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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미래, 한승조의 과거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5.03.11 11:23|조회 : 24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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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에는 별로였지만 오우삼 감독의 영화 '페이첵(Paycheck)'에서 미래를 볼줄 아는 기계를 만들어낸 컴퓨터전문가 제닝스가 미래의 자신을 위해 로또 번호를 적어놓는 대목은 인상적이었다(실제로 이 영화가 나온뒤 이 번호로 로또에 도전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제닝스처럼 9000만달러짜리 로또번호를 읽지는 못해도 10~20년의 세상흐름을 제대로 읽어내면 당첨금 못잖은 돈을 벌지 말라는 법이 없다. 세상이 휙휙 바뀌는 요즘 '10년후 세계', '10년후 일본', '이미 다가온 20년후' 같은 책들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추세이다.

공병호의 10년후 세계 예측

문제는 정밀하게 그려낸 예측과, 신념에서 비롯된 독단이 혼돈될 경우의 부작용이다. 잘 팔리는 저자 공병호박사가 최근 펴낸 '10년후 세계'에서 이런 위험성을 발견한다.

공박사는 10년후 세계를 내다보는 형식을 빌어 "우리 학계와 문화계 시민단체 등에 뿌리내리고 있는 조직화된 '그들'"에게 비판의 칼을 들이대는데 공을 들인다.

예를 들어 그가 내다보는 10년후는 '마땅히' 미국의 세계여야 한다. "미국은 시장경제와 대의민주주의 법치와 인권보호의 정의로운 사회가 지구촌 곳곳에 실현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작은 정부'를 신봉하는 자유주의자가 세계단위의 초 거대 경찰정부 미국에 대해서는 저항감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이 없는 사회가 어떻게 될까에 대해 공포감을 환기시키면서 "미국이라는 호의적인 제국보다 정중하지 못한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또다른 제국주의에 종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새로운 경제질서의 맥아조차 경계한다.

미국의 통상압력이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걸 내다보면서도 "한국은 내부적으로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 일부 이익단체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고전적 자유주의자'로 규정하는 학자라면 역사적으로 존재해온 선진국의 불평등한 통상압력에 의문을 제기할만 하건만 그의 해법은 "우리가 좀 더 돈내고 참자"이다.

피터 슈워츠의 20년후

역시 최근 출간된 피터 슈워츠의 '이미 다가온 20년후'가 미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이하로 떨어지고, 중국과 인도의 경제가 세계경제를 새로운 모습으로 바꿀 것으로 내다보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불량배 슈퍼파워'에 대한 세계인들의 반감으로 미국이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점을 세계경제의 변수로 잡는다.

기업과 정부와의 관계에서 슈워츠는 '기업=절대선'이라는 이분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1980~90년대 자유시장쪽으로 기울었던 논의가 다시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늘어나는 추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기업은 규제되지 않을 경우 내부적으로 부패하기 쉽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것도 덧붙인다.

참고로 슈워츠는 공박사가 의식하는 '조직화된 좌익'은 아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같은 SF영화에서 2047년 톰크루즈가 사용하는 냉장고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실용적인 미래학자이다. 또 미 중앙정보국(CIA)와 보잉 텍사코 같은 다국적 기업에 장기적 전망을 조언하는 '시나리오 플래닝'전문가이다.

단일분자 수소센서, 탄소 나노튜브, 양자컴퓨터 같은 지식을 동원해 그려내는 '슈워츠의 20년뒤의 사회'와 비교하면, 이념으로 무장한 '공병호의 10년뒤 사회'는 실용성이 한참 떨어진다(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다카하시 스스무의 '10년후 일본'은 비슷한 제목과 디자인으로 나온 커플 책이지만, 내용은 딴판이니 읽어볼만하다)

한승조 지만원 조갑제의 과거해석

격이 좀 다르긴 하지만, 미래예측이 아닌 과거해석을 두고 맹활약하고 있는 '휘발성 트리오'에게서도 비슷한 맥락이 읽힌다.

한승조 지만원 조갑제. 논란의 단골 주인공으로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들은 변화하고 있는 세상과의 마찰에서 비롯된 '오버(over)'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축복이다(한승조)-조선은 일본에 먹일만 하니까 먹혔다(지만원)-친일보다 친북이 더 나쁘다(조갑제)-광주사태는 지하당의 소행, 반일은 못말리는 자폐증세, 주사파 코드가 머릿속에 들어간 인간로봇들(지만원)...-

이들이 릴레이로 신념에 찬 목소리를 내며 힘겨운 싸움에 나서고 있는 것은 스스로 내세우는 `보수`라는 이념의 혼돈과 모순탓이다. 한일협상 문서공개가 좋은 예이다.
명백히 피해를 당한 개인들이 있는데도, 이들이 받아야 할 보상이 국가 호주머니로 들어간게 한일협상이었다. 정상적인 '보수'라면, "그 돈으로 경부고속도로를 깐 건 어쩔수 없는일, 잘한 일"이라고 넘어가서는 안될 일이었다.
다시는 개인들의 권리가 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침해받아서는 안되고, 어떤 방법을 강구하건 국가가 가져간 '남의 돈'은 되찾아줘야 한다고 외쳐야 했다.

그럼에도 한일협상의 주체가 '현 집권세력과 친북세력'의 공격대상인 박정희 정권이라는 인식때문에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이라는 자유주의의 핵심가치를 외면하고 친일의 과거가 부각되는걸 더 걱정했다.

적개심의 도그마로 사물을 보다 보면 자신의 입지를 계속 좁히는 판단착오를 하게 된다. "노무현정부에서 주가지수가 1000 넘어가면 손에 장을 지진다"는 식의 돈 안되는 신념도 나오게 된다.

마지막으로, 반미감정을 겨냥한 공박사의 말을 떠올린다. "'헤게모니를 가진 세력들'에게 가질수 밖에 없는 저항감이나 반감을 스스로 다스릴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상의 변화에 대해' 가질수 밖에 없는 저항감이나 반감을 스스로 다스릴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건 반미주의자들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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