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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달러 베이비와 그 코치

[고현숙의 경영코칭]코치의 역할.."가능성을 끌어내고 감동을 나눠라"

고현숙의 경영코칭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부사장 |입력 : 2005.04.08 12:04|조회 : 1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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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때는 내가 마침 미국 출장 중이었다.

시상식 다음날 아침 호텔방에서 받아본 'USA Today'는 헤드라인을 "What A Night, BABY!" 라고 크게 뽑아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4개 부문상을 석권한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개가를 알렸다.

이 신문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화 평은 인색했고 인터뷰기사도 한두 건에 불과한 반면 그보다 훨씬 비중 있고 상세하게 시상식 때 여배우들이 입은 드레스에 관해 보도했다는 점이었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힐러리 스웽크의 사진을 필두로, 그 유명한 붉은 카펫 위에서 포즈를 취한 여배우들의 사진을 여러 장 크게 싣고 사진 밑에마다 이 옷은 기라로쉬, 이것은 캘빈 클라인을 입으려다 바로 전날 맘이 바뀌어 입은 다른 디자이너의 옷, 저것은 크리스찬 디올… 등등.

브랜드와 디자이너를 밝히는 꼼꼼함을 갖췄다. 역시 '자본주의의 총아답다'는 생각.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아카데미상, 강렬했던 예고편(하긴 대체로 모든 영화가 예고편이 본편보다 강렬하긴 하다), 괜찮은 배우들 때문에 기대를 가지고 본 영화였다. 물론 '너무 상투적이고 뻔한 스토리가 아닐까'하는 불안도 없지 않았지만.

여자는 안 키운다고 고집 부리다가 결국은 받아들여 기꺼이 코치 역할을 하는 늙은 트레이너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 31살,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손님이 남긴 음식 조각을 몰래 주머니에 주워 담는 가난한 권투선수 지망생 메기(힐러리 스웽크).

이 영화의 나레이션을 하며 등장인물들을 따뜻하게 엮어주는 체육관 관리자이자 은퇴한 권투선수 스크랩(모건 프리맨, 그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세번째 영화를 함께 할 수 있다면 돈도 내겠다는 말을 했다). 과연 이 세 배우의 연기는 훌륭했다.

특히 메기 역, 미칠 정도로 열중하고 그래서 아름다웠던 힐러리 스웽크는 좋은 배우였다. 단순화하는 힘, 권투선수로 막 피어날 때도 좋았지만, 절망스런 상황에서도 소망을 이루어본 사람만이 느끼는 절망 속의 희열을 표현하는 그 표정은 쉽게 잊혀질 것 같지 않다.

늙은 코치 프랭키는 처음에는 "31살 된 여자가 발레리나가 되겠다고 꿈을 꾸지는 않는다"며 선수로 키워 달라는 메기를 냉정하게 물리치지만, 결국 인생의 희망과 열정을 오직 권투에 걸고 있던, 그래서 매일 체육관에 나와 연습하는 메기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때부터 이들은 코치와 선수로서 함께 훈련하고 경기에 나가며, 경기에서 이기고 부상을 당하며, 그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지혈해주면서(원래 프랭키는 아주 유능한 지혈사였다.) 서서히 가족 이상의 유대를 갖게 된다.

마지막 게임인 라스베가스로 가면서 '갈 때는 비행기, 돌아올 땐 차로 오고 싶다'던 메기의 희망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실현되는데…. 이 영화의 결말까지 보고 나자, '아, 이런 영화였구나'하고 묵직한 감동이 밀려왔다.

프랭키가 선물했던 메기의 가운에 새긴 '모쿠슈라'가 무슨 뜻인지 밝혀지는 대목에선 아마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도 꽤 있었으리라. 영화는 세상에서 잊혀지고 심지어 가족과도 교감을 나누지 못하며 살던 고독한 인간들이 어떻게 서로를 발견하고 지지하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삶까지 달라지는지를 보여주었다.

코치로서 프랭키를 다시 생각해본 것은 영화를 본 이후의 어떤 날이었다. 스포츠 코치와 비즈니스 코치는 다른 점도 많지만, 공통점도 많다. 프랭키는 예전에 스크랩의 코치였는데, 적절할 때 경기를 멈추지 못함으로써 스크랩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실명을 한다.

그 이후 그는 늘 '경기의 승리 그 자체보다 선수를 보호하는 것이 먼저'라는 신념을 남들의 눈에는 지나칠 정도로 내세운다. 프랭키는 심지어 시합중인 메기에게도 다짐하듯이 물어본다. "규칙이 뭐지?" "언제나 자신을 보호하라." 반복되는 이 대사를 들을 때마다 조금씩 불안했던 그 마음은 영화의 종반부에 현실화된다.

코치의 마음을 잘 보여주는 그 대사. 비즈니스 코치의 마음도 결국은 사람 중심에 있다. 코치의 접근법이 매니저나 보스의 접근법과 다른 점은 코치 받는 사람을 하나의 인간 전체로 보고 그가 가진 가능성, 즉 그 잠재능력을 성장시켜 나가는 데 있다.

사람을 성과 달성의 수단으로만 도구화하거나 현재의 성적을 그 사람의 인격처럼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내부에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끌어내고 감동의 순간들을 함께 나눈다. 심지어 실패와 절망의 순간에조차 그 사람 옆에서 위안을 줄 수 있는 존재,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코치다. /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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