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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삼성전자 살 이유 없다"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5.01.18 14:23|조회 : 32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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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주? 유틸리티주?

삼성전자 실적발표와 더불어 주식이 140만주가 넘게 거래되고 주가가 6%넘게 올랐던 지난주말. 외국계 증권사 임원 A상무와의 점심 화제에 삼성전자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었다.

의외로 A상무는 한국주식 투자의견을 묻는 외국인 고객들에게 "삼성전자 주식을 살 이유가 없다"는 말을 해준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과 같은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것은 성장주(Growth stock)의 매력때문이며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범주에 포함돼 있다는게 A상무의 설명이다.

"그런데 순이익의 40% 가까이를 자사주를 사들이는데 쓰는 회사가 어떻게 성장주냐"고 반문했다. "굳이 사려거든 전기 가스 같은 유틸리티(Utility)주식 개념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간배당을 합쳐 2%대의 배당수익률이라면 '과부나 고아가 생계를 의존할 만한 주식(Widow and Orphan stock)'으로 보기에도 역시 2% 정도 부족하다. 자사주 소각이 배당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고는 하지만 이는 간접적이고 결과론적인 이야기이다.

삼성전자 이야기 하나 더. 모 대학 이공계 B교수에게 삼성전자에 취직한 여제자가 인사를 왔다. 그 어려운 관문을 뚫고 최고의 직장에 취직했으니 인생이 확 피었지 않느냐고 덕담을 건넸다.
"직장근처인 경기 용인 인근에 살면서 새벽 6시 조금 넘어 출근해 10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계속하다보니 주말에도 픽 쓰러져 잠자기 바빠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돈 쓸 시간, 가족 돌볼 시간 없이 바쁜 직원들

B교수는 '몸치장 하고, 데이트도 하고, 주말엔 여행에 레저도 즐겨야 할 팔팔한 20대 여성이 이러니 내수가 살아날 수 있겠느냐'고 농반진반으로 말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집사람도 맞장구를 친다. "같은 아파트에 남편이 삼성전자에 다니는 아줌마가 있는데, 결혼이후 이날 이때까지 남편이 맨날 밤늦게 들어와 새벽에 나가는 하숙생 생활을 하다보니 한때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지독한 우울증에 걸렸대, 글쎄" 다행히 신앙을 갖게 돼 마음의 평온은 찾았지만, 이번엔 아예 살림살이와 애교육마저 뒷전일 정도가 됐다. 식구들은 그래도 삶의 의욕을 되찾은데 위안을 삼는다는 것이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증시까지 '삼성효과'로 뒤흔들고, (환율 도움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순익 '100억달러 클럽'에 가입한 삼성전자의 위업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우리 경제의 '양지'들이 그 따뜻함에 취해있을때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물적투자와, 고용· 내수창출로 이어지는 인적투자를 최우선시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은 짚어야 할 것 같다.

신제품 개발투자 등한시했다간 순식간에...

삼성전자의 '100억불 클럽' 가입소식으로 분위기 좋아지는데 공연히 딴지 거는 것일까. 로이터통신은 어제(17일) 삼성전자가 지난 연말의 홀리데이 시즌에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를 쇄신하지 못해 다양한 새 모델을 내놓은 모토로라가 우세한 입지를 갖게 됐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지난 2003년 모토로라가 카메라폰 신제품 개발 투자에 등한시한 탓에 연말 시즌을 삼성전자에게 내줬던 것과 반대의 현상이다.

주주가치를 높이는데 돈을 쓰는게 나쁠 것은 없지만, 이런 소식을 접할때마다 여전히 성장단계에 있는 기업이 진정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우리경제 곳곳에서 '신성장 동력에 모험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 '돈이 안 풀린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지난해에만 삼성전자같은 회사가 지난해에만 2조원의 돈을 자사주소각으로 태워없애는 건, 당장 시장의 투자심리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직원만족+고용증대...도요타 다하라 공장

시설투자 못지 않게 지속적인 인력투자와 고용창출 역시 잘 나가는 기업들이 해야 할 몫이다. 삼성전자가 3000명을 넘게 신입사원을 뽑기로 해 백수들에게 희망을 준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돈 쓸 시간, 가족 돌 볼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 해소되려면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었을 듯하다.

돈 잘 벌릴때 그 돈으로 인력절감을 위한 자동화에 투자하는게 낫지 마냥 사람 뽑았다가 나중에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는 렉서스 신화로 유명한 도요타자동차의 사례를 들어볼 만 하다.

도요타의 다하라공장은 거의 전공정을 로봇이 맡는 최첨단 공장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경영실패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보너스 삭감이나 퇴직조치로 통제가 가능한 인건비와 달리 로봇은 일단 설치하고 나면 가동시간에 상관없이 감가상각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불황기에 훨씬 큰 경영압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결국 이후 시설투자에는 자동화와 수작업을 결합시킨 인간중심의 자동화모델을 적용함으로써 고객만족뿐 아니라 '직원만족'의 개념을 도입하고 고용확대효과도 누릴수 있게 됐다. 워크아웃은 군살을 빼는 것도 있지만 나올대를 나오게 하는것도 포함된다.

그 많은 돈...기업들 돈주머니 풀어야

박완서의 소설제목을 패러디한 "그 많던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이 얼마전 나오기도 했다. 실상 우리 사회에서 그 많다는 돈이 흘러들어가 있는 곳은 정부부문과 더불어 (아무리 죽는 소리를 해도) 기업이다. 상장사가 지난해 3·4분기까지 벌어들인 순이익은 37조41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5%나 급증했다. 갈곳없이 떠도는 이른바 '부동자금'의 존재도 기업들의 돈주머니를 빼고선 이해할수 없다.

내수와 투자심리를 탓하기에 앞서, 돈주머니를 채운 기업들이 먼저 주머니를 풀어서 하청업체와 실업자와 서민들의 주머니에 보태줘야 하는 이유이다. 투자가 늘어나고 고용이 늘어나 형편이 풀리게 된 사람들이 바로 기업의 고객이고 내수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장사 순이익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상위 10개사처럼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는 기업들이라면 외부환경을 탓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투자심리를 언급하고, 정치환경을 개탄하며, 내수부진만을 탓하며 그늘 아래 움츠리고 있는 것은 파괴적인 동반자살행위이다.

전국경제인연합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올해 투자를 전년에 비해 17% 늘리겠다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1년 한때 마이너스까지 내려갔을 정도의 극심한 투자부진을 만회하기엔 여전히 부족하고, 지난해 실제 투자증가율 18.7%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이다.

그나마 생색내기용 숫자에 그치지 않고 '다 함께 사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기업들이 실제로 주머니를 푼다면 우리 경제와 우리 집안 살림살이가 조금은 펴질 것도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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