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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진로 인수전 '허망한 과열'

14곳 인수의향서 제출..외국인 투자자 '兆'단위 차익 추정

성화용의인사이드 성화용 기자 |입력 : 2005.02.15 09:20|조회 : 1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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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수합병(M&A)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진로를 인수하기 위해 국내외 14개 인수희망자가 14일 주간사인 메릴린치증권에 의향서를 제출했다.

원매자들 4~5개가 뭉쳐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을 감안하면 줄 잡아 60~70개 기업과 펀드가 진로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대표하는 주류업체와 유통·식음료업체는 거의 다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수백개의 기업 매물이 나왔지만 이렇게 뜨거운 딜은 처음이다.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 55%, 세계 제일의 고도주(알코올 10도 이상의 술)업체, 7347억원의 매출에 30%가 넘는 영업이익률(지난해 기준).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캐시카우일 뿐 아니라 일약 술시장과 유통시장을 함께 지배하는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로 인수에 거는 기업들의 기대와 관심은 납득할 만 하다.

그러나 진로의 쇠망-회생-매각으로 이어지는 지난 7년여의 과정을 주의깊게 지켜봐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허망한 과열’이라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진로는 지난 97년 무리한 투자로 어이없게 무너졌다. 기업 자체만으로만 보면 무너지지 말아야 할 기업이 무너진 데서 비극이 시작됐다.

돈을 빌려줬던 국내 금융기관들은 외환위기가 시기적으로 겹치면서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다.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꼼꼼히 따질 겨를 없이 부실을 털어내기에 급급했다.

이 때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진로 채권을 장부가의 평균 5분의 1이 안되는 헐값에 진로 채권을 사들였다. 여윳돈을 가치가 폭락한 원화로 바꿔 냉정하게 ‘사냥감’을 들여다 보던 터에 진로는 탐스러운 매물이었다.

추종을 불허하는 브랜드 가치에 충분히 회복 가능한 시장점유율. 당시 미국계 투자은행에 근무하며 진로 채권인수를 위한 시장조사를 담당했던 H씨는 “왜 이런 기업이 망해야 하는지를 납득하기 어려웠다”며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진로 채권을 서둘러 처분한 것은 ‘외환위기 쇼크’에 빠져 부실정리를 몰아부친 금융당국의 과잉압력 때문이라고 볼 수 밖에 없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현재 미국 뉴욕에 거주하며 법률사무소에 근무하는 그는 “일부 외국 투자은행이 진로 구조조정에 대한 자문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비윤리적으로 채권 매입에 활용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와 ‘컨설팅’ 조직간의 방화벽은 외국계 은행에 근무했던 경험에 비춰 얼마든지 무너져 버릴 수 있으며, 이를 엄격하게 감시하고 따질만한 ‘눈’과 ‘입’이 한국시장에는 없었다는 얘기다. 외국인들이 헐값에 진로 채권을 사고 주요 대주주가 된 것은 이처럼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이 배경이었다.

이후 7년이 흘러 진로는 완전히 회생했고 결국 법원의 매각결정이 내려졌다. 최대 채권자가 된 외국자본들은 진로의 경영정상화를 지켜보며 법원의 정리계획안 인가(진로 특수관계인 기존 지분 무상소각-출자전환 및 신주발행)를 기다리는 것 만으로 지분율 합계 40%에 육박하는 대주주가 됐다.

결국 매각작업이 시작돼 뚜껑을 열어보니 14개 인수희망자들이 진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진로 매각가격은 적어도 2조원 안팎, 많게는 3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들이 돌고 있다.

외국자본의 진로 매각 차익은 ‘조’단위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혼란기 한국시장에서 ‘잠깐의 수고’로 채권을 사들인 외국인들은 절묘한 시점에 법정관리를 신청해 ‘매각 스케줄’을 잡아 놓은 후 이렇게 기다리는 것 만으로 엄청난 돈을 불리게 됐다.

진로 인수전을 허망하다고 보는 건 진로 매각의 과실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진 직원들이나 진로 소주를 마셔온 소비자, 회생의 토양을 제공한 한국 정부에 별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과열을 걱정할 수 밖에 없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한국기업들간의 M&A 난투극이 치열해지면서 이미 진로 인수가는 당초 예상에 비해 턱없이 높아질 조짐이다. 이로인해 자금력이 딸리는 국내기업들은 컨소시엄에 외국기업이나 펀드를 끼워넣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 딜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CJ그룹의 한 관계자는 “진로가 좋은 기업이고 인수할 가치가 있다는 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외국인들에게 놀아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D그룹의 한 임원도 “사실 치밀하게 그룹의 미래와 시장을 분석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기 보다는 ‘다른 기업에 진로를 줘서는 안된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매각주간사인 메릴린치는 인수의향서 제출자 가운데 예비실사를 할 수 있는 자격자를 오는 16일까지 선정할 예정이다. 또 오는 3월29일까지 진로의 내부현황에 대한 자료열람과 예비실사 기회를 준 뒤 3월30일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가뜩이나 증시마저 불이 붙어 있으니 진로 지분과 채권을 손에 쥔 외국인들은 표정관리가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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