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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번' 커닝의 진짜 리스크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4.11.22 17:34|조회 : 1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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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쯤 이야기.
미국에 이민이나 장기체류하러 온 사람들, 특히 나이든 사람들은 영어로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쳐야 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운전학원에 100달러 내고 등록하면 100% 단번에 합격이었다. 비밀은 영어사전이었다. 소수민족들에겐 영어사전 지참이 허용되는데 시험 들어갈때 학원에서 나눠주는 사전속에는 한글로 시험 정답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많은 '속없는' 응시자들이 학원측의 사전 주의를 무시하고 '가문의 영광'을 위해 100점을 맞는 바람에 시험강국 코리아의 본색이 들통나서 그 지역의 제도가 바뀌었다나 어쨌다나...

수능시험 커닝파문을 보며 옛일이 떠올라 "그래 니들이 누구 자식이며, 누구 후배들인데..."하고 생각했다. "시험 있는 곳에 커닝있는건 상식 아니냐, 쟤들은 재수없는 거고, 왜 이리 새삼스레 난리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실상 숱한 선배들과 '쟤'들의 경계선은 그리 뚜렷하지 않다.

나만 해도, 이 기회를 빌어 양심고백을 하자면, 국민학교 6학년 월말고사에서 교과서를 훔쳐봤던 적이 있다. 결정적인 한 두 문제 커닝이 가져온 성과가 감당하기에 너무 컸던 탓에, 그리고 그 놈의 양심이 뭔지, 새가슴이 벌떡거려 손을 씻었다. 하지만 대학교때는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이라는 거창한 명분으로 교련 필기시험때마다 반복되는 거교(擧校)적 커닝대열에 또 동참했다.

낮은 리스크, 높은 기대수익

남녀노소 너나할것 없이 커닝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걸어야 하는 리스크(위험)에 비해 커닝으로 얻게 되는 기대수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스런(?) 경제적 행위이다. 커닝문제 해결을 경제학자들에게 맡겨놓으면 리스크를 키우거나 기대수익을 낮추면 된다는 '정답'이 나온다.

리스크를 높이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교육부가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부정행위를 하다 걸렸을때 응시자격을 3년간 정지시키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사회적 분노의 수준을 감안하면, "자격정지'기간 동안 군대나 갔다 오면되지 뭐" 하는 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남자는 6년으로 차별 적용하는 과격한 방법을 채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전수험생을 잠재적 용의자로 간주해 모든 교실에 검색대와 검색봉을 배치해 미국 공항의 테러방지 수준의 철통경비를 한다. 그것도 모자라면 전 교실에 CC TV를 설치해 의혹이 제시된 교실의 '용의자'에 대해서는 녹화테이프를 면밀히 검사해 사후처방까지 확실히 하면 다음 시험에도 경고효과를 줄 것이다. 뉴질랜드의 대학생들이 'STOP.COM'이라는 회사까지 차려 개발했다는 휴대폰 커닝 적발장치를 음주단속장치처럼 감독교사들이 들고 다니는 아이디어도 나올 것이다.

휴대폰 커닝 시도자체를 막기 위해 시험장소에서 휴대폰사용을 차단하는 장비를 설치하거나, 아예 전국민이 휴대폰 통화료도 아낄겸 수능시험일은 '휴대폰 사용 안하는 날'로 정해서 통신회사들이 휴대폰 서비스를 중단하는 건 또 어떨까.

느꼈겠지만, 이처럼 리스크를 높이는 대책은 단기적이고 좀 '저차원'적인 냄새가 난다. 무엇보다, 상당한 기대 수익이 있는 한 이른바 '위험선호자(Risk Lover)'는 줄지어 나올 것이고, 휴대폰 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은 늘 개발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하나는 기대수익을 낮추는 거다. 이건 간단치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원칙적으로 수능시험에서 점수를 높게 받아도 대학에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으면 위험을 감수할 전투의지는 약해질수밖에 없다.

내신을 포함해 고등학교 3년을 평가할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대학이 해야 할 학생 선발작업을 국가가 떠맡지 말고 대학에 넘겨주는게 원칙일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대학이나 대학원, 나아가 유학이라는 학력이 가져다주는 기대 수익이 크지 않은 쪽으로 사회구조를 유도해나가는게 장기적인 커닝대책일 것이다.

딱 한번은 딱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익과 비용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교육문제를 얄팍하게 바라보는건 여기까지가 한계이고, 구체적인 교육개혁방안은 지금도 머리를 싸매고 있는 교육자들의 몫일 것이다. 하지만,'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라는 무시무시한 죄명으로 수갑을 차게 된 어린 후배들에게 돈세상에서 통하는 '상식'을 들려주고 싶은 대목은 있다.
커닝의 전력을 갖고, 편법과 범죄의 경계를 오가는 세상 속에 살며, 세상을 돈으로만 보는 칼럼을 쓰는 선배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안타까움이다.

우선 수익(?)은 항상 초기 진입자들의 몫이다. 이미 3~4년전부터 휴대폰 커닝 소문이 돌았고, 그전엔 삐삐 커닝수법까지 전수됐다고 하니 통신기기를 이용한 커닝이 올해만 이뤄졌을 거라고 보는 건 말이 안된다.
자신한테까지 기발한 '비법'이 전수돼 '나도 해봐야지'하고 나서게 될때 (특히 본인이 개발한 비법이 아니고 남에게서 들은 것이라면) 100% 그때가 상투잡는 때이다. 법이나 규제가 마련되지 않았거나, 애매할때 치고 빠지는게 모든 투기와 편법이 그나마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모든 행동에는 용인되는 선이 있다. 교통경찰들이 제한속도에서 시속 5킬로미터 정도 넘어가는 것은 봐주는 게 어느나라고 공통적인 현상이다. 모든 법규위반을 철저하게 잡아내는데 드는 사회적 비용이 더 많다면 양과 질 면에서 어느정도까지는 그냥 눈감고 넘어가는 '회색지대'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수능 커닝의 경우 한 건에 연루된 학생만 벌써 140명이 넘어섰고, 선배가 1,2학년들 교실을 돌며 범죄용 휴대폰을 징발할 정도였다. 슬쩍 곁눈질하는 정도가 아니라 통째로 답안을 쏴주는 '기업형'으로 발전했으니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하는게 순진하다.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적당히 요령껏 하면 커닝도 괜찮다는 말을 하자는 건 절대! 아니다. 돈세상이건 시험의 세계이건 대부분의 경우는 뭔가 남들이 하는 잔머리를 따라 굴려보려는 때 늘 '재수없게도' 물의를 일으키게 되고, 하다보면 욕망을 자제하지 못해 선을 꼴닥 넘어가게 된다는 말이다. 애초부터 범죄의 길로 접어들 생각이 없다면(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말이고 뭐고 필요가 없다) 시작하지 않는게 좋다.

용의자로 잡혀온 아이는 경찰서에서 "커닝이 이렇게 큰 문제일지 몰랐다"며 정신이 덜 깬 목소리로 말했다. 감독선생님들도 '일생에 딱 한번 있는' 시험인지라 모르는척 해주는게 당연했고, 어려서부터 잘못된 일을 해도 부모님에게 "이번 딱 한번이야"라는 말로 용인받아왔고, 그래서 '딱 한번 커닝'을 위해 몇십만원 돈까지 부모님한테 받았다니 어리둥절한게 당연할수도 있다.

'딱 한번'으로 합리화되는 모든 부정의 진짜 리스크는 걸릴지도 모른다는데 있는게 아니라 딱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점점 더 큰 문제에도 '딱 한번'이 적용되다가 딱 한번 걸리는 걸로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엔론 SK같은 기업들의 거대한 회계부정도 시작은 '이번만...'이었다.

'잘못될 수 있는건 항상 잘못된다'는 머피의 법칙을 염두에 두고 사는 것. 그게 사는 지혜이고 자신(그리고 자식)과 사회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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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머니투데이 김준형  | 2004.11.26 11:45

머니투데이 김준형입니다. 커닝을 포함한 모든 도덕적 해이의 중독성과 그로 인한 파괴적 결과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보려고 쓴 글이었습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교육문제를 얄팍하게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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