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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돈으로 '세뱃돈 랠리' 만들기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5.02.11 16:53|조회 : 27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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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설이 지나면 아이들은 평소 구경못해 본 목돈에 입이 절로 양볼에 걸린다.
머리가 다 커버린 녀석들이야 이미 통제권을 벗어났지만 그래도 초등학교 저학년 까지는 두둑해진 복주머니를 부모에게 건네는게 보통이다.

FM뱅크는 이제 그만

"절대 아빠 엄마가 쓰지 말고 나중에 내가 사고 싶은거 사줘야 돼"하고 몇번이고 다짐을 받지만 영 못 미더운 눈치다. 하기야 우리 어른들도 세상에서 제일 신용도가 떨어지는 'FM뱅크(Father & Mother Bank)'의 악명을 어려서부터 익히 겪어온 바이다. 들어가기만 하지 도통 나올줄 모르고, 이자는 커녕 원금도 어느새인가 사라져버리는 '악덕은행'말이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예전엔, 딴집 아이들에게 준 세뱃돈 따지면 '그 주머니가 내주머니'라며 모른척 살림에 보태써도 아이들이 뭐라 할 처지가 못됐다.
하지만 요즘 그랬다간 속이 놀놀한 아이들한테 생각날때마다 들볶이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다가 부모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딱히 어디에 쓰기에도 뭐하고, 따로 넣어둘 금고나 통장도 없다보니 차일피일 미루고 고민하다가 어느덧 반찬값으로, 가족 외식비, 심지어 아빠 술값으로 날아가기 십상이다.

어린이용 은행적금 떠나다

이런 '흐지부지'의 악순환을 끊고자 과감히 2년전 아이들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아이들이 태어나 지금껏 받았던 세뱃돈이며, 친척들에게 받은 용돈을 모두 넣었다.
'남의 돈에 손대지 말고 착하게 살자'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그동안 착복했던 돈까지 모두 토해내 가입한게 K은행의 C적금 통장. 행장이 캥거루 옷 입고 선전하던 바로 그 히트상품이다. 돈 생길때마다 적금 붓듯이 조금씩 넣어두면 자동으로 보험도 들어준다는게 무엇보다 맘에 들었다. 인터넷 교육상품 할인인가 뭔가 하는 혜택도 준다니 더욱 푸짐해보였다.

그런데 아이가 커가면서 생기는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준다는 보험이 따지고 보면 개별상품으로는 월 500원정도짜리 밖에 안되는 보장성보험이란다. 인터넷 교육이니 뭐니 하는 자투리 혜택은 쓸 일이 없었다.

연3%,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금리에, 그것도 목돈을 한꺼번에 넣는게 아니고 몇만원씩 생기는 돈을 넣어둬봤자 10몇년 지난 다음에 아이들한테 "아빠 혹시 직업이 경제기자 맞아요?"라는 소리 듣기에 딱 좋은거 같아서 지난해 초 과감히 해약했다.

대신, 아이들 이름으로 증권계좌를 만들었다. 주시시장이 시들시들했고, 경기도 바닥이 어딘지 몰랐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망가질 것으로 보는 비관론자는 아닌지라 별로 망설이지 않고 주식을 택했다.

주주가 된 아이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수출, 그 수출을 떠받들고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선택한 것도 유능한 펀드매니저가 아니라도 능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1~2년에 다시 팔 것이 아니니 굳이 어제 오늘 지수가 어땠는지, 종목 주가가 어땠는지 신경쓸 필요도 없다.

비록 둘 다 합쳐봤자 삼성전자 몇 주, 현대차 몇 주 정도밖에 안되지만 어쨌든 이렇게 해서 우리 아이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주가 됐다. 이번 세뱃돈은 아직 결산은 안했지만 얼핏보니 현대차 2~3주씩은 사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보니 수익률은 고만고만 하지만, 역시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어차피 내가 꺼내 쓸 돈도 아니지 않는가.

무작정 장기투자는 '별로'

물론 그렇다고 돈을 맡긴 고객들의 기대를 무시하고 맘 편히 두 손 놓은채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방기할 생각은 없다. 한번 사놓고 평생 갖고 가는 '원 디씨전(One Decision)' 주식으로 하릴 없이 들고 있도록 하지도 않을 작정이다.

S&P500지수가 발표되기 시작한 1957년 이후 500개 기업중 40년후까지 살아남은 기업조차도 74개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 중에서도 시장수익률을 웃돈종목은 12개밖에 안된다. '우량주 40년 장기투자'의 성공률은 2.4%에 불과했던 셈이다.

우리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아무리 지금 잘나간다 하더라도 10년이 지나면 강산이 변하듯 우리 주도산업의 모습도 바뀌어 있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새 주식을 집어넣고, 낡은 주식은 이익을 실현하는 포트폴리오교체를 단행할 것이다. 물론, 그때는 나 혼자의 결정이 아니라 아이들을 '투자위원회' 멤버로 참여시킬 요량이다.

자신 돈도 자식 돈처럼

그렇다고 '12살에 부자가 된 키라', '9살에 1200만원을 번 구범이', '맥도날드 주식 한주를 14살에 2만달러로 불린 다니엘'같은 대박 환상에 아이들까지 끌어들이자는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난뒤 아이들이 기업과 경제의 원리를 배울 생생한 교재를 준비하고, 아이들과 함께할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놓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렐 것이다.
물론, 게다가 자산까지 불어나 있다면 금상첨화이고...

주변에 이런 생각을 갖는 사람이 하나 둘 생기는 걸 보면 앞으론 '세뱃돈 랠리'라는 말이 일상화 될 날도 오지 말란 법이 없을 듯하다(오늘 종합주가지수가 약세인걸 보니 아직은 FM뱅크가 성업중인 모양이다).

어디 자식 세뱃돈뿐인가,
다들 자신 돈도 자식 돈처럼 그렇게 투자하면 하루하루 오르내리는 주가 앞에서 '무주식 상팔자'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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