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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X파일'..'도청'이 결국 승자되나

[인사이드]대화만 남고 도청은 실종 '본말전도'

성화용의인사이드 머니투데이 성화용 기자 |입력 : 2005.07.26 08:19|조회 : 2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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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X 파일'은 '보도 흥행'으로 보면 '대박'을 터뜨렸다. MBC가 메인 뉴스 시간 33분을 할애한 것이나 조선일보 등 메이저 언론들이 연일 엄청난 지면을 쏟아내는 걸 보면 마치 실시간 재난방송을 지켜보는 듯 하다.

'7년여 전에 벌어진 뻔한 스토리'가 이렇게 흥행에 대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의아할 정도다. '삼성', '중앙일보'라는 실력집단과 정치권의 수뇌부가 실명의 주연으로 등장한데다 '도청'이라는 기막힌 수단이 과거를 고스란히 현재로 옮겨 현장감을 높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는 '얘기거리'에 몰입해 이 '위험한 흥행'의 본질이 흐려지는 걸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번 사건은 7년여 전 그날 그 시점부터 보도의 봇물이 터져나온 2005년 7월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불법의 총화'다.

중앙일보와 삼성의 고위층이 나눈 정치자금 얘기가 사실이라면, 그것 부터가 불법이다. 그 현장을 정부기관인 안기부가 불법으로 도청을 했다.

그리고 수년의 시간이 흘러 누군가가 불법으로 도청 테이프를 빼돌린 후 삼성에 거액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고, 그 뒤에 방송사는 불법으로 의심살만한 경로를 통해 도청 내역을 입수했다. 결국 법원은 도청 내역의 공개를 위법이라고 판시했지만 그 내용 그대로 엄청난 비중이 실려 보도가 되고 말았다.

이 어이없는 불법·위법의 연속선상에서 어떤 불법은 여론의 호된 단죄를 받고 있고 어떤 불법은 초점이 흐려졌거나 적당히 묵인되고 있다.

문제의 단초가 된 '정치자금 거래'는 총론으로 볼 때 이미 드러나 법의 심판대에 올랐던 사안이다. 워낙 유명한 두 거물, 홍석현 주미대사(전 중앙일보 사장)와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의 '은밀한 대화'가 공개됐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호기심과 엿보기 욕구를 충족시킬만한 선정적인 이슈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냉정히 들여다 보면 '총론'에 섞여 있던 '디테일'일 뿐이다.

이에비해 '도청'은 적당히 묻혀 버리는 분위기다. 국가 기관이 국민의 사생활을 파괴한 이 충격적인 불법이 이렇게 슬그머니 정당화돼 버리면 그 후유증은 감당하기 어렵다.

도청한 두 사람의 대화 내역과 '도청' 그 자체의 불법성이 갖는 의미를 저울로 달아볼 때 과연 어떤 쪽의 '역사적 무게'가 더 나갈지를 보다 신중하게 판단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나 일부는 흥분해서, 일부는 의도적으로 이를 무시하고 있는 듯하다. 공개된 녹취록 위주의 흥미 거리를 양산하다 보니 '대화'는 남고 '도청'은 실종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연쇄불법' 누굴 탓하나

'안기부 X파일' 사건이 '이해(利害)게임'으로 점차 변질되고 있다는 점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사건의 중심에 '중앙일보'가 등장하면서 조선·동아일보 등 중앙일보와 치열하게 경쟁해온 메이저 언론들도 덩달아 이해 당사자가 되고 말았다.

그럴수록 '냉정한 관찰자'로서의 보도태도가 중요하지만 이들 경쟁지의 행태가 너무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공격적이라는 점을 걱정하는 언론인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일부 보수언론의 '경쟁지 죽이기'에 방송의 보도 경쟁, 진보언론들의 선명성 경쟁이 가세하면서 'X 파일'은 기형적인 보혁대연합의 전선을 구축해내고 있다. 언론 뿐 아니라 정치권 등의 대다수 이해당사자들이 공개된 도청 내역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또는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만 이용하려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균형감을 잃게되고 심지어 도청 범죄자들이나 범죄의 결과물을 은연중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극단적인 비틀림 현상마저 눈에 띄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쯤해서 누구를 위한 폭로인지, 누가 돌을 던질 수 있는지를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도청을 주도한 인물(옛 미림팀 공모 팀장)이 다른 경쟁지를 가리켜 '똑 같은 처지에 그렇게 비난하는 게 역겹다'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도청을 통한 불법적인 증거물이 파괴적으로 활용된 선례를 남길 경우 우리 사회가 앞으로 두고 두고 부담해야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시절 안기부가 어지간한 주요 인물들의 대화내용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도청해 그 기록이 남아 있다면 그 사실이 하나 하나 공개될 때마다 재탕 삼탕 되풀이되는 소모전은 끔찍할 것이다.

또 도청이나 그와 유사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 이렇게 쉽게 언론과 '거래'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 또한 그 이상의 잠재적 불안요인이 될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해법으로 홍 대사의 사퇴를 종용하는 식의 여론몰이를 하는데 대해서도 마땅치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홍 대사가 정치자금 수수의 고리 역할을 했는지, 그 책임의 크기가 어느정도인지, 이미 '정치·사회적 단죄'를 받아 수감생활을 했던 것과는 전혀 무관한 일인지 등을 따져보는 건 별개의 일이다.

오히려 홍 대사를 제물로 삼아 '안기부 X 파일'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를 덮으려는 시도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대화 도둑질(도청)'과 '장물(도청내역) 처리 과정'을 확실하게 정리해 짚고 넘어가는 문제가 '대화에 담긴 불법성'을 비난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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