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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검정 오버코트, 흰색 목도리

CEO에세이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입력 : 2005.02.17 12:19|조회 : 6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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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은 실로 타고난 여자 탤런트다. 10년 전 모습 그대로를 과시하며 컴백에 성공했다.

공전의 히트작 TV드라마 ‘모래시계’를 마친 후 세인의 부러움을 사며 홀연히 재벌가의 며느리가 됐다. 그러다가 아픔을 겪은 후 화제를 뿌리며 다시 TV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그것 자체도 드라마 같다.

화장기 없는 청순한 미모와 호소력 있는 연기로 ‘봄날’의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한 통신회사 CF의 모델로도 환상적 이미지를 뿜어내고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그녀는 민주화의 몸부림을 그린 ‘모래시계’의 슬픈 여주인공이다.

장면 하나. 태수(최민수분), 우석(박상원분), 혜린(고현정분)의 모래시계는 80년대 암울했던 시대를 담고 있다. 혜린의 아버지인 윤회장(박근형분)이 카지노계의 대부로 군림하면서 권력의 핵심부와 거래를 한다.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혜린이 사업을 물려받으면서 태수에 대한 비련의 사랑을 가슴깊이 간직한다.

독버섯처럼 암울한 조폭의 의상

이 드라마는 5·18민주화와 운동과 새로운 공화국 출범 등 역사적 사실과 궤를 같이 한다. 조폭보스의 의상은 검정 오버코트에 치렁치렁 긴 백색 목도리였다. 비장하기도 하면서도 튀는 그 의상은 독버섯처럼 현란하기도 하고 암울했다. 그 영상은 잊혀지지 않고 몇 번 오버랩 된다.

장면 둘. 전두환 전대통령은 1995년 12월 3일 군형법상 반란수괴, 상관살해, 초병살해 등 6개 혐의로 고향인 합천에서 검거돼 안양교도소에 수감됐다. 전날인 12월2일 그는 검찰 소환에 불응하며 연희동 골목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후 고향 합천을 내려갔다. 12·12와 5·18특별수사본부는 그를 검거하기 위해 사전 구속영장을 받았다. 결국 검·경합동으로 작전(?)이 개시된 지 37분 만에 전격적으로 끝났다.

연희동 골목에서 위풍당당(?)하면서도 고압적인 담화문 발표 장면이다. 그는 검정오버코트에 치렁치렁 긴 백색 목도리를 했다. 물론 그의 등 뒤에는 충성(?)스런 측근들 10여명이 골목을 가득 메운 채 둘러섰다. 그 장면은 국민들의 뇌리에 묘하게 긴 여운을 가지며 박혀 있을 것이다.

장면 셋. 문민정부시절 국회 한보관련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는 국민의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과연 제대로 밝혀 낼 수 있을까?’ 하는 공통된 의문이 있었다. 그렇긴 하지만 진실에 근접하는 돌출발언이 나올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많았다. 경우에 따라서 정치권에 엄청난 파문을 던질 폭탄발언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협박성 폭탄 발언 여부와 진실게임

청문회는 그의 입을 열려고 진땀을 흘리는 착각에 빠져든 듯했다.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지겹도록 들으면서 생긴 국민들의 환각 같은 것이었다. 그러던 그가 “자금에 대해서는 주인인 내가 알지, 머슴이 뭘 알겠냐!”고 일갈했다. 대한민국 직장인 모두를 한 순간에 ‘머슴’으로 전락시킨바 있다.

그는 1991년 수서사건으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사면되어 기업활동을 재개했다.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 때는 구속된 지 보름 만에 구속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1997년 한보특혜대출로 다시 구속돼 징역 15년 형을 선고 받았으나 2002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형집행이 정지됐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사면 됐다. TV를 통해 각인된 그의 영상은 두 가지다 우선 ‘모르쇠’를 되풀이하며 입에 마스크를 쓴 모습이다.

또 하나는 검정모자와 검정 오버코트에 치렁치렁 긴 백색 목도리를 한 범상치 않은 모습이다. 그는 노인이지만 단단하고 오만해 보였다. ‘모래시계’와 ‘연희동 골목’과 ‘청문회 모습’에 국민들은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답답하고 쓰라린 과정을 겪으면서 오늘이 있는 게 아닌가. haeikrh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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