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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잠망경]사면초가에 빠진 민영 KT

윤미경의 통신잠망경 윤미경 기자 |입력 : 2005.05.30 09:18|조회 : 5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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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공룡, KT가 설립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매출은 몇년째 제자리걸음 상태다. 앞으로도 성장을 견인할만한 기대주가 손에 잡히지 않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 25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159억7000만원이라는 사상 최대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이제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KT의 담합에 대한 집단소송 움직임마저 일고 있어,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KT는 공정위 과징금에 대해 행정소송으로 맞대응하겠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사법당국에서 KT의 손을 들어줄지 의문이다. 우선 이번 과징금 부과는 공정위가 명백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부과한 것이기 때문에 KT로서 빠져나갈 구멍이 사실상 별로 없다. KT는 정보통신부의 행정지도에 따른 것뿐이라고 항변하지만 공정위는 이미 정통부의 행정지도를 감안해 과징금을 5%에서 3%로 감경했다.

공정위는 2002년 10월에 행정지도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2003년 6월 KT와 하나로텔레콤이 작성한 합의서에 대해서는 행정지도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통부는 당시 장관을 비롯한 담당자가 일제히 바뀌면서 행정지도에 관한 인수인계가 정확하게 진행되지 않았지만 행정지도 연계선으로 봐야한다고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 판단은 달랐던 것이다. 공정위는 KT가 시내전화 번호이동을 앞두고 방어마케팅을 위해 하나로와 '가격담합'을 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과징금 액수도 공정위 기준은 명확했다. KT는 2003년 6월에 하나로와 합의서를 작성했지만 그해 10월에 담합이 종료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하나로가 KT와 합의후 그해 8월에 시내전화 요금을 인상한후 2004년 8월 16일 요금을 다시 인하한 시점을 사실상 담합 종료시점으로 봤다. 담합시기가 무려 1년이 넘다보니, 과징금 액수도 그만큼 불어날 수밖에 없다.

KT 시내전화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LM요금(유선->무선)에 대한 담합 역시 마찬가지다. KT는 LM요금은 담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합의서에 LM요금에 대한 부분도 명시돼있다. 이 부분은 하나로가 이미 공정위에 자백(?)한 내용이므로, 반론의 여지는 많지 않다.

웬만한 중견기업 매출액과 맞먹는 과징금 앞에 망연자실하고 있는 KT. 민영 KT의 1호 CEO인 이용경 사장의 임기를 불과 석달여 앞둔 상황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으니,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방향타를 잃은 모습이다.

이번 건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로 안타깝고 한편으로 답답함이 밀려온다. 매출 10조원대의 대기업이 담합경위나 조사과정에 보여줬던 어설픔이 답답하고, 민영화 3년차에 성장 물꼬를 틔워야 하는 시점에 악재가 터진 것을 보니 안타깝다.

어찌보면, 이번 과징금은 통신업계가 습관처럼 해왔던 관행에 대한 일침이고 경고일 수 있다. 정통부가 헛기침을 한번 하면 '알아서 기었던' 통신사업자들이었기에, KT와 하나로의 담합 합의도 행정지도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고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정통부가 '담합'하라고 행정지도를 한적은 없지만 통신사업자들은 행정지도에 성실히 수행하는 차원에서 담합한 것이라고 여긴다. 포괄적 규제의 하나로 쓰였던 '행정지도'의 모호한 기준이 빚어낸 결과인 것이다. 그러니, 정통부도 이번 과징금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설사, 정통부의 행정지도 때문이라고 해도 KT와 하나로가 보여준 담합 합의과정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민영기업이고, 올해 매출액 11조9000억원을 바라보는 회사가 정통부가 시킨다고 '자살행위'를 하겠는가. KT도 하나로도 시내전화 매출격감을 줄이고자 하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이제 KT의 고민은 달라져야 한다. 공기업에서 민영화되면서 한번씩 겪어야 하는 산고를 KT는 이제 겪고 있는 것이다. 유선시장 정체가 KT로선 최대의 난제이지만 그렇다고 1년단위 성장에 매달려 일희일비할 수는 없다. 통신시장 맏형답게 전체 흐름을 주도하고 내부적인 체질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다시는 오늘과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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