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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ㆍ용인 어디까지 가나?

-봉준호의 살 맛 나는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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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21일, 전에 같이 일했던 건축사 J씨가 찾아왔다.

“점심 식사나 같이 하러 갑시다.”
“그러시죠.”

설렁탕 집에 가서 5,500원짜리 설렁탕을 두 그릇 시키고,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했다.

“10년 탄 브로엄을 300만원에 팔고, 테라칸을 할부로 샀어요. 오래 탄 차가 어찌나 고장이 자주 나던지… 그런데 이젠 경유차 자동차세가 오른다지 뭐예요.”

이야기를 하던 중에 설렁탕이 나왔다. 김치를 썰어 놓고 후추를 뿌린 뒤, 두 숫깔쯤 먹고 있을 때, 나를 쳐다보던 J소장이 입을 열었다.

“지금 분당 사면 어때요?”
“왜요?”
“사는 데가 하도 안 올라서 오르는 곳 좀 사 보려고요. 판교 분양으로 좀 더 가지 않겠어요?”
“이미 많이 올랐는데… 매물도 귀하고… 2·17 대책으로 조금 주춤하네요.”

2005년 2월 17일, 정부는 판교 2천만원 분양가說에 놀라, 판교 11월 일괄 분양에 3개 신도시 개발 등 몇 개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판교 6월 분양으로 한참 기대에 부푼 판교 청약 대상자들의 김을 빼는 작전이었다. 허둥지둥 시장이 관망세일 때, J소장이 찾아온 것이다. 나는 J소장에게 설렁탕 집에서 짧게 강의를 해줬다.

“지금 분당에서 제일 좋은 곳은 시범 단지입니다. 중앙공원에 서현역, 삼성플라자, 판교톨게이트 등 제일 핵심 지역입니다. 그런데, 입주 10년이 넘다 보니 상업 시설도, 아파트도, 조금은 낡았습니다. 복잡해지기도 했고요. 신도시 특성상 트렌드가 조금 옮겨갈 것 같습니다. 새롭게 개발 되는 곳은 야탑·이매동 블록과 정자역입니다. 야탑·이매동은 앞으로 판교 Boundary로, 판교 전철역을 축으로 새롭게 확장되어지는 또 다른 신도시 분위기가 날 것 같습니다.

또 한군데는 정자역 주변 주상 복합 타운이지요. 아파트가 지금 막 입주하는 새 아파트들인데다가 백궁 로데오거리라는 신흥 상권이 형성되고 있는데, 그 쪽이 재미있어 질 것 같아요. 신분당선 고속전철도 들어올 것이라고 하고… 아파트 시세로 보면 1월말부터 1단계 상승을 했고, 주춤거리다가 2단계 상승을 할 겁니다. 11월에 분양하게 될런 지는 모르겠지만, 판교 동시 분양 전후로 한 번 더 상승을 할거구요. 빨리 가서 좋은 물건 찾아와 보세요. 제가 평가해 드릴 테니. 아직은 무릎 정도인 것 같습니다.”

J소장의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흘렀다. 다음날 저녁 J소장이 부동산 카다로그와 1/5000 지도책을 들고 찾아왔다.

“이매동 H아파트 33평을 살까 합니다.”

“음… 단지는 큰데 소형 평수로 구성되어 있군요. 이왕이면 공원 가까운 앞 동이 좋겠고… 아니면, 융자를 끼더라도 인근의 삼성, 청구의 대형 단지 큰 평수가 좋을 것 같은데요. 큰 평수가 상승장에서는 많이 오르지요.”

“그럴 것 같기는 한데, 돈이 없어요. 빚지기도 싫고… 97년도에 월계동 H아파트를 1억7천만원에 분양 받아서 살고 있는데, 8년 만에 2억 7천만원 됐어요. 강남은 3배도 넓게 올랐는데… 1년에 몇 백만원씩 밖에 안 오르더라구요. 이매동 H아파트는 33평이지만 이거라도 사볼려구요. 앞으로 어떨까요?”

“분당 핵심 지역은 앞으로도 판교 분양 전후까지 계속 갈 겁니다. 중간에 조금씩 쉬기는 하겠지만, 워낙 기대치가 높아서 탄력을 받으면, 평당 2천만원 넘어갈 수도 있고…”

J소장은 3월 1일, 4억3천만원에 이매촌 H아파트 33평을 샀다. 그 아파트는 5월 1일, 5억3천만원이 되었다.

분당·용인이 최근 3개월 새에 40%~70% 올랐다. 1월 31일 조간 J일보로부터 시작된 “판교 평당 분양가 2천만원 간다”는 기사는 보합세이던 분당·용인 지역의 아파트 가격에 불을 당기더니, 설날 연휴가 들어가는 2월 5일까지 5일간에 15% 상승, 2월과 3월에 또 15% 상승, 용인을 주택거래 신고제로 묶은 4월 21일 이후에 또 15% 상승 등으로 몇 달 사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뛰었다.

◆ 분당·용인 왜 오르는가?

분당·용인의 상승 원천에는 “판교에 살고 싶다”는 1차 생활의 주거 개념과 “판교가 돈 될 것 같다”는 2차 생활의 재테크 개념이 혼재한다. 쾌적한 전원 도시 판교에 평당 1천만원에서 1500만원에 분양가로 아파트를 사고, 강남으로 출퇴근하면서 잘 살고 싶다는 소망에서 시작된 단순한 사고는 청약 통장의 존재 확인과 엄청난 경쟁률의 인지 상황을 거쳐, 분당을 살 수 밖에 없다는 방향 전환에, 용인까지 오를 것 같다는 공격적 투자의 개념으로 진화되었다.

분당의 면적은 약 600만평에 10만 가구 정도… 살 수 있는 매물이라야 통틀어서 1천 가구 안팎이다. 일찍부터 강남에서 맛을 본 사람들은 다음 투자처로 “분당”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과감히 들어가기엔 면적이 적고, 업무 시설이 없으며, 끼인 땅 판교가 있어서 출퇴근 거리가 멀었다. 그 와중에 “판교 개발”과 “분양가 2천만원설”이 터져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울고 싶은데 뒤통수를 때리니 분위기는 아주 원하는 대로 되었다. 며칠 만에 총매물 1천 가구 중 500가구는 “매물”에서 “보류”로 상태 표시를 바꾸었고, 500가구는 몰려든 사람들로 주인이 바뀌었다. 그리고는 수천만원씩 올랐다.

요즈음 부동산의 스케일이 커져서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한 번 오르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다. 정부나 일반인이 생각하는 하루에 50만원씩, 또는 일주일에 100만원씩 점진적으로 오르는 그런 세계는 강남 이남에는 없다.

분당에 물량이 떨어지자, 잠시 주춤거리던 투자 수요는 죽전, 신봉, 동천, 성복으로 방향을 틀었다. 불과 6백만원에서 8백만원 대의 매매가가 강남 사람들에게는 싸게 느껴졌다. 이제 용인의 주요 주거 지역이 1천만원을 돌파하고, 수원 영통, 동탄까지 그 오름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판교는 녹색, 분당은 연두색, 용인은 파랑색이고, 수원·동탄은 빨강색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아야 할 때라고 알려주고 싶다.

◆ 지금 분당과 용인을 사면 어떨까?

저녁 6시에 시작된 잔치는 지금 밤 9시다. 밤 10시까지 예정된 잔치 시간이 11시까지 늘어질 수는 있겠지만, 사람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잔치 음식도 떨어져 간다. 분당과 용인의 낮은 전세가는 지금의 매매가의 상승이 기대에 의한 호가일 뿐 정상적인 상승이 아님을 증명한다. 대형 평수의 전세 가격은 대부분 매매가의 30%에도 못 미친다. 그만큼 집이 충분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미 분당·용인은 어깨에 왔다. 물건을 Holding한 집주인들과 새롭게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 매매를 부추기는 부동산 업자들은 조만간 분당은 평당 2500만원까지, 용인은 평당 1500만원까지 갈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금 분당·용인을 냉정히 따져보면 상승 이슈는 판교 분양 밖에는 없다. 최근 들어 새로 길이 뚫린 것도 없고, 전철이 새로 개통한 것도 없다. 작은 신도시 분당 아파트는 점점 더 나이를 먹어 이제 곧 20살이 된다. 용인 죽전, 성복, 수지, 동천, 신봉의 서울 통근 시간은 평균 60분 ~ 90분이다. 여의도나 테헤란로 같은 대형 업무 시설이 인근에 공사중인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10년은 서울로 출퇴근해야 하는, 오직 살기 좋은 주거 타운일 뿐이다. 흥덕 IC를 출발해서 상현동, 성복동, 고기동, 고등동을 거쳐 헌릉로까지 이어지는 영덕 - 양재간 고속도로가 2008년에나 되어야 뚫릴 전망이다.

용인은 난개발의 대명사이다. 아름다운 능선은 중간중간 다 잘려졌고, 집은 많으나 교통 시설과 기반 시설은 미약하다. 대부분 구릉지이며 학군은 열악하다. 평당 매매가 1천만원을 돌파하고, 그 언저리에서 상당한 조정을 받게 될 것이다. 강하게 Push할 Merit가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서울시 평당 매매가가 1200만원 정도라는 것을 대입해서 생각해 볼 때이다.

이제 막 분당·용인의 2차 상승이 끝났다. 짙푸르고, 태양이 이글거리는 여름으로 들어 간다. 연말까지 1번 더 상승장이 올 것 같다. 너무 오른 가격에 망설이던 실수요자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다. 조정기가 온다. 그 다음엔 판교, 분당, 용인 지역에 개별적인 상승 권역이 형성된다고 본다. 분당과 용인이면 무조건 오르던 바람은 멈추고 15개 개별 권역의 이슈별로 점진적인 상승 및 하락 곡선이 그려질 듯 하다.

①동판교, ②서판교, ③야탑·이매동, ④분당 시범단지, ⑤정자역 Modern street, ⑥미금·오리역 주거 타운, ⑦죽전 택지 지구, ⑧성복·동천·신봉· 난개발 트로이카, ⑨수지 1·2지구, ⑩풍덕천동과 상현동, ⑪구성, ⑫동백·신갈·구갈, ⑬이의 신도시, ⑭영통, ⑮동탄 신도시 등을 무슨 색깔인지 개별적으로 자세히 들여다 볼 시점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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