고 있던 둥관(東莞)시의 모 한국기업 현지법인에 시 세무직원들이 들이닥쳐 서류들을 실어갔다. 시 당국은 회계처리를 문제삼아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앞서 국내 대기업 S사도 비슷한 이유로 100만위안(한화 약 1억5000만원)의 벌금을 맞아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샤오린처럼 상대적으로 개발이 늦은 지역에서는 유리한 조건을 내세우며 외국기업 유치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반면, 선쩐과 둥관 등 초창기 개방의 중심지역에 뿌리를 내린 외국기업들에게 이제는 주머니를 좀더 풀어놓을 것을 요구하며 '힘'을 과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가장 자본주의적인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모습을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아테네 올림픽의 돌풍이 중국 경제력의 그림자라는 생각을 떠올리는게 당연하다.
실제로 중국은 몇년전부터 엘리트선수 육성에 돈을 아끼지 않았고, 올림픽 시작전부터 일찌감치 금메달리스트에게 1만8000달러의 거액 포상금을 내걸었다. 올림픽이 끝나자 지방정부들까지 경쟁하듯 돈을 쥐어주기로 했다. 류시앙처럼 나이키같은 스포츠회사와 전속모델 계약을 맺어서 얻게 될 부수입까지 합하면 메달리스트들은 수억원의 돈벼락을 맞게 된다.

빈부격차와 부정부패같은, 고속질주의 부산물이 경제성장의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중국이지만, 적어도 이번 올림픽의 메달리스트에 대한 포상을 두고 '돈잔치'라느니, 빈익빈부익부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올림픽과 때맞춰 맞은 덩샤오핑(鄧小平) 탄생 100주년은 중국인들의 경제적 정치적 자신감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덩오핑의 지시에 따라 개혁개방이후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숨기고 실력을 기른다)’는 원칙을 지켜왔던 중국은 지난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미국방문중 '주변국들을 비롯해 세계 각국과 평화적인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화평굴기(和平堀起)원칙을 밝히면서 '빛(혹은 발톱)'을 드러낸 바 있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나타난 중국의 실력과 자신감은 화평굴기를 넘어 이미 부국강병(富國强兵)으로 달음질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덩샤오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덩샤오핑 전기를 펴낸 벤저민 양은 책 말미에 "금세기중 중국의 인구는 20억~30억명이 될 것"이라고 적고 있다. 세계인구의 절반 혹은 3분의1은 중국사람이 된다는 이 말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때가 되면 올림픽이라는게 중국의 전국체전에 '변방'국가들이 게스트로 참가하는 대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축구와 바둑에서 중국이 갖고 있는 '공한증(恐韓症)'을 이야기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아테네올림픽을 '공중증(恐中症:Chino-phobia)' 확산의 이정표로 평가될 듯하다.

그리고, # 셋째장면:샤오란진에 있는 한국기업 우진코리아 중국지사 고재성대표의 할아버지는 중국을 무대로 활동했던 독립유공자였다.
타계하기전 고대표의 조부는 '앞으로 중국을 모르고선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며 어린 손자에게 반드시 중국교육을 시키도록 유언을 남겼다. 소년은 엄한 유언탓에(?)한국에서는 학력도 인정되지 않는 화교학교를 다녀야 했고, 대학도 대만대를 졸업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중국과 중국인을 철저히 파악하고 콴시(關係)를 쌓아 이들과 어깨를 겨루고 있다.

'3대를 내다본 장기투자'로 공중증에 대한 확실한 처방을 후손에게 쥐어준 혜안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恐中症'과 3대를 내다본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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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머니투데이 김준형  | 2004.09.05 21:32

알프레드님, 따끔한 충고 감사합니다.(저도 알프레드님의 글에 '추천' 하나 꾸~욱 눌렀습니다) 저 역시 대다수 중국인들의 비참한 현실과, 급속한 개방에 따른 빈부격차와 사회적 갈등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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