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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동산의 다가구주택…그리고 기업도시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4.09.24 17:16|조회 : 39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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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통일동산을 다녀왔습니다. 머니투데이 재테크마당에 '돈까스'님께서 올려주신 글을 읽고 어떤곳인지 궁금해하실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아 바람도 쐴 겸 독자 여러분을 대신해서 발품을 팔았습니다^^

그림처럼 예쁜 8만평의 전원주택단지

통일동산은 1989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 제시된 '평화시' 건설 구상에 따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일대에 총 168만평 규모로 조성되고 있는 안보·관광단지입니다. 이 중 조용하고 아담한 법흥리라는 마을이 '전원주택단지'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실향민들이 고향 가까운 곳에서 망향의 한을 달래고, 친 환경적인 전원주택단지의 모범을 보여주자는 뜻에서 계획된 곳입니다.

높이가 100미터 남짓 될 듯한 원형보전지구 야산 꼭대기에 올라보니 아래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필(feel)'이 와 닿더군요. 땅을 볼 땐 가능하면 근처에서 제일 높은 지대를 찾는게 필수라는걸 실감했습니다(두차례 지나친 끝에 겨우 진입로를 찾아내, '허가받은 사람만 들어갈수 있다'는 토지개발공사의 녹슨 표지판을 무시하고, 자동차 바닥이 땅에 긁히는걸 감수하면서 비포장 산길로 차를 몰아야 하는 '수고'는 감수해야 했습니다)

사방 탁트인 시야에는 야트막한 구릉지들이 포근하게 자리잡았고, 서울에서 20킬로미터밖에 안되는 곳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녹색 땅이 온전히 남아 있는 들판 너머로는 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한강과 자유로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철조망과, 인근 군부대에서 간간히 들리는 M16소총 사격훈련 소리가 아니라면 평온한 휴양지에 온 것으로 착각할 뻔 했습니다. 현실은 이곳에서 불과 몇킬로미터 북쪽에 전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화력이 집중돼 있는데도 말입니다.

내려다보이는 8만여평 규모의 전원주택단지에는 텃밭과 녹지, 잘 정비된 마을도로와 공원사이로 집들이 드문드문 들어서고 있습니다. 교육 의료 직장 같은 제약요인이나 투자가치를 떠나 이런곳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예쁜' 마을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눈의 렌즈를 '줌-인'해보면 여기저기 삐죽삐죽 솟아오른 다가구주택이 눈에 밟힙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벌써 완공된 다가구주택이 20여동에 이미 허가를 받아놓아 당장 착공이 가능한 곳만 50여동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마을이 완전히 모습을 갖추게 되면 약600필지(필지당 60~120평)가운데 지하1층-지상3층 규모에 15~20개의 원룸-투룸이 빼곡이 들어찬 도시형 다가구주택이 100필지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지어진 단독주택도 다가구로 '전향'하는 곳이 속출할수도 있겠죠.

지금은 그림처럼 지어진 몇몇채의 이국적인 전원주택 덕에 '서프라이즈' 같은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의 단골 촬영무대가 되고 있지만, 1~2년 뒤면 골목마다 빼곡이 들어찰 다가구주택 거주자들의 자동차와, 번잡한 환경으로 인해 옛이야기가 될 듯합니다.
한적한 전원생활을 꿈꾸며 정성들여 살 집을 지었던 사람들은 바로 옆에 붕어빵 틀로 찍어낸 듯한 다가구 주택이 쑥쑥 올라가는걸 보며 속을 썩이고 있습니다.

임대수요 증가 기대, 다가구 건축 활기

버스도 안 다니고, 변변한 가게도 없고, 초등학교 하나 빼면 변변한 교육 문화시설도 없는 이곳을 다가구주택이 급속히 '잠식'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주택을 시공하고 있는 건축회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답이 나옵니다.

평당 170만~300만원 하는 땅 한필지를 농협융자를 절반 끼고 매입해 17~20개의 방을 갖춘 다가구 주택을 4개월정도에 거쳐 지은뒤 전·월세를 놓으면 융자에 대한 이자를 제하고도 월300만원 정도의 임대수입을 올릴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건물가격 상승효과를 추가로 기대할수 있다는게 다가구주택 건축 붐의 배경입니다.

인근에 LG필립스LCD, 출판문화정보사업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직원들의 숙박시설로 전원주택단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다가구 주택 건설붐이 촉발된거죠. 여기에
건폐율이나 용적율 제한이 무색하게 건물 주변 여유공간이 거의 없는 다가구주택을 설계해 허가를 받아내는 건축업자들의 '노하우'가 결합해 다가구주택이 전원주택단지 점령에 나선겁니다. 건설경기가 실종됐고 투기지역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이곳 통일동산에 삐죽삐죽 올라오고 있는 다가구 주택은, 이윤이 기대되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에라도 몰려드는 자본의 속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만만찮은 토지 매입비와 건축공사비에 따른 기회비용을 모두 상쇄할만큼 일반인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임대수요가 늘고 있는건 분명해보이지만, 당장 빈 방없이 세를 줄수 있을지, 임대료는 충분히 받을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힘들어보입니다(전원주택단지와 인근 이주단지의 다가구 주택은 아직은 대개 1~2개씩의 공실을 안고 있습니다).

임대후에도 관리부담을 감당할수 있을지, 현재의 토지와 건물 가격 거품이 충분히 빠졌고 1~2년뒤 가격이 오를수 있을 것인지도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다를 겁니다(실제로 1년여전 6억원, 4억원에 매물로 나왔다가 현재는 5억5000만원, 3억5000만원으로 값이 떨어졌는데도 매매가 이뤄지지 않은 다가구 주택도 있는 상태입니다).

인근 교하지구의 주택용지 분양가격이 평당 350만원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대가격은 낮은 상태라고 볼수도 있습니다만, 지금은 상대가격보다는 전체 부동산시장 움직임이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할 듯합니다.

전원주택단지 본래의 모습을 기형화시키는데 따른 눈총 내지는 '께름칙함'은 투자의 변수가 되지 못한다고 제쳐두더라도, 결국 스스로가 리스크를 감당할 정신적 물리적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냉철한 자기진단이 투자의 판단기준이 될수 밖에 없을 겁니다.

통일동산, 기업도시의 불길한 징조?

여기까지는 '투자 대상'으로서 바라본 통일동산의 모습이었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로 통일동산은 토지라는 유한한 공공성격의 자원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적절히 작동하지 않고, 자본의 논리에 휘둘려 방치됐을 때 어떤 과정을 겪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생각입니다.

이곳뿐 아니라 조금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해이리 아트밸리 근처만 해도 차량번호판 가림막을 설치한 러브호텔이 보란듯이 위용을 자랑하며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호젓한 전원에서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며 사랑을 나누고 싶은 수요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모텔또한 좋은 투자처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통일을 염원하며 사전에 철저히 계획된 '평화도시'에 러브호텔이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게 보통사람들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통일동산에서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도시'로 사고가 미치게 된 것이 지나친 상상력은 아닐 것입니다. 정부는 투자유치를 명목으로 기업에게 기업도시 토지의 50%에 대해 수용권을 줄 방침입니다. 토지에 대한 국가의 권한을 사기업에게 위임한다는 뜻입니다. 기업으로선 가치가 낮거나 쓸모없는 땅 50%를 먼저 사들인뒤 알짜배기 땅 50%를 수용하는게 자연스런 수순일겁니다(기업측은 그것도 부족하다며 75%나 아예 100%의 수용권을 요구하고 있군요)

물론 최초 형태의 기업인 영국과 네델란드의 '동인도회사'때부터 국가의 권한을 기업에 위임한 사례가 없지 않습니다. 당시에도 네델란드 동인도 회사가 당장 눈앞의 회사 수익을 위해 뉴암스테르담(맨해튼)을 향신료 집산지 런(RUN)섬과 맞바꾸기도 했습니다.

이미 국토 곳곳에 정부가 마련해놓은 산업단지가 텅빈채로 기업을 기다리고 있고, 부족한 배후시설에 대해서는 정부가 추가 지원할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또 미래형 혁신도시ㆍ민간복합도시(기업도시)ㆍ지역특화발전특구 조성계획 등 기업이 인프라투자없이 생산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온간 종류의 '기업형 도시'계획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겠다고 대오각성한게 아니라면, 이 많은 '기업형 도시'를 제쳐두고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교육 문화 레저등 배후시설까지 갖춘 '기업도시'를 기업 스스로 건설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뭘까요. 엄청난 개발이익때문이라는 답을 생각해내는데 초등학생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업도시가 지속적인 국가경쟁력 발전에 도움이 되는 생산기지가 아니라 호객효과가 높은 '위락도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중학생정도면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유있는 주거 교육 문화 의료시설을 갖춘 진정한 의미의 도시보다는 개발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주택이나 아파트분양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지적이 과연 기우에 그칠까요.
통일동산의 전원주택단지가 하숙마을로 변모해가듯, 기업도시는 (만약 강행된다면) 자본의 논리가 낳은 기념비적인 흉물이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개인 재산권침해 우려때문에 정부도 지극히 제한적이고 신중하게 행사해야 할 토지수용권을, '사유재산제'를 신봉하는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내놓으라고 하는 것 자체가 모순아닙니까.
기업도시는 '반(反)기업 정서'라는 집요한 공격에 몰린 나머지 정부가 '어디 한번 할테면 해봐라'는 식으로 내던져 줄 선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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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청지기  | 2004.10.06 16:54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기업도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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