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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병칼럼]경기, 아직 살얼음판

강호병칼럼 머니투데이 강호병 경제부장 |입력 : 2005.02.14 12:40|조회 : 7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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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했던 경제의 표정이 최근 한달새 많이 달라졌다. 설대목에 백화점 할인점이 웃는 모습을 보인 것은 몇 년만에 처음인 것같다. 움츠렸던 소비자들의 마음이 펴지는 조짐도 소비심리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채금리는 한달새 저점에서 1%포인트 가까이 올랐고 은행 예금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000, 500 고지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실물지표도 내수경기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12월 서비스업 생산이 6개월만에 증가했고 1월 자동차 판매도 전년 동월 대비 5% 늘어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금씩 늘어나던 신용카드 사용액도 올 1월 15%에 가까운 증가율을 나타냈다.

전체적으로 경제지표의 얼개는 회복기 때의 모양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경제는 아직 살얼음판이다. 회복의 서광은 비치고 있지만 지반이 약해 경기회복의 지속성과 강도를 낙관하기 힘들다.

2년만에 찾아온 소비회복 조짐은 주가상승, 경제우선정책 등에 자극받아 고소득층이 씀씀이를 늘린 탓이라는 분석이다. 소비회복 속도가 빨라지려면 고소득층은 물론 중산층 이하의 전계층이 지갑을 열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태다. 가계부채, 신용불량자 문제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다. 비정규직이 늘고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소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하다 못해 주식을 많이 가진 것도 아니어서 근로소득 외에 배당소득이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처지도 못된다.

더 불길한 것은 수출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점이다. 최근 몇년간 우리 경제는 수출이나 소비 둘 중 한쪽이 좋아지면 다른 쪽이 나빠지는 이상한 엇박자를 반복해 왔는데 이번에도 같은 조짐이다.

1월 수출은 18.7% 늘어나 기대이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달러화로 계산된 수출증가율이고 원화로 환산하면 1월 수출증가율은 4.0%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이 원화가 절상돼도 달러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전가하지 못한 채 원화절상에서 오는 채산성 악화를 그대로 감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달러약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해도 아시아권 통화에 대해서는 추가로 약세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반도체 등 IT제품 값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처럼 국면전환을 시사하는 듯한 지표들이 여기저기 반짝일 때는 경제정책 운전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상황판단을 잘 못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 경기회복 신호가 관찰되더라도 본격적인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수출이 잘 버텨주지 않는 한 완만한 소비회복으로는 5년째 하강하는 경기흐름을 위로 끌어올리기가 힘들다. 수출둔화 폭이 예상보다 커지면 소비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따라서 경제가 정상속도를 낼 때까지 재정 통화 외환 등 거시경제정책 기어를 `확장'에 둬야지 섣부른 낙관론을 들이대며 정책기조를 변경하면 위험하다. 지금 정부가 경제정책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버리면 곧바로 경제의 시동이 꺼져버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경제가 국정운영의 1순위에 놓이고 벤처·코스닥대책이 나온 뒤부터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주가상승세가 탄력을 받았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정책 풀무질을 지속해 2년만에 켜진 불씨를 최대한 키워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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