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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가는 공기업 직원들이 부럽다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5.06.27 12:10|조회 : 52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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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충남의 한 바닷가를 다녀왔다.

"주말이면 배를 빌려 앞바다의 무인도에 가족 혹은 직원들과 함께 가서 갯벌을 뒤져 소라며 조개를 한가마니 잡아서 배터지게 먹죠" "올 8월이면 가족들하고 함께 살 전원주택이 지어지는데 그때 가든파티 할테니 오세요"

그 지역에 삶의 터전을 갖고 있는 한 젊은 사업가가 하는 말에 '세상, 사는것 처럼 사는구만'하는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덩달아 나도 전원주택 땅 좀 사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이미 투기열풍이 불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땅값 건축비 다 합쳐도 강북 32평 아파트 전세값이면 너끈하니 못할 것도 없겠다 싶었다.

하지만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는 공상에서 깨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남들이 투기라고 손가락질할게 걸려서가 아니다. '상투잡는거 아냐 이거?' 이런 생각에서도 아니다.

'정 안되면 들어가 살지 뭐' 이런 요량이 되면 남들이 뭐라든 투자(혹은 투기)를 해보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도권 묘지난으로 공동묘지 찾아와서 이곳에 묻히기 전에는 평생 월급쟁이로 살아온 깜냥으론 여기 내려와서 직장 갖고 살 일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어쩌다 고향에 내려갈때마다 그곳에 자리잡고 사는 분들을 보면, 같은 수입으로도 훨씬 풍족하게 생활하는게 부러웠다. 돈 뿐 아니라 삶의 리듬이 '여유' 그 자체인걸 보면서 "먹고 살 일만 있으면 서울을 뜨는건데"하는 말이 늘 입에 붙었다.

지난해 행정수도 옮겨간다고 했을때 동료들과 농반진반 행정수도 주재기자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는데 그꿈도 '관습헌법'때문에 멀어졌다.

별수 없이 이번에도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오면서 줄곧 "먹고 살 것만 있으면..."하며 입맛을 다셔야 했다.

◇'가족해체' 아닌 '가족통합' 기회 될수도

176개 공공기관들이 무더기로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발표를 들으면서 역시 직장은 공기업이 최고야 하는 생각을 했다. '좋은 대우에 안정적인 자리, 여기에 웰빙 지방 생활까지. 자기 주머니를 털어 공공기업을 따라 지방으로 이전해야 할 민간 기업 직원들과 달리 이사비를 포함, 각종 지원까지 받는다지?'

그런데 많은 당사자들이, 그리고 당사자가 아닌 옆사람들도 '이게 무슨 나라 망가뜨릴 짓'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주로 가기로 된 한국전력 노조는 '가족 해체 공기업 강제 이전 즉각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걸고 항의에 나섰다. 그러고 보면 당장 옮겨갈 사람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닐 듯하다. 입시생 애들을 뒀거나 맞벌이 부부인 사람들은 두집 살림까지 감수해야 할 난감할 노릇이다.

하지만 당장의 난감함에서 조금 벗어나 보면 지방이전은 '가족해체'가 아니고 오히려 '가족 재건'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광주출신인 내가 보기에 사람 좋고, 공기 좋고, 물가 싼 교육도시 광주로 가는게 서울서 사는 것 보다 가족통합에 좋을 거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출퇴근에 매일 한두시간씩을 뺏기고, 소모적인 무한 교육경쟁에다, 어른 아이들 할 것 없는 온갖 유해환경으로 가족이 해체돼 가는게 수도권의 모습 아닌가.

당장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분들도 나중에 애들 품속에서 떠나보내고 부부끼리 오붓하게 살면 '잘했군 잘했어~'노래를 이불속에서 부를 지 모른다.

머니투데이에 재테크 컬럼을 연재하고 있는 브라운스톤(필명)은 부자되는걸 가로막는 '원시인 본능' 중에 '영토본능'을 첫손가락에 꼽고 있다.
누구든지 자기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이 삶의 터전이고 이곳을 벗어나서는 못살것 같은 생각. 그 '영토본능'을 벗어나 넓은 세상을 볼때 삶이 달라질수 있다는거, 재테크에 관심 갖고 있는 공기업 직원들은 흘려듣지 마시기 바란다.

◇ '효율성' '시장논리' 甲乙전도

나중에야 어떻게 될까마는 당장 당사자들이 앞날을 걱정하는 심정은 솔직히 이해가 간다. 그보다 착잡한 것은 행정수도 이전을 저지하기 위해 1년전 동원됐던'효율성' '시장논리'를 동원한 비난이 공기업 이전 문제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관련글: '수도 절대 못옮겨가는 10가지 이유?(상) (하)).

제주로 가게 된 공무원 연금 관리공단 노조는 "고객이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는데 제주가 웬말이냐"고 성명서를 냈다.
연금관리공단의 고객(공무원)들이 직접 공단을 찾아갈 일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으되, 만약 그렇다면 더더욱 '서울에 몰려 있는' 공무원들을 지방에 분산배치, 수도권 과밀화의 폐해를 줄여야 할 일이다.

지역에 있으면 관련 정부 부처와의 협조가 힘들어 행정비능률을 낳는다고도 한다.
하지만 걸핏하면 중앙정부가 산하 공공기관 사람들 직접 모아서 회의 소집하는건 누구보다도 공기업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구시대적인 에너지소모이다.

민간 기업들과의 업무 연락이 안될 거라는 말도 甲乙이 바뀌었다.
공공기관을 들락거려야 하는 민간기관 입장에서 "공공기관이 다 서울에 있는데 어떻게 내려가느냐"는 이야기를 한다면 맞는 말이지만 그 반대는 성립되지 않는다.
甲인 공공기관이 내려가면 乙인 관련 민간기업들도 따라갈수 밖에 없다. 공공기관이전의 효과는 공공기관 자체뿐 아니라 연관 부문의 동반 이전이 더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이전대상 지역 땅투기 우려보다 수도권 부동산 거품이 훨씬 심각

공공기관 이전의 부작용으로 땅투기 문제를 들수도 있다.
당연히 이전 대상 지역에 개발수요가 일어날수 있다. 그렇다고 공기업 이전을 하지 말라는 건 구더기 무서우니 장 담그지 말라는 것이다.

나날이 치솟는 수도권 부동산 값을 잡지 못하는 정부에 무능하다는 질타가 쏟아진다. 하지만 수도권 부동산 가격상승의 원인인 공공 인프라와 편익의 집중현상을 완화시키려는 공기업 이전 작업에 '그 쪽 땅값만 올린다'고 또 딴지를 거는건 모순이다.
정부는 이전 대상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 대책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공시지가를 밑돌기까지 하는 지역의 부동산 값 상승 부작용은 수도권 과밀화와 이로 인한 부동산 가격폭등의 폐해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공기업들을 내주게 된 수도권이나, 나눠받은 지자체들은 '정치의 희생물'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애초부터 176개 기관이 옮겨가는데 완전한 합의는 불가능한 일이다. 실은 2268억원에 달하는 지방세, 정부예산을 넘는 139조원의 예산을 둔, 밥그릇싸움이 반발의 본질이다.

그동안 85%에 달하던 수도권 밥그릇이 35%로 줄어드는데 아무 소리를 내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당장 밥그릇 크기 비교표가 눈앞에 있는데 열불이 나지 않을수 없다. 그렇다고 '다시 하자'며 밥그릇 자체를 깰수는 없는 노릇이다.

◇ 자손만대 발목잡을 '관습'

이달 중순 행정도시 특별법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한 이석연 변호사 등은 소장에서 공기업 이전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공공기관을 충청권 이외의 지역에 분산시키는 것은 해당 공무원의 거주이전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 것"이라는 것이다.

본사가 제주로 옮기면서 이사를 가야 했던 다음 커뮤니케이션 직원들은 이런 헌법상의 거주이전의 권리를 왜 몰랐던가. 혹시라도 헌법상의 거주이전의 자유가 공무원한테만 해당된다는 계급차별의 논리가 아니라면, 본사를 수도권 바깥으로 옮겨가는 모든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위헌소송을 내야 마땅할 것이다.

위헌 소송을 제기한 측은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비용 8조 5000억원, 공공기관의 이전비용 3조 3000억원은 납세자로서의 권리 및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도 했다. 어지간한 대형 공사는 모두 납세자의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위헌소송을 먼저 거쳐야 하는 것이다.

차라리 이번 위헌소송은 잘된 일일지 모른다. '관습적으로 서울이 수도이고, 그래서 국가의 중추적 기능을 하는 기구는 서울을 떠나면 안된다'는 '관습헌법'(관련 글:경국대전을 집어들수 밖에 없었던 이유, 경국대전에 제동걸린 국가재테크)논리가 얼마나 자손만대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것인지 정신 번쩍 들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백년간 누려온 서울시민의 기득권, 수십년간 누려온 공무원의 기득권에 한 치도 손댈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는 그 '관습'에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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