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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배반의 역풍, 흔들리는 삼성가 사람들

[경제기행]⑩사회공헌에도 싸늘한 시대 정서...경영권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이백규의氣UP 머니투데이 이백규 기자 |입력 : 2004.10.20 06:22|조회 : 4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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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행]⑩사회공헌에도 싸늘한 시대 정서...경영권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가 사람들에게 이 시대는 어떻게 비춰질까.

도도한 시대의 흐름을 무시한채 담쌓고 주류가 바뀔 때까지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선대회장이 그랬듯 야속함을 접고 이 사회를 위해 뭔가를 해야하만 하는 것인가.

삼성은 호암 이병철이 그랬듯 '사업보국'의 일념으로 기업을 하고 있건만 왜 일부 정치세력과 사회세력은 '계륵이니 개혁대상이니' 하며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일까. 그리고 이런 배반의 거센 파고를 피해가야 하나, 맞받아 쳐야 하나, 아니면 시대가 바뀐 것이니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호암이 가장 힘들어 했던 '사회의 곡해와 따가운 눈총'마저 이건희 회장을 이어 이재용 상무에게로 대물림되는 것일까. 국경 넘어 밖에선 누구나 부러워하는 초일류, 안에선 역으로 질시의 대상.... 삼성의 이런 핵심 모순은 어떻게 극복되어야 하나.

삼성의 발원지인 대구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둘러보면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념의 끈은 '삼성의 사업보국과 시대의 배반 역공'이었다.

대구 한 복판 삼성 소유 금싸라기 땅에 삼성은 오페라 하우스를 지어 대구시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대구 북구 침산동 제일모직 공장 부지 정가운데 뒷편 2600여평에 500억원을 들여 지었다.
전문가들은 이 오페라 전용극장은 음향설비로 국내 최고라고 자신한다. 주변의 메가박스 영화관과 쇼핑몰과 더불어 대구의 신흥 테마파크로 부상하고 있다.

대구인들은 이곳을 예전에는 제일공원이라고 불렀다. 대구 공장 인근에서 만난 한 노파는 "70년대까지는 달성공원이나 대구 어느 공원보다 제일모직이 보기 좋았다"며 "그 안엔 수십년된 느티나무와 오엽송, 감이 주렁주렁 열리는 감나무 잣나무같은 유실수가 그득했고 꿩과 공작이 노닐고 식물원, 연못, 분수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선대회장은 호암자전에서 "공장 부지 전체를 잘 다음어진 정원으로 생각하는, 말하자면 정원공장이라고 할만한 것으로 꾸미고 싶었다. 그 때 심었던 갖가지 수목은 지금 공장을 거의 뒤덮을 만큼 훌륭하게 잘랐고 잔디도 곱게 자라 대구 시민들은 우리 공장을 제일공원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고 했다.

제일모직 창립 50년이 되던 올해 9월 그 곳을 다시 찾았다. 유럽의 고성같기도 하고 미국 동북부의 아이비 명문대학 캠퍼스 같기도 한 담쟁이 덩쿨 천지의 기숙사 건물 옆으로 섹시한 모습의 대구 오페라 하우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사원 우대의 상징 기숙사와 사업보국의 일념으로 최첨단으로 세웠다는, 그러나 지금은 썰렁하게 방치돼있는 공장건물들, 그리고 그 너머로 보드랍게 낮즈막히 자리잡은 오페라극장. 잘 어울리지는 않는 3가지 이질성의 조화. 원래 현실은 부조화의 조화이러니...
⑦배반의 역풍, 흔들리는 삼성가 사람들


전쟁의 폐허를 딛고 54년 설립된 제일모직 대구공장은 국내 최초로 현대적 생산시설을 갖춘 대규모 공장으로 한국 최초로 순 국산 양복지를 생산하던 곳. 오늘날 삼성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호암은 타계하기 직전 제일모직이 케미칼 사업에 참여하게 한다. 마직막 유산이었던 셈이다. 현 이건희 회장은 전자재료 분야 진출도 결심했다. 이회장은 모직을 삼성의 명예로 생각한다. 화학과 전자재료등 두 분야는 이제 원단과 패션을 초월하는 주력분야로 커가고 있다.

삼성은 마지막까지 망설였지만 이건희 회장의 결단으로 오페라 하우스 무상 기증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회장은 삼성의 모태기업인 삼성상회가 대구에서 시작했고 이어 설립된 제일모직도 대구를 근거지로 삼성이 성장하는데 든든한 자금줄, 기업인수나 설립의 젖줄이 된 것을 감안해 '부의 대구 환원'을 결심했다. 대구는 이회장이 태어나 자라고 유치원을 다니며 유년기를 보낸 곳이기도 하다.

대구시는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기념해 인근 도로 이름을 옥산로에서 제일모직로로 변경했다.

하지만 한해 순익에 맘먹는 규모의 기증으로 제일모직 주가는 한때 출렁거리기도 했고 지금도 곱지않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오페라 하우스 박스오피스의 한 여직원은 "공연장은 정부가 짓고 운영해 값싸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게 맞지만 삼성 정도라면 지어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고마운 것은 인정하지만 고마움보다는 '삼성이니 만큼 당연히 할 걸 했다는 당위'가 앞선다는 감이다.

삼성의 부의 사회환원 활동은 삼성미술관설립, 복지재단을 통한 직접적인 지원, 스포츠 언론 지원등 사회 전분야를 총망라하고 있다. 이달초에는 서울 한남동에 거액을 들여 리움(이건희 회장가문의 영문 리, 미술관의 뮤지엄)을 완공하고 무료 관람을 시작했다.

'집안에서 니가 장남이니 너만은..'하듯 국내 1등, 그리고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만큼 삼성은 달라야 한다는 사회일반의 인식과 기업인 삼성가 사람들의 인식에 차이가 있고 여기서 삼성의 풀리지 않는 숙제가 파생된다 할 수 있겠다.

삼성은 역사의 격변기마다 일시적으로나마 때로는 민족의 죄인으로 내몰리기도 하고 때로는 기업을 통째로 빼앗기기도 했다. 한일합방되던 1910년에 태어나 해방, 5.16 , 5.17 격동의 현대사를 거치면서 국제적인 민족 대기업 삼성을 일궈낸 호암.

그는 살아생전 직접 낸 단 한권의 책 호암자전 서문에서 "거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단장의 심정으로 기업과 자본을 내놓아야 하는 사태에 직면하기도 했고 어떤 때는 사업만 앞세운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뒤돌아보고 "사회의 곡해는 한 개인에게는 때로 과중하였다"고 술회했다.

호암은 "이런 생각을 되새기면서, 분노와 비애를 내일에의 용기로 바꾸려고 잠을 이루지 못한 밤이 몇 밤 이었던 가"라며 "일하는 자에게는 일하지 않는 자가 항상 가장 가혹한 비판자 노릇을 하는지도 모른다"고 썼다.

이 말은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중앙일보에 연재중인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에서 "좀처럼 휘어질 줄 모르는 성품 때문에 오해를 사고 모함을 당할 때도 있었지만 그러면 이 회장은 속상해 하는 후배를 이말로 위로했다"고 회고했다.

호암은 "최고의 도덕이란 무엇인가"라고 자문한뒤 "험난함에 지친 나머지 이따금 찾아드는 좌절감을 극복하면서 스스로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봉사야말로 최고의 도덕이라는 나의 신조 때문"이라며 "인간에게 이처럼 실천하기 어렵고 엄숙한 과제도 없다"고 말한다.

제일모직 대구공장에서 차로 10분거리에 있는 대구 서문시장 입구 삼성상회 터 기념비에는 이런 글이 있다. "(삼성상회는) 삼성정신의 뿌리이며 사업보국의 이념이 발원한 곳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내면의 의미까지도 공간 속에 함축하고 조용히 자리를 지켜왔다"

"행복 척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인생이란 석재에 신도 악마도 새길수 있다. 다만 나는 그 석재 속에 사업을 위해 살다 간 한 사나이로 새겨졌으면 한다"

호암 자전엔 이런 말도 있다. "인간에게는 저마다 기량이라는 것이 있다. 나는 남보다 특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 기량에 맞는 분야에서 국가 사회의 진운에 공헌한다는 신념아래 새로운 사업을 궁리하고 끊임없이 기업을 창설해왔을 따름이다. 혼란이 거듭되는 사회와 역사의 와중에서도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곡해와 애로를 딛고 전진을 계속했다"

(의피창생(依被 蒼生 : 옷이 새로운 삶을 만든다). 57년 제일모직 대구공장에 대통령 이승만 박사가 내린 휘호와 이박사가 입었던 제일모직 옷들)
⑦배반의 역풍, 흔들리는 삼성가 사람들


일제치하든 쿠데타 정국 속이든, 디지털시대이든지간에 사업가로서 남길 바랬던 호암은 사업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국부를 증진시키는게 자기의 기량에 맞는 최고의 애국이라고 생각했다.

호암은 타계하던 해인 87년1월 일간지에 기고한 '부국론'에서 레이건 미국대통령이 기업가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새로운 부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찬양한 것을 소개하면서 "기업가를 이처럼 영웅시하는 칭찬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올바른 이해와 정당한 평가만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고 술회한 바 있다.

사회의 편견과 곡해를 풀기 위해 기업본연의 활동에 부가하여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의 싸늘한 눈초리와 시대의 치우친 인식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그 유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인들을 맘껏 기업하게 자유를 줄수는 없는 것인가.

삼성이 하면 달라도 뭔가는 다르다는 삼성이 해결못한 유일한 미완의 지상과제. 외부의 M&A(기업인수합병)공격에 대비하는 경영권 방어와 계승문제. 이재용 상무에게로의 적법하고도 과세가 완료된 사전 증여가 시민단체 등에게는 불법으로 비춰지고 있고 그런 여론은 최근의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업보국과 사회공헌 활동에 돌아오는 게 고작 이런 반기업정서이냐며 삼성가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할지도, 모든게 법대로 했는데 '몰라도 너무 몰라준다'며 이런 세태에 야속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더러는 선대회장때처럼 억울하고 분노와 비애가 사무칠수도 있을 것이다.

사업보국의 기업이념으로 한국경제의 대들보이자 기둥이 된 삼성. 호암 말대로 '최고의 도덕이란 무엇인가'라는 자문에 삼성가 사람들은 물론 시민단체, 정치인들도 귀기울이면 답을 찾기가 그리 어렵지도 않을 듯하다.

(삼성 미술관 리움 개관식에서 점등 단추를 누르는 이건희회장과 그의 부인 홍라희 미술관장)
⑦배반의 역풍, 흔들리는 삼성가 사람들



/사진=박문호 기자











※ 참고



◆ 이병철 어록

☞ 선진국으로 가는 길

"선진국 대열에 참여하는 데는 세가지 방법뿐이라고 한다. 첫째 남이 다 만드는 물건을 누가 싸게 만드느냐, 둘째 값은 같되 얼마나 품질을 좋게 만드느냐, 셋째 좋은 품질을 누가 남보다 앞서 만들어내느냐에 달려있다."

- 1983.2.전자반도체회의에서

☞ 부실 경영은 범죄행위

"만약에 삼성의 경영이 잘못되어 공장이 몇개만이라도 조업을 단축하거나 중단하게 된다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로부터 취업의 기회를 빼앗고 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삼성이 국민경제 속에서 차지하고 있던 비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국가에 대한 사보타주와도 같다. 그런 의미에서 경영을 잘못한다는 것은 바로 범죄행위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 1976.4. '재계회고(서울경제신문)'에서


☞ 21세기 경영방법

"어떤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회사든지 제품의 원가, 생산성, 품질 등이 경쟁사나 선진국보다 우수하면 그것이 바로 21세기 경영이다. 경쟁사나 선진국 수준과 똑같다면 20세기 경영이며, 만일 경쟁사보다도 못하다면 19세기, 17세기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 1985.6.운영회의에서

◆ 이건희 어록

☞ 개혁이 성공하려면

"보잉 747이든 인공위성이든 일단 활주로를 뜨면 대기권에 진입할 때까지 가야 한다. 중간에서 멈추면 추락하거나 폭발한다.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혁에 나서면 좌절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의 본질은 품질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신속 정확하게 공급함으로써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세계에서 일류가 되면 이익이 3~5배까지 늘어난다는 것은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 이미 입증됐다. 경영자의 역할은 뒷다리를 붙잡는 5%를 집어내고 잘 하려는 5% 쪽에 힘을 몰아줘 나머지 90%가 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데 있다. 마누라와 자식 빼놓고는 다 바꾸자"

- 1993.6.13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 헌법은 준수하라고 있다

"지금 그룹내에는 상호불신, 권위주의와 타율, 무소신과 무책임이라는 고질적인 병폐가 만연해 있다. 잘못된 것을 보고도 잘못되었다, 고쳐야 한다고 느끼지 못하는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다.
인간미와 도덕성을 회복하지 못하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영원히 2류, 3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 1993년 선언한 삼성헌법에서

☞ 생명과 재산보다 소중한 명예

"지금의 경영 환경은 초고금리와 마이너스 성장 속에서 생존마저 확신할 수 없는 창업 이래 최대 위기이며 회사를 위해 생명과 재산은 물론 명예까지 내놓겠다"

- 1998.3.22 그룹 창립 60주년 기념행사 취소하고 사내 방송을 통해 발표한 기념사에서

☞ 왜 창조력인가

"200~300년 전에는 10만~20만 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 살렸다.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명을 먹여살리는 인재경쟁의 시대, 지적 창조력의 시대다"

- 2002년 6.5 인재전략 사장단 워크숍에서

☞ 등에서 식은 땀

"5년에서 10년후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 땀이 난다"

- 2002년 4월 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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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뉴맨  | 2004.10.21 13:32

이백규기자님께. 기사내용중 - 삼성이니까 해주지 않느냐(실제 대구사람은 그것도 모자란다고 생각합니다) 사유는 삼성상용차의 고의 부도로 인해 하청회사직원인 수많은 대구사람이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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