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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사랑한 사자, 사자를 사랑한 소

[CEO이미지관리]내 입장이 아닌 상대의 입장이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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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의 자제분 결혼식이 있었다. 그런데 결혼식 후 뒤풀이 자리에서 모 기업의 협력업체 사장인 한 사장님이 걱정스런 음성으로 말했다.

‘김 사장님이 내게 뭔가 기분이 나쁜건지 아까 식장에서 봤는데 그저 눈만 마주치고 가시던데...’ 식장에서 만났던 주요 클라이언트에 대한 걱정이었다.

며칠이 지나고 그 김사장님을 만나게 되는 기회가 있기에 나는 그 날의 상황을 살짝 물었다. 그런데 덤덤한 성격에 조금은 거친 면도 보였던 그 김 사장님의 답은 의외였다.

한 사장님의 자제가 옆에 있어서 그랬다는 것이다. 평소의 한 사장의 스타일을 이미 알고 있는데, 길게 얘기 나누며 그 아이의 부친이 젊은 사장에게 각별히 신경쓰며 대하는 모습을 그 아이에게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인사말만 짧게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는 것이다. 보통은 생각지 못할 배려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큰 체격과 대비되는 그의 섬세한 이미지가 새로웠다. 예전에 한 모임에서 해외 세미나를 다녀왔다.

다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니 휴대폰 로밍 서비스를 받아가는 이들이 많았다. 한국에 내리자 로밍 해지를 하려는 몇 명이 삼삼오오 모였는데 어느 회장님은 계속 괜찮다고만 하셨다.

‘아니, 저희 하실 때 같이 하시는 게 편하시죠. 어딘지도 모르시잖아요?’ 했는데 그냥 나중에 하시겠다고만 하셔서 그러려니 하고 우리끼리 다녀왔는데, 얼마 후 비서가 종종 걸음으로 오더니 살짝 휴대폰을 건네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 그러고 보니 탑승 시, 그가 비행기에 가장 늦게 탔던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일행 중에 이코노미 클래스에 타는 다른 회원들에 대한 작은 배려였다. 공항 대합실에서 왜 안타시냐고 자꾸 묻던 내가 한심하게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난 종종 그런 쓸데없는 권유를 할 때가 있다.

얼마 전 조찬 때 외국인 연사가 강의를 하는데 옆 자리에 계신 연세가 높으신 대기업 회장님께 두번이나 통역기기를 권한 것도 그 한 예이다. 그는 절대 ‘난 이런 거 필요없어요’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전혀 무리없이 그 내용을 이해할 어학능력을 가지고 계시는 그에게 전하던 내 친절은 오히려 그를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마치 단지 흰머리가 많을 뿐인 젊은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한 것 같은 실수이다.
 
소를 사랑하여 소에게 고기를 잔뜩 대접하는 사자와 사자를 사랑하며 풀을 잔뜩 밀어주는 소의 안타까운 이야기처럼 우리가 하는 배려와 친절이라는 것이 지극히 자신의 입장에서 내 위주로 생각한 것들일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나서 좋은 느낌들이 들 때가 있다. 그 중 좋은 이미지라면 아마도 참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이미지, 참 똑똑한 사람이라는 이미지, 참 현명한 사람이라는 이미지, 참 마음과 몸이 건강한 사람이라는 이미지일텐데 이 여러 이미지 중에 단연 으뜸은 뭐니뭐니 해도 인간미 느껴지고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이미지이다.

번지르르한 몇 가지의 비즈니스 매너나 테이블 매너는 손색이 없으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다치게 만드는 일들이 하루에도 비일비재한 오늘날에 마음으로부터의 배려는 몇가지 정보로 따라하기에 어림도 없다. 손색없는 의상에 화려한 화술에도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사는 기운 빼놓는 이들에게는 마음에서의 배려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물론 그 사람 자신의 문제점이 지배적이지만 한 사람의 언어 폭력으로 인하여 그 엄청난 결과가 만들어진 군부대의 총기 사건은 단지 그 피의자의 성격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존중 받지 못하고 배려 받지 못할 때, 그게 쌓이고 쌓일 때 사람은 그렇게 말도 안되게 미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단어가 조금 다르고 상황이 거리가 멀다 하여도 우리 건물 안에서 밖에서 배려는 커녕 머리 속을 하얗게 만들고 가슴에 멍을 들이는 내 모습은 없는지 새삼 돌아볼 일이다.
 
거창한 배려심은 조금 훗날로 미루어 두더라도 오늘 만나는 이에게 한번 더 생각한 말 한 마디, 조금 물러선 한 걸음, 겉으로 말하지는 않아도 원하고 있는 속마음을 살펴주려는 애정이 있다면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질 것이다. 이 무더운 여름날에도 분명 우리는 따뜻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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