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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참이슬'의 씁쓸한 부활

매각앞둔 '초우량 법정관리 기업' 진로.. '외국인만의 잔치'에 허탈

성화용의인사이드 머니투데이 성화용 기자 |입력 : 2005.01.06 08:31|조회 : 19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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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연간 16억병의 소주를 만드는 우리나라에서 여덟번째로 오래된 회사.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 55%, 지난해 7000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2200억원.

이 정도면 누가 봐도 초우량기업이요, 한국 주류산업의 캐시카우로 손색이 없다.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영업이익률에 경쟁업체들이 범접할 수 없는 시장 지배력, 증류주 부문 세계시장 판매량 1위의 기업.

이런 진로가 법정관리 상태에 있고, 매물로 나와 새주인을 찾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외국인들이 거의 독차지하고 있다는 현실 자체가 한국경제의 아이러니다.

진로는 어이없게 부도를 냈다. 무리한 사업확장의 대가는 혹독했다. 갑자기 찾아온 유동성위기에 허우적 대다가 무너지고 말았다.

정부와 채권단은 진로가 부도를 낸 지난 97년 '부도유예협약'이라는 기형적인 부실기업 처리 모델을 만들면서까지 진로를 살리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진로 안팎에서 바라보는 '문제의 씨앗'은 회사를 살려보겠다고 애쓰던 과정에서 골드만삭스와 접촉한 데서 시작된다.

진로는 구조조정에 도움을 받기 위해 골드만삭스측과 논의했지만 '비밀유지협약'만 체결한 채 무산됐고, 이를 계기로 골드만삭스도 진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관측.

이에대해 골드만삭스측은 "컨설팅 조직과 채권투자를 담당하는 조직이 전혀 다르고 정보 교환도 할 수 없도록 돼있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개된 정보만으로 투자를 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어찌됐든 골드만삭스는 자산관리공사와 채권은행들로부터 장부가의 5분의1이 채 안되는 헐값으로 진로 채권을 매입했다.

독자 회생을 위해 외자유치를 하겠다고 발표(2003년4월2일)한 바로 다음날(2003년4월3일) '법정관리'를 신청해 1년만에 법원의 판결을 끌어낸 것도 골드만삭스였다.

이제 매각을 앞둔 진로의 최대주주 겸 최대채권자도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외국인들이다. 모건스탠리와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등 외국인 대주주들의 지분율만 37%, 정리채권 보유액도 1조7000억원에 이른다.

최근 시장이 평가하는 진로의 기업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악의 내수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소주는 호황이다. 소주를 제외한 맥주, 양주등의 주류 매출은 지난해 평균 10%안팎 줄었지만 소주시장은 5%이상 성장했다. 진로는 2003년에 비해 지난해 매출 12%, 영업이익은 50% 가까이 늘었다.

그래서 지난해 상반기 1조원~1조5000억원 수준으로 가늠하던 진로의 매각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2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더니, 최근에는 3조원을 호가한다는 설이 돌고 있다.

진로를 사겠다고 매달리는 곳만 국내외로 10여개. 진로를 인수하겠다고 공개선언한 하이트맥주, 대한전선 뿐 아니라 두산, CJ, 롯데 등이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거명되고 있고 세계적인 주류업체인 얼라이드도맥, 한국시장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뉴브리지캐피탈 등도 눈짓을 보내고 있다.

이 추세라면 주류업계 일각에서 진로 침몰의 '주적(主敵)'으로 꼽고 있고, 고형식 변호사(2001년~2003년 진로 국제담당 변호사)가 '진로 몰락의 원흉'으로 지목했던 골드만삭스는 또 한번 한국 시장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JP모건 등도 적게는 2~3배에서 많게는 5배 이상의 차익을 얻을 전망이다. 진로 딜을 담당했던 분석가와 매니저들은 수십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진로의 부활이 '그들만의 잔치'가 되고 있는 이러한 상황을 선뜻 '현실'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지난 98년 10월 '참이슬'을 내놓은 후 대낮부터 소주 매장에서 허드렛 일을 도우며 홍보에 매달렸던 수많은 영업사원들. 매일 저녁 선술집에 들러 옆테이블 손님에게 진로 소주를 사는 게 일이었던 '진로맨'들의 눈물 겨운 노력.

여기에 불황의 시름을 소주로 달래온 서민들의 쌈짓돈이 애먼 외국인들의 배만 불려 준다는 느낌이어서, 이것을 '시장의 법칙'이라고 담담하게 인정해 버리면 너무 허탈해 진다.

돌이켜보면 그 때는 모두가 힘든 시기였다. 그러나 장진호 전 진로그룹회장이 부도유예협약 적용 당시 조금 더 일찍 경영권 포기각서를 썼다면, 채권단이 조금 더 성의있게 회사 내용을 들여다 봤다면, 그래서 조금만 더 늦게 포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누구 손으로 넘어가든, 진로는 주류시장의 강자로 남을 것이다. 진로의 부활을 위해 우리경제가 7년여에 걸쳐 부담한 '비용'이 매우 비효율적인 경로로 투입됐다는 교훈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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