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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임원'100㎞ 거주제한', 말되는 이유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4.12.02 14:09|조회 : 3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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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서울에서 100킬로미터 이내에서 살지 않았다면 시중은행의 이사가 될 수 없다, 반대로 부산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같은 지방은행 임원을 하려면 최근 1년간 서울에서 산 적이 있어선 안된다. 바다건너 사는 외국인? 두말하면 잔소리. 원천적으로 부적격이다'

우리나라 은행법이 이렇다면 아마도 '국제 금융권'으로부터 "한국이 외국투자가를 내쫓으려고 작정을 했다" 는 뭇매를 맞을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나 월스트리트저널처럼 서구 금융시장의 여론을 전달하는 '권위지'들은 민족주의, 국수주의, 배타주의, 쇼비니즘, 울트라 내셔널리즘 등의 단어를 동원해 한국정부가 'IMF쇼크'이후에도 정신을 못차렸다고 개탄할지 모르는 일이다.

◇ 전용기 타고 경주찾아 이사회하는 뉴브릿지

유감스럽게도 기우가 아니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시중의 외국인 이사수를 제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을 하자마자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한국의 민족주의 성향이 경제 개혁을 늦추고 , 외국인들의 투자유치는 커녕 진입을 막고 있다며 그 대표적인 예로 윤위원장의 발언을 들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한국 금융사를 인수했거나 계획중인 외국사들과의 마찰을 초래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일부 외국 금융권과 언론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윤위원장이 '100킬로미터 주거 거리제한 운운'하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하지만 위에 예로 든 '주거 제한규정'은 영미 자본주의의 모델인 미국의 은행법(National Banking Act) 72조의 한국버전에 불과하다. 72조는 "모든 은행의 이사는 재직중 미국시민이어야 하고, 이사의 과반수는 은행이 소재한 주(州), 혹은 본점으로부터 100마일 이내에 1년전부터 거주해야 한다"고 돼 있다. 주 은행법도 마찬가지. 뉴욕주법의 경우 이사의 과반수 이상이 선임및 재임기간중 미국 시민권을 보유해야 한다는 등의 국적제한규정을 갖고 있다.

단체로 전용기를 타고 (본점이 있는 서울도 아닌)경주에 몰려와 며칠 구경하면서 호텔에서 이사회를 해치우는 제일은행의 뉴브릿지 이사들처럼 해서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걸 미국 은행법은 일찌감치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나라나 지역에 사는 이방인들은 현지 금융시장에 대해 이해가 부족할 수 있을뿐 아니라, 자국 내지는 자사를 위해 얼마든지 은행의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는게 여러 건의 사건 사고를 통해 밝혀진 국제금융시장의 상식이다. 아니 상식보다 앞서는 인간의 본성, 내지는 그보다 위대한 돈의 논리이다.

◇ 서구 선진국 일방적 압박..'돈세상'원칙 위반

거슬러 올라가보면 1832년 미합중국은행(Bank of USA)의 외국인 지분이 30%를 넘어가자, 앤드류 잭슨 대통령이 '미국의 국익을 위협한다'면서 아예 은행 허가를 취소한 전력도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이사의 3분의1이 아니라 단지 지분(그것도 투표권 없는)이 30%를 넘었다고 해서 말이다.
뭘 새삼스레 옛날 이야기를 들추냐고 할지 모르지만, '국익을 위협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도, 심지어 한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 까지도 할수 있는게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자국 중심주의의 자랑스런 전통이다.

그럼에도 월스트리트 저널이 미국의 민족주의적 성향에 대해 불평하는 기사를 쓴 걸 읽은 적이 없고, 파이낸셜 타임즈가 미국정부의 배타적 성향이 경제개혁을 방해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는 건도 본 기억이 없다. 미국에서 영업중인 서구 금융회사들이 국적·거주 조항때문에 정부와 마찰은 커녕 옷깃하나 비볐다는 이야기도 못들었다.

애국주의를 무기삼아, 혹은 '토종' '신토불이'를 핑계삼아, 떳떳하지 않은 국내 주주들과 정체가 불분명한 자본이 내 지갑을 관리하는 것보다는 외국의 투명한 자금이 들어오는게 백번 환영할 일이다. 그래서 은근슬쩍 진짜 국수주의를 부추기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넓혀 보려는 움직임을 용납할수는 없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선진 국제 금융권의 시각'이라는 복음을 빌어 상호주의 원칙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후발국가를 몰아세우면 통하던 좋은 시절은 지났다는 건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다.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평등해야 하는게 '돈세상'의 원칙이다.

어제 읽은 책 귀절 하나. 독일의 풍자작가 페터 오르토퍼가 선진국이 발명해낸 세계화와 다문화주의에 대해 한 말이다. "다문화사회는 늘 일방통행로, 그것도 서방세계쪽으로만 통하는 일방로였다...하지만...네가 나한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도 너한테 할거야! 이게 문화의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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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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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머니투데이 김준형  | 2004.12.13 18:47

핑계지만, 출장 등등 이유로 댓글이 늦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주주의 권리를 국적에 따라 제한하는데는 반대합니다. 하지만 세계시장 통념상 인정되는 예외라면 우리라고 예외가 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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