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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도 가르칠 순 없다

[사람&경영]자신의 모습을 알아야 배움의 욕구도 생겨

한근태의 사람&경영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입력 : 2005.04.13 12:16|조회 : 1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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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하다 보니 늘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그래도 직장인이나 경영인을 상대로 하는 특강의 경우는 하기가 편하다.

소재도 많고, 내 관심사가 그 방면이기 때문에 수준에 맞게 준비해 그럴듯한 얘기를 두 시간 정도 하면 된다. 하지만 학생을 상대로 하는 강의는 다르다.

작년 초 신설된 서울과학종합대학원(MBA전문대학원)의 전임 교수를 하게 되면서, 무슨 과목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큰 고민거리였다. 경영학 일반 과목은 그 분야의 전문선생이 가르치고, 나는 4T (storytelling, ethics, technology, teamwork)를 근간으로 하는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지식의 효과적인 습득"이란 과목이다. 효과적으로 정보를 수집, 요약, 발표하고, 이를 글로 표현하는 것을 연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수업이다. 워낙 말도 못 하고, 글도 못 쓰고, 자기 주장이 없는 사람들을 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우선 그 동안 읽은 책 중 괜찮은 책을 학생 숫자만큼 선정해 학생으로 하여금 그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그리고 그 책을 철저히 읽고 요약하여 6분 내에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게 했다. 무슨 내용이며, 거기서 배운 것과 느낀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모든 학생을 평가에 참여시켰다.

5점 만점에 몇 점쯤 될 것 같은지, 잘한 점과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책과 관련된 주제를 잡아 칼럼을 쓰게 했다. 예를 들어, "경주 최 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의 경우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주제가 되는 것이다. 또 칼럼을 쓴 후 이를 모든 학생에게 나누어 주고 똑 같은 방법으로 평가를 받게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느낀 점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남 앞에서 얘기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여러 번 읽고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 내용을 철저히 요약 정리해야만 한다. 대강 읽고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다는 정도로 준비한 학생들은 제대로 발표하지 못했다.

전체가 아닌 부분에 집중하고, 엉뚱한 얘기를 하다 정작 중요한 내용은 얘기도 못하고, 뒤죽박죽 되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본인도 모르고 듣는 사람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둘째, 아는 것과 이를 전달하는 것이 다르다는 점이다. 남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얘기를 구조화(structure)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슨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오프닝은 어떻게 하고, 사례는 어떤 것을 사용할 것인지, 유머는 어느 부분에 집어넣을 것인지, 마지막 멘트는 어떻게 날릴 것인지, 제한된 시간 내에 전달하기 위해서 어떻게 시간 배분을 할 것인지….

안다는 것은 원재료에 불과하다. 원재료만으로는 좋은 요리가 될 수 없다. 이를 어떻게 가공하고, 어떤 양념을 칠 것인지는 또 다른 얘기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셋째, 글쓰기의 어려움이다. 얘기한 것을 글로 옮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얘기할 때는 더러 쓸데없는 얘기가 들어갈 수도 있고, 중언부언해도 관계없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는 이 모든 것이 정제되어야만 한다.

자신의 생각도 완벽하게 정리해야 한다. 나는 학생들의 글을 고치면서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 우선 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줄을 읽다 보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문장이 길어 숨이 막히기도 하고, 읽기는 읽었는데 무슨 주장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과정을 진행하면서 나는 잔인한(?) 피드백을 서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자네가 3억짜리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 지금처럼 고객 앞에서 PT(프리젠테이션)를 하면 어떤 결과를 예상하는가? 스스로 잘 정리해서 얘기했다는 생각이 드는가? 청중들의 눈빛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가?"

글에 대해서도 빨간 펜을 갖고 일일이 고치고 토를 달았다. 나름대로 준비를 하느라 했는데 버벅대고, 빨간 펜으로 잔뜩 고쳐진 피드백을 받으며 실망하는 학생도 보였다. 과정이 끝난 후 학생들의 느낌을 들었다.

"남이 하는 얘기를 듣고 이해하는 것과 내가 직접 소화해 준비하고 발표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남 앞에서 발표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한지 느꼈습니다. 또 제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 느꼈습니다."
 
선생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 중 하나는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객관적인 모습을 알게 하고 지적으로 자극하고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알고 나면 배움에 대한 니즈가 생길 것이고, 그때 비로소 학습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어떤 것도 가르칠 수 없다. 다만 그들이 자기 안에서 무언가를 찾도록 도울 수 있을 뿐이다." 갈릴레오의 말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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