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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밸리의 누더기 천막촌

[성장의 재발견⑮]-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5.03.28 10:10|조회 : 11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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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라 프라데시 주의 주도인 하이데라바드에 '사이데라바드(사이버+하이데라바드)', '게놈밸리'라는 별칭이 붙게 한 사람은 찬드라바부 나이두(54)이다.<'게놈밸리' 하이데라바드를 가다>

1995년 주지사로 선출된 그는 선진 다국적 기업을 직접 찾아다니며 투자유치에 앞장섰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회장도 직접 하이데라바드까지 나이두를 만나러 왔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패배했다.



"인도의 개혁과 성장의 상징으로 세계적 스타가 된 그가 왜..."라고 물었더니 나리지인포테크의 인력개발 책임자 비제이 바스카르씨는 "솔직히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하층 인도인들의 생활에 IT니 BT는 아직 딴 세상 이야기"라고 말했다.

하이데라바드의 중심부에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가고 있는 최첨단 건물들은 예외없이 누더기로 하늘을 가린 천막들로 둘러쌓여 있다. 건물을 짓거나 지었던 노동자들의 집이라는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집도 절도 먹을 것도 없다보니 공사판에서 막노동 일을 얻게 되면 가족과 함께 그곳에 거적을 걸치고 사는 것이다. 유럽의 성채를 방불케하는 초호화주택 앞에도 이들의 '자비'에 연명하는 빈민들의 거적대기들이 널려 있다.
슬쩍 들여다본 '집'안에는 맨 땅바닥에 변기인지 음식그릇인지 모를 커다란 그릇 세개만 놓여 있을뿐, 옷가니나 살림살이 같은 것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빈곤층'으로 분류되고 이들의 한달(하루가 아니다) 평균지출이 6달러인 나라, '직장'이라고 부를수 있는 곳에 공식 고용된 인구가 전체의 10%도 안되는 인도에서 이는 일반 국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과 초호화 주택, 그리고 거적 천막의 부조화는 세계 최대의 계급사회 인도의 명과 암을 가장 극명하게 대비해주는 풍경화이다.

게놈밸리의 누더기 천막촌


<세계 최대-최고 계급사회의 표정>

철저하게 힘(=계급)이 지배하는 인도사회는 길거리에서부터 쉽게 확인된다. 특권층이 타고 다니는 승용차는 앞서가는 고물 승용차를 향해 쉴새없이 빵빵대며 몰아부치고, 고물 승용차는 버스와 트럭을, 버스와 트럭은 오토바이와 오토릭셔(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대중교통수단)를, 이들은 또 자전거를, 자전거는 사람을 밀쳐낸다.
사고가 나서 길바닥에 두 사람이 마주서기라도 한다치면 순식간에 본능적으로 카스트가 높아 보이는 사람이 무작정 고함을 치고 상대방은 고스란히 이를 받아들인다.

외국인이 들르는 관광지나 공항에는 어김없이 아이들이나 애를 업은 아낙들이 몰려들어 한푼의 행운을 기대한다. 중동 노무자 생활을 오래해 벌써 40대 중반은 돼 보이던 렌터카 운전사 이르판씨(34)는 짐짓 구걸하러 몰려드는 아이들을 쫓아내는 시늉을 하다가, 기자로부터 동전한닢을 받아쥐고 돌아서는 장애인 소년에게 언뜻 연민섞인 미소를 내비쳤다.
눈길이 마주친게 어색해 "쟤들도 언젠가는 좋은 날을 볼 것"이라고 인사치레를 던지니 기대도 하지 않는다는 듯 공허하고 쓸쓸한 피식웃음이 돌아왔다.

한 한국 대기업의 인도법인을 방문했을 때 현지법인 대표에게 배달돼 온 소포가 끊이 풀리지도 않은채 묶음으로 비서 아가씨 책상에 놓여 있는게 눈에 띄었다. 한국인 직원은 "소포 끈을 푸는건 하층 카스트 직원이 하는 거라 상위 카스트인 비서 아가씨는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학교 취재중 시험을 치고 있는 교실 사진을 찍으려고 경비원에게 양해를 구하려 했더니 뒤따라 오던 학교 선생님이 당황하면서 "물어볼 필요 없이 그냥 찍으라"고 했다. 체통없이 뭘 그런걸 물어보느냐는 표정이었다.
운전사도 사장과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 중국인들과 달리 아직도 고속도로 휴게소에 운전사용 식당이 보이지 않는 구석에 따로 있다.

<성장의 동력은 커가지만...>

표면상으로는 천민출신중에 각료도 대통령도 나왔으니 공부만 하면 카스트도 뛰어넘어 출세할수 있다는 '세계 최대 민주국가'이지만, 실제로는 로또복권 당첨되기를 바라는게 훨씬 현실적이다.

출세길의 상징으로 통하는 인도공과대학(IIT)은 하층 카스트에게 일정비율의 입학정원을 할당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에서 8년째 유학하며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춘호씨(38)는 "천신만고끝에 입학하고 나서도 불가촉 천민들이 철저한 따돌림을 견뎌내고 성공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수많은 종교와 언어가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다양성이 인도의 힘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 다양성에 대한 상호존중과 인정은 수평적 지위끼리만 해당될뿐, 상하관계에서는 철저한 분리와 배격이 사회유지의 골간이 되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선거때 하층민들이 자신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후보를 찾아가 표를 몰아주는 조건으로 흥정을 하는 정치세력화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는게 현지인들의 말이다.
새로운 통신기술의 발달은 외부와의 단절에서 벗어나 대중의 자각을 불러온다는게 역사의 경험이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IT기술이 일반인들사이에도 점차 확산되면 수천년간의 지배이데올로기'카르마'에 대한 인도인들의 회의도 따라서 커질 것이다.

수천년간 누려온 달콤한 권력의 맛을 알고 있는 인도 지배계급이 위험한 금단의 과실을 하층민들에게 선뜻 나눠줄 지 의문이 가지 않을수 없는 대목이다.

인도인들 스스로도 '모두 잘사는 사회를 목표로 한다면 수십 수백년이 지나도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로 '성장이냐 분배냐'는 물음은 인도에서는 넌센스이다. 하지만 분배의 가능성조차 배제된 '폐쇄성장'에 대한 우려를 버릴수 없는게 인도의 비극적인 현실이다.

특권층과 엘리트중심으로 한 성장의 동력은 커가고 있으되, 성장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아직 채 시작되지도 않은 인도, 그래서 인도가 가야 할 길은 '구덩이 반 포장 반'이라는 인도의 국도만큼 험난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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