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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별과 '눈물의 방'

[이종선의 CEO이미지관리]떠난 후 그리워지는 리더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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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고 나서 안타까워하거나, 떠나고 난 후에야 제대로 알게 되는 것이 사랑만은 아닌 것 같다. 교황 바오로 2세께서 선종하셨다는 뉴스가 지난 주말을 메웠다.

비종교인 중에는 왜 요란법석이냐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분의 인생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만 새겨들어도 웬만한 책 한권보다 값질 것이다.
 
그 분에 대해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알게 된 것은 그가 떠난 후였다. 본명이 보이티야(Karol Wojtyla)인 것도, 폴란드에서 출생한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는 것도, 특히 연극활동을 하며 시 ·희곡 등을 썼던 것도 처음 알았다.

화면에서 몇 번 본 것 뿐인 그의 모습은 구부정한 어깨에 손을 흔들기도 기력이 부족한 듯한 노인의 모습이 다였다. 그런데 이제보니 그는 참 매력적인 교황이었다. 지구를 50바퀴 넘게 돌며 130개국을 순회할만큼 많은 나라를 돌며 그가 이룬 직간접적인 활약을 하였다는 점 외에도 그는 생활 속에서 이미 많은 개혁을 몸소 실천하였다.

오늘 저녁에는 바티칸 궁의 내부가 최초로 방송에 소개되었던 장면을 보았다. 그는 이미 떠났지만 그의 시간들을 통해 우리는 그 보수적인 세계의 높던 담장을 넘게 되지 않았나 싶다.
 
455년만에 이탈리아인이 아닌 사람이 교황이 된 것이 그 시작이었을까. 뉴스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도 붙어 있었다.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 출신 교황, 최초의 폴란드 출신 교황, 20세기 교황 중 안경을 쓰지 않고도 글을 읽을 수 있는 최초의 교황이다.

또한 그는 역대 교황 중 최초로 손목시계를 차고, 스키와 등산을 즐기며 카누를 탄 교황이기도 하다. 최초로 성 베드로좌에서 폴란드어로 설교하였고, 폴란드 정부가 국외 반출을 허용한 10달러에 해당하는 용돈만을 가지고 콘클라베(교황 선거)에 참석한 최초의 교황이다.

그는 커피와 빵을 먹는 전통적인 이탈리아식 아침 식사 대신 베이컨과 계란으로 든든한 아침 식사를 하는 최초의 교황이요, 자신의 이름을 딴 칵테일을 마시는 최초의 교황일 뿐더러, 파리의 유명한 디자이너가 만든 제의를 입은 최초의 교황이다. 그는 130년 만에 처음으로 60세 이전에 교황으로 선출된 인물이며, 군중들 앞에서 저격 당한 최초의 교황이기도 하였다.

그가 한국을 방문하며 40회 이상 한국어 공부를 하였던 점에서나 4살 난 에이즈 환자를 꼭 안고 놓지 않던 표정에서, 그리고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많은 병마와 싸우게 된 시작일 수 있는 자신의 저격수의 손을 꼭 잡고 용서하던 모습에서 나는 채 몰랐던 그의 성실함과 인간적인 면에 새삼 감동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저 현실에 안주하고 따르기보다 자신의 세계를 갖고 새로이 시도하며, 조금씩 천천히 자연스럽게 세상에 좋은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던 그를 닮은 리더가 우리에게도 있었으면 하는 그리움에 사무치기까지 했다.
 
바티칸 궁 안의 가장 유명한 ‘눈물의 방’이 소개 되었다. 그 곳에서 교황이 취임식 날에 옷을 갈아 입는다고 한다. 그 이름의 의미가 만인의 리더가 되는 것이 얼마나 막중하고 많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지를 말한다는 해설이 의미롭다.

떠나는 그에게 향하는 세계의 관심과 애정은 교황이라는 자리때문이기보다 그 방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요즘 세상에 어떤 자리에 오른다는 것에 눈물을 흘릴 정도의 깊은 마음과 각오를 다지는 이가 얼마나 될까. 사랑도 기업도 정치도 너무 쉽게 하는 세상이다.

그리고는 뜨거운 것에 열광하다가 이내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있게 되었는지 조차 잊는다. 그러고나면 그가 떠난 후에도 그를 그리워하거나, 그가 세상을 떠나도 아쉬운 인물이 별로 없다. 새삼 꼽아보아도 최근에 누군가 세상을 떠나기는 커녕 그 자리를 떠날 때 아쉬웠던 기억이 별로 없는 오늘이다.

그래서 직장에 가도 무기력하고 정치판을 보면 한숨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오늘 내가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모이고 쌓여야, 내가 떠난 후에도 누군가에게 그 기억을 주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바라거나 기대하기만 할 것이 아니다. 나부터 해 볼 일이다. 오늘부터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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