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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살 씨티 엄중한 美Fed, 금감원이라면?

이백규의氣UP 뉴욕=이백규 특파원 |입력 : 2005.03.2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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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횡설수설]뉴욕타임스는 지난 주말판에서 씨티그룹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인수 합병을 중단당했다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걸음 더 나가 미연준(Fed)이 씨티그룹의 손목을 채워버렸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지난주 수요일(16일) 씨티그룹의 퍼스트 아메리카 은행의 인수작업을 중단시켰다. 인수합병은 미국 금융 및 기업계의 대표적인 확장 경영전략. 규제당국이 민간은행의 경영전략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예사롭지 않지만 그 이유를 곰곰히 따져보면 연준의 이번 조치가 얼마나 획기적이고 이색적인 것인가를 알수 있게 된다.

연준은 22페이지에 달하는 씨티에 대한 '족쇄 채우기' 경과 조치 보고서에서 "씨티는 지구촌 곳곳에서 일으킨 문제들을 해결할 때까지 추가 인수합병을 불허한다"고 했다.

인수합병 중단이라는 중징계의 이유가 구체적인 어떤 잘못이 있어서라기보다 그동안의 여러 과오를 추상적으로 나열했고 더구나 징계 해제의 기한도 '내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로 모호하게 해놓았다는 점이 특이하다.

씨티그룹은 씨티은행이 트레블러스 보험사와 합병해 탄생한 금융그룹으로 다른 데보다 유난히 인수합병에 비교우위가 있었다. 장기를 묶어 버린 것이다.

연준이 지적한 지구촌 곳곳에서의 말썽으로 우선 일본 스캔들이 꼽힌다. 씨티그룹 일본지점의 프라이빗뱅킹(PB) 사업부는 주가조작에 사용된 자금을 대출한 것이 적발돼 영업중지 명령을 받았고 씨티는 아예 PB 사업부의 철수결정을 내렸다.

씨티는 또 지난해 일본에서는 고객들에게 대출을 허가하는 대가로 채권상품을 끼워 파는 일종의 '꺾기'를 강요한 것이 드러나 국채입찰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8월 유럽 국채시장에서 124억유로(약 161억달러)의 유럽 국채를 순식간에 매도한 뒤 이로 인해 촉발된 국채가격 하락세를 이용, 30여분 만에 다시 40억유로의 상당의 유럽 국채를 되사들였다.

당시 유럽 국채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진 데다 씨티그룹은 이 같은 거래를 통해 거액의 이익을 챙긴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이로 인해 씨티그룹은 현재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규정위반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씨티는 중국에서도 중국생명의 미국-홍콩 동시 상장과 관련, 미국 금융당국에 허위문서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 17일 목요일에는 이탈리아 검찰로부터 한 상장업체 낙농기업의 주가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당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옆에서 지켜보아 오던 연준이 마침내 칼을 빼든 것이다. 인수합병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데도 일련의 비도덕적 행위에 메스를 가하기 위해 주요 경영전략을 포기하게 만든 것이다.

연준은 내부통제를 보다 강화하고 지구촌 각지에서의 규정위반 건을 해결할 때까지 인수합병은 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척 프린스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전세계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직원들이 언제라도 윤리 관련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윤리 핫라인' 설치 △전직원 대상 윤리교육 실시 △직무평가 및 보상개선 △독립적인 감시기구 설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윤리강령 시행방침을 선포했다.

프린스 CEO는 씨티그룹 임직원들에게 돌린 4쪽짜리 회람에서 "씨티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금융서비스그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강령에 따라 3,000여명에 달하는 씨티그룹 고위관리자들은 1년에 하루 이상 윤리교육을 받아야 하며, 매년 부하직원들로부터 익명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또 전직원은 의무적으로 윤리교육을 받아야 하며, 소속단위 성과에 집착해 윤리적 측면을 도외시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직무평가는 사업단위가 아닌 회사 전반의 실적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씨티가 지난 3월1일부터 전사적인 윤리경영에 나섰음을 선포했음에도 중징계한 게 예사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초대형 은행에 중형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라며 "여러면에서 감독당국에 의한 공공의 스팽킹(spanking, 버릇을 고치기 위해 아이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리는 행위)"이라고 정의했다.

세계 최대은행 씨티와 세계 최고의 권위와 실력, 명성을 자랑하는 연준.

씨티가 미국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미국의 은행이지만 연준은 이를 감싸고 돌지 만은 않는다. 누군가가 아니오 라고 말해야 할때 연준은 나섰고 그렇기에 금융계는 물론 씨티도 가혹하리만큼 엄중한 연준의 조치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리고 이것이 씨티의 주주와 투자자, 씨티 법인이 살 길 이기도 하다.

선제적 금리정책으로 유명한 연준. 시의적절한 통화정책으로 경제의 균형발전을 가져와 경제대통령이 된 앨런 그린스펀 연준의장.

연준이 거시정책에 이어 금융산업정책, 금융기관 감독 정책에서도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금융계의 향도 기능을 당당히 해내고 있다.

한국의 금감원은 미국 연준의 이런 자신감, 실력, 권위와 무엇보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서를 정책으로 담아내는 유연함과 용기를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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