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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빌 밀양? 도그빌 코리아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4.12.13 18:03|조회 : 13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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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 산맥 자락에 도그빌(Dogville)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창백한 얼굴의 미인 그레이스가 누군가에 쫓겨 이 마을로 숨어 들어온다. 그레이스는 청소, 애 봐주기, 채소가꾸기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며 평온함이 깨질까 경계하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한다.

갸냘픈 그레이스에게 일을 맡기길 주저하던 마을 사람들. 하지만 점차 시키는 일이 늘어나 노동력 착취로 이어지더니 급기야 강간을 거쳐 공공연한 성학대가 이뤄진다. 어른들이 그녀를 공공연한 성노리개와 노동력 착취대상으로 여기는걸 아는 아이들조차 예외가 아니다.

'마음씨 좋은' 아저씨에게 구원을 요청해 사과배달트럭 뒤에 숨어 탈출도 시도해본다. 마지막 순간 그 아저씨는 "다들 하는데 나도..."하며 포장이 둘러쳐진 트럭에서 또한번 겁탈한뒤 다시 마을로 끌고 온다. 이제 그녀에겐 큼지막한 돌덩이가 메달린 쇠사슬이 개목걸이처럼 걸린다. '남편을 빼앗아간 더러운 년'이라며 욕하는 마을 여인들도 '공공재'가 된 그녀를 풀어줄 생각은 없다...-

니콜 키드먼이 청순하면서도 차가운 이중성을 섬뜩할 정도로 연기해낸 영화 '도그빌'이야기이다. 말 그대로 '개(dog) 같은 인간동네(ville)'를 허무적이고 파괴적인 결말로 난도질했다. 그것도 벽은 아예 생략하고 분필로 바닥에 건물과 사물의 위치를 그려놓은 벌거벗은 하나의 세트에서 이끌어간 파괴적 형식으로 풀어내 적잖은 충격을 줬었다.

난데 없이 영화 이야기를 꺼낸건 바로 그 '도그빌'을 딱 닮은 나라때문이다. 어느 경찰관은 성폭행 피해 여학생들에게 "너희들이 밀양물 흐렸다"고 말했다지만, 밀양만을 '도그빌'이라고 이야기하는건 수능시험 부정이 처음 광주에서 터졌다고해서 '커닝 광주'라고 이야기하는 거하고 똑같다.

나중엔 결국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게 '당연히'드러났듯, 밀양 여중생 집단성폭행사건은 나라안 어느 곳에서건 또 일어날 것이다. 아니, 관련자가 40몇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수없이 비슷한 일은 일어났을 것이다. '도그빌 밀양'이 아니라 '도그빌 코리아'인 이유이다.

피해자보호가 허술했느니, 아이들이 어떻게 이런 범죄를 저지를 지경에 이르렀느니 공분이 일고 있다. 결론적으로 애들이 이렇게 된건, 보고 들은게 그렇기 때문이다. 붉은 정육점 불빛 아래 손님을 부르는 매춘업소가 통학길가에 버젓이 영업하고 있고, 차나르는 티켓다방 오토바이 행렬이 마을을 누비고 다니는, 그리고 학교에서 몇발짝 앞에 별 제재없이 드나들수 있는 러브호텔 여인숙이 널려있는 그런동네에서 자라난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성' 관념이 자리잡기를 바라기는 애초부터 무리일 것이다. 도그빌 아이들이 '공공의 성(性)'에서 배운 건 "성은 욕구를 '배출'하는 통로"라는 명제이다. 돈이 있으면 사면 되고, 없으면 강제로 '해결'하면 되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높은 분들과, 여론을 선도하는 언론이 그 정당성을 더해줄때 도그빌 아이들의 사상은 확고해진다. 아이들은 성욕을 막는 것은 공산당이요, 성욕구의 분출은 자유민주주의구성원의 자연스런 권리라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
한국경제를 연구한다는 곳의 원장님이 "성매매특별법은 인간의 성욕을 막고,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좌파적 발상에서 나온 법”이라고 이야기했지 않은가.

'찌꺼기를 버릴수 있는 하수구'를 막으면 성범죄문제가 심각해진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회장이라는 분의 말을 기억하는 아이들, "한창 나이에 배설할 방법이 없으니 이렇게 하는거지......이건 사회탓이라구"

그뿐인가.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하는(經世濟民)' 바로 그 경제부총리께서 "최근 시행된 이상한 법이 국가의 경제 불확실성에 기여한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성은 돈을 위한 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녀선 안된다는 말에 도그빌 아이들이 어떻게 감히 토를 달 것인가. 아이들의 귀에 피해자의 인권이니, 인간의 존엄성이니 하는 말이 들어올 리가 없다.

'상황이 이런데, 굳이 그렇게 요란하게 할게 뭐람. 조용히 있는 법 엄격하게 적용하면 될 걸'하는 아쉬움이나 궁시렁 차원이 아니라 '자유로운 성매매'를 사생결단의 이념논쟁으로 승화시킨 입들이, 그 '자유로운 사회'에서 자라나고 오염된 아이들의 세태를 꼬집을 자격은 없다.
평소엔 사물의 인과관계와 사회경제적 연관성을 분석하는데 뛰어났던 분들이 "그것과 그건 별개"라는 편리한 인식체계를 들이댄다면 더 할 말은 없다.

다시 영화 도그빌의 마지막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그레이스의 아버지가 이끄는 가공할 마피아단이 신의 응징처럼 마을을 기관총으로 쑥대밭을 만든다. 처음에 그레이스를 '사랑'했다가 자신도 남들과 똑같다는걸 들켜버린뒤, 돈 몇푼을 위해 마피아에게 그레이스를 넘기려 했던 톰이라는 남자는 그레이스의 아름다운 손에 들린 권총에 맞아 산산조각난다. 강보에 쌓인 아이들까지야...하는 영화적 상식조차도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허용하지 않는다. 도그빌에서 단 하나 살아남은 생명체는 모세라는 이름의 개였다.

학살직전 그레이스는 (단 몇명이라도)사람들을 구하려는듯 마을로 돌아서려다 그만둔다. 도그빌은 미래가 없는, 조그만 희망도 싹틀수 없는 동네이고, 죄는 사람에게 있는게 아니라 그 구조자체라는 생각에서였다. 유일한 구원은 총체적 파괴밖에 없다는 구약적 결말이었다.

기관총탄 세례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현실속 도그빌 주민의 한사람으로서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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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ginnie  | 2005.01.06 13:32

진정 진심으로 동감합니다. 이런 글을 쓰신 기자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암울한 이 현실에서 우리가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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