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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타협은안돼..'내전불사' 각오를

[인사이드][노조의 새로운 길]<하>내부와 싸워라

성화용의인사이드 머니투데이 성화용 기자 |입력 : 2005.05.25 08:13|조회 : 6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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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와는 무관하게 노조에 던져지는 비난들이 있다. 노조 스스로가 '대의(代議) 메카니즘'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 중 하나다.

지난 2월1일과 3월15일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상징적인 사례다. 강성 조합원들의 폭력점거로 두차례 대의원대회가 모두 무산되고 말았다. 노사정 대화 복귀에 반대한다는 명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탄생한 지도부와 대의원대회라는 대의 절차가 철저히 무력화됐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회의가 무산되면 사퇴하겠다"고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민주주의 없는 민주조직'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이러한 현실 자체가 노조에 대한 불신을 낳고 있다. 비리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노조는 스스로 뼈를 깎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절대 명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이를 주도할 노조 지도부의 힘이 노조 내부에 잠복해 있는 비민주적 돌발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이 문제는 또 다른 구조적인 한계와 연결돼 있다. 기업별 노조가 워낙 강해 산별노조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상급단체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직 할거주의' '현장 혈통주의'가 노동계 전체의 연대를 가로막을 뿐 아니라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아차·현대차노조의 취업장사는 민주노총 지도부와 무관하게 이뤄진 일이다. 민주노총은 산하의 강력한 대기업 노조를 통제할만한 힘이 없다. 사태 수습과정에서도 민주노총이 한 일은 거의 없었다.

이렇게 노조는 '내부 민주주의의 한계'와 '소수 대기업노조의 권력 과점'이라는 두가지 중대한 벽에 가로막혀 있다. 그러다 보니 '비리'가 아니더라도 자가당착에 빠지는 경우가 흔하다.

일례로 민주노총은 올들어 비정규직을 조직화하기 위해 거액을 모금하고 관련 법안의 국회통과를 막겠다고 시한부 총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상당수 비정규직들은 기존의 정규직 중심 노조가 가입자격을 주지 않아 노조 밖을 배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노총이 보호하려는 비정규직과 민주노총 산하 대기업노조가 외면하고 있는 비정규직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대기업 노조의 힘이 지나치게 막강해져 권력 남용현상이 생기고 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지 않는) 단일 노조 체제하에서 각 계파들이 세를 얻으려면 자금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비리에 유혹되기 쉬운 측면이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

'정규직 조합원 중심의 협소한 노조활동을 극복해야 한다. 기업별 노조가 독점하고 있는 인적, 재정적 자원을 전체 노조의 연대와 조직화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재분배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배규식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민조노총 조합원의 40%가 이미 산별 체제 등 초기업별 노조에 소속돼 있다. 이러한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 건 대기업 노조 지도부 뿐이다' (박태주 노동교육원교수)

전문가들의 진단은 이렇게 한결같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같은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겠다는 대기업 노조는 눈에 띠지 않는다. 강경파는 여전히 '투쟁'을 제일 강령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 두 부류의 이질적인 권력층이 노동계의 연대와 개혁을 가로막는다.

문제의 근원은 모두가 뻔히 안다. 그들이 달라지기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싸울 것인가. 기다리는 것은 지금처럼 하면 된다. 양대 노총이 자정 공약이나 내놓고 국민앞에 한번 더 머리 숙인 뒤 다시 비리가 노출되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그들이 달라지면 다행이고 만약 또 다시 문제가 터지면 공권력이 개입해도 묵묵히 참아야 할 것이다.

싸우겠다고 선택 한다면 최우선의 대상은 내부의 비민주 세력과 기득권을 맹종하는 기업별 노조 지도부의 권력자들이다.

그들로부터 대의 절차를 존중하겠다는 굴복을, 노동계 공익을 위해 독점적 자원을 양도하겠다는 각서를 받아내야 한다. 자칫 깊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 위험한 싸움이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누가 앞장 서야 할지, 그 과정에서의 희생과 비용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두 막막할 뿐이다.

그러나 내전불사(內戰不辭)의 결의로 첫단추를 꿰고 나면 적어도 노조는 여론의 지지와 기대를 등에 업고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서는 실마리를 잡게 된다. 한두번의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이전보다는 훨씬 강한 개혁동력을 노동계 내부에 축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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