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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기아차사태 '양비론' 안된다

성화용의인사이드 머니투데이 성화용 기자 |입력 : 2005.01.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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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채용비리 수사가 확대되면서 이번 사건을 '노조와 사용자의 합작품'으로 보려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물타기'다. 노조의 문제는 인정하지만 회사측도 별 차이가 없다는 식의 양비론을 통해 노조에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희석하자는 의도다.

지난 24일 사퇴한 박홍귀 전 기아차 노조위원장은 노조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회사쪽 비리가 더 클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그는 "기아차 광주공장 생산직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노조 간부는 물론 회사 임원, 힘있는 외부사람 등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다 추천자로 봐야 한다"는 얘기도 남겼다.

이런 시각이 수사 진전과 함께 은연중 확산되고 있다. 친노조 그룹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전개에서 노조의 세력을 꺾으려는 '불순한 여론몰이'가 읽힌다고 중얼거리는 소리도 나온다.

아직은 워낙 국민들의 충격이 크니까 대놓고 말하지 못하지만 뭔가 꼬투리 잡을만한 게 나오기만 하면 '반격'에 나설 태세다. 그 논리의 핵심은 역시 '노사 합작품', '대기업 채용관행의 구조적인 문제' '사회 전체에 만연한 병폐'라는 식의 양비론 또는 일반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의외의 단서가 잡힌다 해도 이런 식의 접근법으로 노조에 묵시적인 사면장을 건네주는 일 만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번 사건의 실체를 '독직(瀆職)'이라고 정의하는 게 맞을 듯 하다. 보통 지위나 권력을 남용해 비행을 저지를 때 쓰는 말이다.

문제의 노조 지부장이 2억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할 수 있었던 건 '지위'와 '권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돈을 받고 채용장사를 할 수 있는 실체적인 '지위'요, 회사가 작년 10월 내용을 파악하고도 쉬쉬하며 덮어두도록 만든 사용자를 주무를 정도의 '권력'이다.

문제는 노조가 가진 '권력'의 실체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이 공식화되면 견제와 감시가 시스템화된다.

그러나 '비공식적인 권력'은 '자기 규율'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대기업 노조가 '자기 규율'을 못해 회사를 망치고 스스로 조직을 무너뜨린 사례가 적지 않다.

가까이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파업으로 결국 6명이 징역형을 받고 600여명이 징계를 받은 LG칼텍스정유노조, 회사가 사활의 기로에 섰는데 고용조정을 막겠다고 파업을 무기로 들고 나온 코오롱 노조가 있다.

상식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파업'은 노조의 공식적인 쟁의 수단이다. 광주에서 불거져 다른 사업장에서의 개연성 마저 의심받고 있는 기아차 노조 간부의 '독직'은 이 보다 훨씬 질이 안 좋다.

사용자는 공식적인 권력이다. 그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노조의 '비공식적인 권력'이 사용자의 채용권, 인사권을 농단할 정도로 커져 버렸는데도 이 기형적인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 장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 문제다. '노사 합작품' 운운하는 것은 논리의 균형이 안 맞는다.

어떤 조직이나 개인이 특별한 위치, 특별한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는 점도 기아차 노조의 채용비리 사건을 일반론으로 덮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무식한 졸부의 엽색행각은 그저 동네에 소문 안좋게 나는 걸로 끝나지만 종단에 이름깨나 난 수도승이 그렇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다.

적확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노조 간부의 채용비리는 수도승의 엽색행각이나 경찰간부의 강도질과 비슷한 문제다.

노조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라는 본질적인 성격 때문에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아차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물타기'를 경계할 수 밖에 없다. 노조는 스스로 가진 '권력'의 실체를 인정해 겸허하게 견제와 감시를 수용해야 하며, 이번 사건을 '정치적 해법'으로 풀어나가려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언제쯤 한국의 노사관계가 정상적으로 자리잡겠느냐"는 질문에 익명을 부탁한 서강대의 한 교수는 "달이 차야 기울 것"이라고 했다. "일부 노조의 권력형 부패와 상식밖 단체 행동을 대중들이 확실하게 인지하고, 그 여론을 못 견딜 때쯤 돼야 노조도, 사용자도 상식적인 관계를 정립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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