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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릴 수 없는 꿈은 슬프다

[영화속의 성공학]달콤한 인생..현실과 다른 느와르의 세계

영화속의 성공학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입력 : 2005.04.15 12:23|조회 : 2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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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영화 속 이야기는 물론 현실속에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기엔 세상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온갖 일들이 오롯이 녹아있지요. 이에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삶의 모습속에서 참된 삶과 진정한 성공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함께 가져보고자 합니다.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1.

몇 년전이었던 것 같다. 친구 세 녀석과 작은 술판이 벌어졌을 때 일이다. 대화는 영화 얘기로 흘렀다. 홍콩 느와르의 걸작 '영웅본색'이 화제에 올랐다.

왜 주윤발 형님이 멋지게 나오시는 그 영화 말이다. (30대 이상에겐 더 설명이 필요없다. 여기서 각설하자) 어린 시절 누구 오줌발이 멀리 나가나 시합했던 것처럼, 우리 모두가 좋아했던 그 영화를 몇 번 봤나가 경쟁의 대상이 됐다. "난 세번" "난 다섯번" "응, 난 비디오까지 일곱번인가, 여덟번".

한 녀석이 그 논란을 완전히 평정했다. "응, 난 한 학기 내내 봤어." 중국어과에 다니던 친구였다. 중국어 회화 시간의 교재가 영웅본색이었던 것. 다들 할 말이 없었다. 그래 'You win' 이다.

발언권을 얻은 그 녀석은 의기양양하게 영화에 대한 감상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전리품을 챙기는 승자의 모습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녀석은 우리 친구들 사이에선 이미 전설이 된 에피소드 하나를 갖고 있었다.

어느 핸가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 모두와 함께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중 한편을 보러 갔다. 상영시간이 무려 4시간에 달하는 영화였다. 그것도 상업적인 재미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는 졸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지나간 4시간.

끝나고 커피를 한잔 하는 데, 그 친구는 두고두고 회자된 멘트를 내뱉었다. "무슨 영화가 1부, 2부, 3부로 졸아도 안 끝나냐." 나머지 셋은 뒤집어 질 정도로 웃었다. 멋있는(?) 놈 같으니라구. 그런 녀석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진지하게 이야기 하니, 처음엔 귓등으로만 들었다. 하지만 그 녀석의 멘트는 꽤 일리 있어 보였다.

"야, 주윤발이 멋있게 나오고, 또 나중에 의리를 부르짖다 장렬히 죽어서 비장감이 있어 보이지. 하지만 영웅본색의 주인공은 적룡이고, 영화는 주인공이 갱 생활을 청산하고 착실한 삶으로 돌아가려는 과정의 어려움을 그린 영화라구."

다른 친구들이 진지하게 들어주자, 신난 녀석은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인생은 느와르 영화처럼 화려하지 않지. 영화처럼 한 순간의 기분만으로 살 수 있는게 아니라구. 많은 절제와 인내, 고난을 헤쳐가며 살아야 한다는 걸 영화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말해주지."

#2.

누릴 수 없는 꿈은 슬프다
영화 '달콤한 인생'은 느와르 영화다. 한 마디로 폼에 살고 폼에 죽는 영화다. 격투신과 총격전 장면 뿐 아니라 현대적이고 우울한 색감은 묘한 흡입력을 가진다.

뭐, 한마디로 재밌는 영화라는 얘기를 폼잡고 해본 거다. 또 영화에 나오는 화려한 의상과 패션소품들도 '폼생폼사'에 일조한다.

느와르의 세계는 현실과 한편으론 매우 닮아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동떨어져 있다.

화려했다가 음모와 배신으로 어느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건 실제 인간사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단면이다.

하지만 늘 그런 것만은 또 아니고, 등장인물들처럼 순간의 감정으로 극단을 치닫지도 않는다. 더구나 칼에 찔려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꿋꿋하게 총을 멋지게 쏠 수 있는 건 더더욱 아니다.

아, 얘기를 다시 영화로 돌려보자. 영화속에서 보스는 그저 느낌만으로 부하가 자신의 정부에게 마음을 품었다고 단정한다. 그래서 7년간 충성해 온 심복을 무자비하게 파묻어 버리려 한다.

그러면서 내뱉는 말들은 이렇다. "보스가 잘못됐다고 하면 누군가는 잘못한 사람이 나와야 한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아무런 이유도 어떤 논리도 없다. 그저 그렇게 갈 뿐이다. 보스가, 그 보스가 움직이는 조직이 그렇게 결정했으므로.

그런 비논리적이고 감정적 행동들은 모든 것을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다. 실제 조직이라면, 기업이라면 망하기 딱 좋은 모습들이다. 그럼 실제 기업에서 영화처럼 그렇게 구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구.

흠..바로 앞에 얘기하지 않았나. 느와르는 비현실적이지만 어떤 면에선 현실과 묘하게 닮아 있다구 말이다.

#3.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저기 보이는 것이 바람이 움직이는 것입니까, 나뭇잎이 움직이는 것입니까?"
스승이 대답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그것을 보는 너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다."

"꿈을 꾸었습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너무나 황홀한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우느냐?"
"현실에선 누릴 수 없는 달콤한 꿈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앞과 끝에 나오는 나레이션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영화의 주제는 여기에 다 담겨 있다고 본다. 나레이션의 메시지처럼 세상사 모든 것이 마음 먹기에 달렸다. 그래서 모든 이들은 꿈을 꾼다.

하지만 그 꿈들은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데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현실에 잘 적응해나가는 데 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누릴 수 있는 달콤한 꿈을 꿀수 있다.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누릴수 없는 달콤한 꿈을 꾸게 된다. 그럼 결국 파국뿐이다. 느와르 영화가 그렇듯 말이다.

물론 감독의 제작의도는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어떻게 만드는 걸 결정하는 건 감독 마음이지만, 어떻게 해석하는 지는 온전히 내 마음이다. 느와르 영화를 통해 꿈틀거리는 본능에 대한 대리만족을 하건, 이런 다소 고지식한 생각을 하건 간에 말이다.

#4.

공인받은 스타 이병헌은 이 영화에서 배우로 거듭나고자 했다. 아직은 좀 멀었다는 느낌을 받긴 하지만 공들이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여 흐뭇했다. 언젠간 단순히 여성팬들만의 '사마'가 아닌 스타일 멋진 '배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 여성팬들의 항의가 들린다. 하지만 이병헌이 아직 배우로서 멀었다는 증거는 영화 안에서 감독이 낱낱히 실토하고 있다. 감독은 섬뜻한 느낌의 조연들(갱으로 나오니까 당연히 섬뜩하다)과 주인공 이병헌이 나오는 장면을 투 샷으로 잡지 않는다.

한번씩 얼굴을 교대로 잡을 뿐이다. 한 화면에 이병헌과 조연 둘을 잡으면, 그 연기내공에서 확연히 딸리는 게 보이니까 말이다. 멋진 남자를 좋아하는 '이반'이 아닌 다음에야... 예전 '첩혈쌍웅'에서 주윤발과 이수현이 서로 총을 겨누던 그 멋진 투 샷이 생각난다.

마지막 장면은 장자를 떠 올리게 한다. 나비가 돼 훨훨 나는 꿈을 꾸고 나서 내가 나비꿈을 꾼 건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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