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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져보라, 즐거움을 위해서

[고현숙의 경영코칭]재미는 사람을 창의적으로 만든다

고현숙의 경영코칭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부사장 |입력 : 2005.03.18 12:31|조회 : 27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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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 2위를 다투는 유명 화장품 회사의 한국지사 임원들 얘기다. 내가 아는 두 임원은 스타일이 전혀 달랐다. 한 사람이 차분한 선비형인데 영업부문 책임자인 다른 한 임원은 그야말로 선동가 스타일이었다.

그는 날마다 영업 조회에서 엄청난 열정으로 영업직원들 사기를 높이고 목표를 달성하도록 밀어붙였다. 직원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그에게 '교주님'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어느 연말에 이 두 분으로부터 정말 놀라운 소리를 들었다.

전 직원과 함께 하는 연말 파티를 위해 사전에 두 달 동안이나 비밀리에 댄스학원을 다녔다는 것이다. 그런대로 즐겁게 진행되던 파티장 무대에 갑자기 등장한 두 임원들의 파격적인 댄스는 행사장을 완전히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고 직원들의 그치지 않는 환호성에 행사는 다음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직원들이 그렇게까지 놀라고 즐거워할 줄은 몰랐다. 두 달 동안 퇴근 후 춤 연습한 보람이 난다." 고 했는데, 정말 대단한 일이다.

2년 전, 미국 프랭클린 코비사에서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있을 때였다. 500명 정도 되는 청중은 대부분 직원과 고객들, 인터내셔널 라이센시들이다. 순서 중에 "Covey Brothers!" 라고 사회자가 외치자 형제인 회사 임원 두 명이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무대로 뛰어올랐다.

흥겨운 컨트리 뮤직을 틀어놓고 익살스런 표정으로 춤추고 부딛치고 넘어져가며 사람들을 웃기는 이들은, 말하자면 우리 코메디언 '남철-남성남' 커플 같았다. 청중들은 사진을 찍어대고 박수치고 웃느라 정신을 못 차렸다.

지난 해 내가 속한 회사에서 창립 10주년 기념 파티를 했다. 기획하면서 생각한 것은, 어떻게 하면 그 동안 고생한 직원들, 도와주셨던 고마운 고객들에게 감사도 표하고 즐거운 자리가 될 수 있을까였다. 내게 무슨 생각이 떠올랐겠는가. 그렇지, 독자들의 예상대로 나는 그 아이디어를 내고야 말았다. 나 포함 세 명의 임원이 기꺼이 망가지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미리 공지 없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각설이 복장을 하고 나와 "십오야 밝은 둥근 달이 둥실둥실 둥실 떠오면 ~~~ " 웃기는 노래를 부르며 가장 바보스럽고 가장 민망한 춤을 추었다.

직원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발을 구르고 뒤로 넘어가면서 좋아했지만, 나는 아직도 직원들이 찍어준 사진 속 내 모습을 똑바로 쳐다보기 어렵다. 하하. 그러나 그날 파티가 끝난 후에 오랜 고객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이런 문화는 정말 KLC니까 가능하죠. 정말 대단합니다."

4년 전 이 회사에 입사하였을 때, 창업자가 나를 환영해주며 한 말은 딱 한마디, "우리는 즐거운 직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게 다예요."였다.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사실 어려웠다.

'독특한 분이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요즘 경영 컨설턴트들은 직장이 즐거운 곳이어야 하고, 펀(fun)이야 말로 인간을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만드는 요소라는 걸 많이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이제 CEO는 Chief Entertainment Officer의 줄임이라는 해석까지 나오는 판이다.

우리 세대가 대체로 그렇듯이 나 또한 엄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학교에선 노력을 하고 공부를 잘해야 인정을 받았다. 대학에 가서는 독재정권에 맞서 정의를 위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20대를 보냈다.

이런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나의 멘탈리티는 그래서 너무 심각하고 진지하며, 재미와 즐거움은 '어리석은(stupid) 것'과 동격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특별한 목적 없이 순전히 즐겁기 위해서 하는 일이 나에게 하나라도 있었던가? 아마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들은 최근 몇 년 새에 생겨난 목록들일 것이다.

즐거운 직장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렇게 망가지기까지 하면서 내가 이 직을 해야 되냐고 묻는 상사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물론,그렇게까지 '해야 되는' 건 아니다. 의무가 아니다.

그냥 즐거움을 위해서 해 볼 용의는 없는가. 직원들이 가장 망가지는 걸 보고 싶어하는 대상은 개그맨이 아니라, 평소에 근엄하게 보이고 늘 긴장하게 만들던 그들의 상사일지도 모른다. 자, 준비 되었는가? /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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